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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근본 대책 아냐" vs "카드업계 죽이기냐"…카드 수수료 인하 논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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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서울 관악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42)씨에게 지난달 31일부터 정부가 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위해 내놓은 카드수수료 인하책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정부는 1월말부터 적용된 카드 수수료 관련 추가 대책을 통해 우대수수료율 적용구간을 연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확대했다. 구간별로는 기존에 2.05%(체크카드 1.56%)가 적용되던 연매출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가맹점은 수수료율이 1.4%(체크 1.1%)로 내려갔고,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 가맹점은 기존 2.21%(체크 1.58%)에서 1.6%(체크 1.3%)로 내려갔다. 김씨는 “연매출이 5억원 안팎인 우리 편의점을 생각하면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책이 생계에 약간 도움되는 것은 사실이다. 크지는 않아도 한달에 약 20~30만원 정도 수익이 더 올라가긴 한다”면서도 “그래도 카드 수수료 인하가 소상공인을 살리는 근본적인 대책이란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편의점주 입장에서 보면 과다 출점에 대한 규제가 먼저다. 그리고 가장 지출이 큰 부분인 건물주들의 임대료 횡포나 본사의 가맹비 등이 더 큰 지출도 부담이다. 아울러 카드 수수료 인하로 수익이 좀 나아져도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인건비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지출이 더 크다. 내가 일하는 시간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라고 답했다. 김씨 편의점 인근에서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51)씨는 “카드 수수료 인하가 작은 슈퍼마켓 입장에선 별다른 이득이 되진 않는다”면서 “정부가 소상공인의 부담을 완화해주겠다는 취지는 고맙지만,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면서 경기 자체를 회복시켜 소비가 많아지는 게 소상공인 입장에선 가장 좋다. 카드 수수료는 좀 더 내도 좋으니 소비가 많아지는 게 진정한 ‘소상공인 살리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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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원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서로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 文정부 들어 세 번째 카드 수수료 인하...“근본적 대책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소상공인 및 중소 가맹점을 살리겠다며 카드 수수료를 인하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2017년 8월 1.3%의 우대수수료율 적용을 받는 중소 가맹점 범위를 매출 3억원에서 5억원으로, 0.8%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영세 가맹점은 매출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조정했다. 그러자 이듬해 상반기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중소 신용카드 가맹점이 전체 가맹점의 약 225만개로 전체 가맹점(267만개)의 84.2%에 달했으며 전년대비 25만개 확대됐다.

지난해 7월에는 가맹점이 부담했던 밴수수료 산정방식을 기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개편하면서 소액결제가 많은 골목상권의 수수료 부담을 낮췄다. 이를 통해 골목상권의 가맹점을 중심으로 0.21~0.61%포인트의 수수료 인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아울러 이번 1월말부터 시행되는 카드 수수료율 인하 적용구간을 5억원에서 30억원으로 늘림으로써 사실상 모든 소상공인이 카드 수수료 인하 혜택을 보도록 했다.

위의 사례처럼, 카드 수수료 인하에 대해 소상공인들은 환영의 뜻을 보이면서도 이러한 단기적 처방이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기도 안산에서 골목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36)씨는 “이번 정부들어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랐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기본적인 기조에는 찬성을 하는 입장”이라면서도 “최저임금의 인상이 결국 최저임금을 받는 저소득층이 일정 이상의 소득을 얻게 해주자는 입장이겠지만, 나 같은 소상공인들은 인건비 부담이 되어 본인이 일하는 시간을 늘리고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줄이게 된다. 그러면 결국 자영업자도 힘들어지고, 아르바이트나 일용직에 의존하는 사람들도 힘들어지고, 국가 전체 차원에서도 소비가 위축되는 것 아닌가. 좀더 다각적인 측면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카드 수수료 인하 등이 검토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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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발하는 카드업계 “부가서비스 줄이고 카드론 이자율을 높일 수밖에...”

금융당국은 카드수수료를 인하하는 대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카드업계의 경쟁력을 높여주겠다며 카드업계를 달래려 했다. 아울러 그동안 과도하게 펼쳐졌던 카드사 간의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 카드 수수료율 인하로 인한 이익 축소를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카드산업TF가 카드업계가 요구하는 부가서비스 축소에 대한 세부지침안을 1월까지 마련해주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TF 결론만 기다리고 있는 업계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TF결론에 따라 신년 사업계획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라 카드사들로서는 각종 부가서비스를 줄이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소상공인들을 살리겠다며 카드사를 벼랑 끝으로 모는 것 아닌가. 결국 카드사들로선 영화표나 통신비 할인, 주유비 할인, 무이자 할부 서비스 등 카드 부가서비스를 줄이는 방법으로밖에 떨어진 이익을 메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정부 정책이 되레 소비 시장을 위축시켜 소상공인 영업점이나 가맹점 매출을 감소시킬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가서비스 혜택 축소뿐만 아니라 카드사들로서는 카드론 이자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카드론 주요 사용자들이 제 1금융권에서 대출을 잘 받을 수 없는 저신용등급의 서민들임을 감안하면 피해는 또다른 서민층으로 옮겨간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국회는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통해 정부가 3년마다 적격비용을 산정하고 정책적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영세·중소가맹점은 적격비용 미만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토록 했다. 이번 정부 들어 세 번이나 카드 수수료율을 건드리는 것은 원칙을 무너뜨리면서까지 여론을 의식한 행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지율이나 서민들을 위한 정책 등 정치적인 이유로 카드사 수수료율을 원칙을 무너뜨리면서까지 조정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을 무시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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