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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달아오른 넥슨 '인수전', 복잡해진 게임업계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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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넷마블 잇단 출사표에 텐센트 영향설까지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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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 '인수전'이 가열되고 있다. 10조원을 훌쩍 넘는 인수 자금을 동원해야 하는 탓에 세계 시장에서도 내로라하는 자금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카카오, 넷마블 등 국내 업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면서 게임업계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거론되고 있는 어떤 기업이라도 넥슨을 품에 안으면 단숨에 국내 1위로 올라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게임시장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강자로 우뚝 설 수 있게 된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부상한 곳은 넷마블이다. 지난 달 31일 넥슨 인수전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강한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날 넷마블 관계자는 "두 달 전부터 넥슨 인수를 검토했고, 지난달 최종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자본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해서 인수전에 참가할 것"이라며 "해외에 매각 시 대한민국 게임업계 생태계 훼손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했다. 넥슨의 유무형 가치는 한국의 주요 자산이기 때문에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중국 등 외국 기업에 넘어가도록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넷마블의 입장에는 방준혁 의장의 의지가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넷마블이 넥슨 인수에 성공한다면 국내 게임 시장의 지형은 바뀌게 된다. 당장 넷마블은 국내 최대 게임사로 올라서게 된다. 자체 지식재산권(IP)이 부족한 넷마블 입장에선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유력 IP를 여럿 보유한 넥슨을 인수할 동기가 충분하다. 증권업계에서는 넷마블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에 국내 재무적 투자자들이 힘을 더하면 인수 여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카카오도 넥슨 인수 추진을 검토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김정주 대표와 대학 동문으로 비슷한 시기에 창업한 대표적인 IT 벤처 1세대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역시 넥슨이 해외 기업에 팔리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넥슨 인수를 다각도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영업익 1조원을 올리는 이 정도 매물이 나오면 어지간한 정보기술(IT) 기업은 다 한 번씩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도 넥슨을 품에 안으면 자회사 카카오게임즈의 사업 확대와 시너지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다양한 플랫폼 사업을 전개하며 투자를 계속해왔기 때문에 동원할 수 있는 자금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문제다. 만약 카카오가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하게 된다면 넷마블처럼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카카오가 해외 사모펀드 컨소시엄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가하거나 국내 금융사와 컨소시엄을 꾸리는 방법도 거론된다.


이 밖에도 현재 넥슨 인수전에는 글로벌 사모펀드인 KKR, 칼라일, MBK파트너스 등과 중국 게임업체 텐센트, 미국의 디즈니, EA 및 전략적투자자(SI) 연합 등이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텐센트가 카카오와 넷마블의 대주주로 있는 상황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양사가 넥슨을 인수하더라도 텐센트가 넥슨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텐센트는 넷마블 지분 17.7%, 카카오 지분 6.7%를 보유하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결론적으로 텐센트의 경우 자금 동원 능력 등 여러 측면에서 볼 때 독자 인수 능력은 있으나, 논란을 피하기 위한 구조가 문제"라며 "한국기업을 내세우면 정치적 논란이 없고, 이후 필요에 따라 텐센트의 넥슨이나 네오플 인수도 용이하며 상황에 따라 손 떼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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