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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김계관이 양성한 김혁철…북핵 협상 전략통 계보 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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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the300]비건의 새 카운터파트 김혁철, 다음주 실무협상 나설 듯

머니투데이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일행과 대화하는 모습/사진 출처=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트위터 캡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북한 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스페인주재 북한 대사가 이르면 4일 북미 실무협상 테이블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 정부 입장에선 베일에 싸인 인물인만큼 김 전 대사의 협상 스타일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 전 대사는 특히 '전략가'인 김계관 외무성 1부상이 직접 '양성'한 인물로 알려져 있어 이목을 끈다.

김계관 부상은 강석주 전 노동당 국제담당(2006년 사망)의 비서로 이력을 쌓기 시작한 북한 내 대표적 미국통이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당시 강석주 당시 수석대표에 이은 북측 차석대표였다. 이후 1990년대 빌 클린턴 정부 때 북미 회담의 수석대표로 전면에 나섰다. 2003년 시작된 6자회담의 북한측 수석대표를 맡으면서 '전략가'로 국제사회에 이름을 알렸다.

김 부상은 2004년 6월 3차 6자회담장에서 "한 해 전 북한의 핵보유 발언이 거짓말이었으나 군부에 핵실험을 원하는 이들도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억지력으로 협상 상대방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전략을 쓴 것이다. '지금은 핵이 없지만 군부에 핵실험을 원하는 이들이 있다'는 검증할 수 없는 발언으로 북한 측의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이었다.

미국 카운터파트를 당혹하게 하는 노련함과 여유도 보였다. 2006년 말 북·중·미 3자 회동에서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에 대해 "감정이 얼굴에 잘 드러나는 사람"이라고 했다. 당시 일본 언론은 "김 부상이 1990년대 한반도 핵위기 때부터 외무성 부상을 맡아왔기 때문에 달변인 힐 차관보가 협상 상대로서 대하기 쉬웠을 것"이라 보도했다.

결국 그는 당시 힐 전 차관보와 마주해 2005년 4차 6자회담 후 나온 9·19 공동성명과 9.19 성명 이행을 위해 채택된 2007년 2·13 합의 및 10·3 합의를 이끌어냈다. 2000년대 6자회담을 지켜 본 이들은 김계관에 대해 "전략적이고 치밀한 인물"이라고 공통적으로 평가한다. 또 "핵 분야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노련한 인물"이라는 평도 빠지지 않는다.

김 전 대사는 이런 김 부상이 양성한 '전략가형' 외교관이란 평가가 나온다. 태영호 전 주 영국 북한 대사관 공사는 최근 김 전 대사가 젊었을 때부터 김계관, 리용호 외무상에게 체계적으로 양성됐고, 2005년 6자회담 당시엔 김 전 대사의 연설문을 작성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외무성 정책국에서 이력을 시작해 당시 전략국 산하 9국 참사였던 리용호 외무상에게 발탁된 뒤 30대에 9국 부국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고 한다. 2009년 9국 부국장으로 승진한 사유는 6자 회담과 2006년 북한 1차 핵실험 공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바 북한 대표부에서 군축 업무도 담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핵문제에 대한 전문성이 상당히 높다는 관측이다.

김 전 대사는 북한이 수개월간 침묵 속에 새로 짠 대미 협상팀의 '새 전력'이자 북미 협상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북핵 협상의 전권을 위임받은 비건 대표의 카운터파트로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 역할을 맡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북한 최고위층으로부터 상당한 인정을 받는 인물이란 추정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 관계자는 "김 전 대사가 어느 기관 소속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인물이냐가 중요하다"며 "북한이 북미 협상의 최적격자를 선임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외무성의 김계관도 (과거 대미 협상 과정을 보면) 소속보다는 캐릭터가 (협상 결과에 더) 중요했다"며 "김혁철이 실무협상을 이끈다면 그가 어떤 캐릭터의 인물이냐가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무협상 책임자의 전술과 태도가 협상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월 말 베트남 개최가 유력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를 조율하는 실무협상은 이르면 4일부터 판문점이나 평양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차 회담 때보다 의제가 세분화한 만큼 비핵화를 맡은 김혁철 외에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박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각각 평화체제와 북미관계 등의 의제를 분담해 협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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