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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뉴스 TALK] '벼락치기 親기업 행보' 2% 부족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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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정부·여당의 친(親)기업 행보가 몰아쳤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인사회(2일), 기업인과 대화(15일), '한국판 CES'(29일)를 통해 재계 주요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났고, 이낙연 국무총리도 삼성전자(10일), LG생활건강(25일), 현대차(30일)를 방문했습니다. 청와대 핵심 참모, 여권 고위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 차 핵심 과제로 내세운 '혁신 성장' 분위기 조성을 위한 움직임이라고 합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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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반색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대기업이 적폐(積弊)로 몰리면서 총수들이 잇따라 재판정에 서고 수사 기관이 총동원돼 '먼지떨이식 수사'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하루아침에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는 것만 해도 고맙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벌써 잡음과 불만이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일회성이거나 전시용 아니냐는 시각입니다.

대표적인 게 지난달 29일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이른바 '한국판 CES'입니다.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19를 본떴지만, 행사 개최 불과 열흘 전 기업에 일정이 통보됐습니다.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말에 기업들은 군말 못 하고 사흘 만에 부랴부랴 부스를 차렸습니다. 올해 미국 CES의 핵심 키워드는 5G(5세대 이동통신), 인공지능(AI)이었지만 한국판 CES는 5G 연결은커녕 장소가 좁아 인공지능 시연조차 제대로 못 했습니다.

정부·여당의 굵직한 인사가 잇따라 산업 현장을 찾으면서 요즘 대기업 대관 부서나 CEO들은 '상시 대기' 상태입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이례적으로 방문하는 것인 만큼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상황별 동선(動線)부터 행사 시나리오까지 의전을 철저히 챙기고 있다"면서 "VIP 행사 때문에 그룹 시무식 시간을 옮긴 기업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불만을 한순간에 없앨 방법이 있습니다. 실제로 결과를 내놓는 것입니다. 요즘 기업은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의 경영권 참여 움직임에 긴장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은 매년 두 자릿수로 급격하게 인상돼 다수 소상공인이 범법자로 내몰릴 위기입니다. 꿈쩍 않는 규제는 기업의 신사업 진출에 방해가 됩니다. 정부가 이 중 어느 한 가지라도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는다면, 기업들은 지난 1월을 '혁신의 1월'로 기억할 것입니다.

박순찬 기자(ideac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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