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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손혜원 사태’의 망외소득, 이해충돌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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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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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치팀에서 정당을 취재하고 있는 송경화입니다. 설 연휴 가족들과 정치 얘기를 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혜원 의원이 빠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요즘 의원들을 만나도 여야를 막론하고 손 의원과 ‘이해충돌’ 문제를 얘기하곤 하는데요. 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시작된 논란이 자유한국당 장제원·송언석 의원 등의 공직자 이해충돌 문제로 확산되면서 정치권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초기의 투기 의혹은 거의 가라앉은 상태입니다.

손 의원의 이해충돌 의혹은 이렇습니다. 그가 친인척과 지인들을 설득해 목포 구도심에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매입했고, 그 와중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로 활동하며 해당 지역의 등록문화재 지정을 촉구하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공직자로서 이해충돌 방지 의무를 저버렸다는 건데요. “공직자는 자신이 수행하는 직무가 자신의 재산상 이해와 관련해 공정한 직무 수행이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공직자윤리법 등에 비춰볼 때 명백히 흠결이 있다는 것입니다.

손 의원 문제에 대해 민주당은 초반 방어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국당 의원들의 이해충돌 의혹까지 동시다발로 터져나오자 태도가 다소 바뀌었습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한번 붙어보자”는 것인데요.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8일 “손 의원도 이해충돌의 여지가 있다고 저희도 보고 있다”고 처음으로 인정하면서 전체 여야 의원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를 제안했습니다. 이에 한국당은 즉각 손 의원 의혹에 대한 “물타기 시도”라고 반발했고요. 30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전수조사를 해도 좋다”고 받아들이면서 “손 의원에 대한 국정조사”를 그 전제조건으로 달았습니다.

의원 전수조사 얘기가 나오자 국회는 뒤숭숭합니다. 한 의원은 “송언석 의원 사례처럼 자신의 지역구에 재산(부동산)이 있는 것을 지역구 의정활동과 연계시켜 이해충돌이라고 한다면 지역구 의원 다수가 걸릴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특정 영역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회에 들어온 비례대표의 경우 이해충돌의 경계선을 가르기 쉽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요.

실제 2015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질 때 유사한 논쟁이 진행된 바 있습니다. 공직자 본인이나 4촌 이내의 친족이 직무 관련자일 경우 해당 직무에서 배제하는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들어간 것인데요. 그 이전 공직자윤리법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선언적 의미에 그치는 것과 달리 김영란법엔 처벌 조항도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직무 관련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삭제된 바 있죠. 너무 포괄적이고 경계가 애매하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이를 두고 대표적 당사자인 의원들이 ‘제 목에 방울달기’에 소극적으로 임한 결과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손혜원 의원 논란으로 이번에 또다시 이해충돌과 관련한 입법이 앞다퉈 시도되고 있는데요.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해충돌에 대한 직무 관련성 범위와 기피 방법, 처벌 수위 등을 규정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을 설 연휴 뒤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에선 표창원 의원이 의원의 의정활동을 감시할 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윤리 규범을 법제화하는 국회윤리법 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합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상임위 활동이나 예산, 법안 심사 때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사전 방지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과 국회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국회의장 직속으로 설치된 국회 혁신자문위도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개선안을 연휴 뒤 논의하겠다고 합니다. 의원들은 김영란법 논의 당시 ‘삭제’ 근거로 댔던 ‘경계’ 문제를 해소하고 이번엔 ‘제 목에 방울달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한겨레

손혜원 의원 논란이, 중요하지만 한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문제를 다시 공론화하는 촉매제가 된 것 같습니다.

송경화 정치팀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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