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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기자의 시선>트럼프의 NYT 인터뷰를 보며 떠올린 文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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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언론과 인터뷰한 트럼프 대통령
文대통령은 취임 후 한번도 국내언론과 인터뷰 안해
文대통령 인터뷰 언제 볼 수 있나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인터뷰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의회와의 협상은 시간낭비"라며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이미 판은 벌어졌다. 두고 보자"며 시원하게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 인터뷰에 고무됐는지 뉴욕타임스는 인터뷰 녹음과 녹취록과 웹사이트에 함께 게재했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황금시간대에 맞춰 백악관 집무실에서 '멕시코 국경에서의 인도주의와 국가안보 위기'를 주제로 대국민 TV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인터뷰는 트럼프가 연방정부 셧다운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한 직후 성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더 슐츠버그 뉴욕타임스 회장을 저녁식사에 초대했고, 슐츠버그 회장은 식사 대신, 뉴욕타임스 기자 2명이 동석한 정식 인터뷰를 제안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신문은 "대통령이 흔쾌히 받아들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말하고 싶었다"고 글을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표정이 무척이나 편해보였다. 집무실에 있는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에 앉은 트럼프 대통령은 금빛 컵받침 위에 놓인 다이어트 콜라를 중간 중간 마시며 답변을 이어갔다"고 당일 분위기를 전했다. 집무실에는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빌 샤인 공보국장과 사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 동석했다는 사실 전달도 잊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좋지 않은 언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수 주류 언론과 사이가 안 좋지만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특히 ‘원수’ 같은 존재다. 트럼프는 뉴욕타임스에게 ‘망해가는 신문’이라고 조롱했고, 워싱턴포스트에 대해서는 ‘아마존을 위해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곳'이라고 공격했다. 대선 후보 시절 당선되면 뉴욕타임스 등이 문 닫게 될 것이라는 막말도 했다.

두 언론도 가만 있진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취임 100일에 "취임 후 99일 중 91일 동안 매일 거짓말을 하거나 사실을 호도했다"는 기사를 냈고,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와의 관계를 폭로한 전직 포르노 배우 기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뇌물을 줬다는 기사 같은 민감한 보도를 연달아 냈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매체를 배제하는 건 아니다. 트럼프는 지난해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와도 1대1 인터뷰를 했다. 월스트리트저널, AP·로이터통신, CBS·ABC 방송 등 다른 주류 매체도 트럼프와 단독으로 만났다. 트럼프가 지난 한 해동안 언론과 단독 인터뷰한 횟수는 70회가 넘는다. 올 들어서도 3번이나 인터뷰를 했다.

트럼프의 이런 모습은 한국의 정치 현실과는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은 외국 순방 때 해당 국가 매체와 인터뷰는 많이 했지만 취임 20개월 동안 한 번도 국내 언론과 인터뷰하지 않았다. ‘특정 언론을 우대하지 않겠다’는 뜻이 있을 수 있다. 또 트럼프의 평소 언론관이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뉴욕타임스의 트럼프 대통령 인터뷰를 보며 문 대통령이 국내 언론과 인터뷰하는 모습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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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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