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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또 치고받은 트럼프-펠로시…장벽예산 갈등 다시 고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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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폭풍 트윗' "정치게임 관두자"…언론 인터뷰선 "시간 낭비"

펠로시 "한 푼도 배정 안 될 것…트럼프, 모든 것 가지려 해" 비판

연합뉴스

지난 25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15일까지 3주간 셧다운(일시적 정부 업무정지) 사태를 풀고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로, 의회 지도부와 합의했음을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전성훈 기자 = 미국 연방정부의 최장기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여파로 일시 봉합된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붙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이 장벽예산 '제로(0)' 방침을 여전히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게임'을 하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이에 민주당 측이 재반박하는 상황이 연출되면서다.

장벽예산 해결 시한이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측의 대치가 다시 가팔라짐에 따라 정국 불안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 연달아 글을 올려 "장벽의 많은 부분이 이미 건설 중이거나 건설 준비가 돼 있다. 기존 장벽의 개보수 또한 우리 국경을 제대로 지키기 위한 계획의 큰 부분"이라며 "장벽은 어떻게든 완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부터는 장벽이라고 부르고, 정치게임은 그만두자!"면서 "장벽은 장벽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장벽'(WALL)이라는 글자를 모두 대문자로 표기해 특별히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참여하는 양원 협의회를 처음 열어 장벽예산 문제를 협의한 다음 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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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민주 지도부와 '장벽협상' 앞두고 취재진 만난 트럼프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법안 서명식에 참석 중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자리에서 장벽예산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는 예산안을 들고 나왔다. 민주당은 장벽이 아닌 다른 국경 안보 조치에는 예산을 배정할 수 있다고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줄곧 콘크리트 장벽 건설을 주장했으나, 작년 말 셧다운 파문으로 반대 여론이 고조되자 '강철 널판 장벽'(steel slats barrier)을 쌓겠다는 양보안을 냈다.

그는 "우리는 장벽 너머를 쉽게 바라볼 수 있도록 예술적으로 디자인한 철제 널판 장벽을 세울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강철 장벽'에 대해 민주당에 내미는 '올리브 가지'(화해의 제스처)라면서 이로써 민주당이 "더는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을 건설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WALL)을 새삼 부각하며 정치게임을 중단하자고 엄포를 놓은 것은 장벽 건설 의지를 피력하며 민주당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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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신년 국정연설'…"강행" VS "불가" 점입가경 (CG)
[연합뉴스TV 제공]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장벽예산 협상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공화당은 시간 낭비를 하고 있고 민주당은 모든 증거, 캐러밴(이민행렬)이 오고 있는데도 몹시도 필요한 장벽을 짓는 데는 돈을 주지 않고 있다"며 "내가 해결하겠다. 장벽은 이미 건설되고 있고, 나는 많은 도움이 필요 없다"라고 말했다.

또 멕시코 국경을 통한 마약 유입을 지적하며 "아프가니스탄 (전쟁)보다 마약으로 인해 더 많은 일이 일어났다"며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왜 장벽을 건설하고 싶지 않겠느냐. 공사는 시작됐고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백악관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뉴욕타임스(NYT)와 가진 인터뷰에선 셧다운을 종결짓기 위한 민주당과의 협상에 대해 '시간 낭비'(a waste of time)라는 표현을 쓰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장벽예산 반영을 거부해 국가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장벽 건설을 강행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 선포할지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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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장벽협상' 결렬 후 기자회견 하는 美민주 지도부
(워싱턴 AFP=연합뉴스) 낸시 펠로시(오른쪽 두 번째) 미국 하원의장 등 미 민주당 의회 지도부가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장벽협상' 직후 백악관 웨스트윙(대통령 집무동)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불만 표출에 대해 펠로시 의장은 국경장벽에는 단 한 푼의 예산도 배정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진행된 주간 브리핑에서 "장벽 관련 비용은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경 경비에 필요한 다른 시설·기술 도입 등에 대한 예산 반영은 협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지려 하면서도 의회는 (자신이 하는 일에) 완전히 손을 떼기를 원한다고 거듭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민주당과 '시한부' 정부 정상화에 합의했으며, 대신 의회는 내달 15일까지 장벽예산을 협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야의 '포스트 셧다운'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할만한 타협안이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미 폭스뉴스는 "(여야가)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지지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예산으로 57억 달러(약 6조3천400억원)를 요구하고 있으며, 백악관은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셧다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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