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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비건 “트럼프, 종전 준비돼” 北에 모든 핵 신고 촉구… 비핵화 빅딜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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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3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 연방정부 인프라 프로젝트에도 미국산 철강과 시멘트 등 자국 제품 사용을 의무화하는 ‘바이 아메리칸’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를 다음주 초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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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31일(현지시간) 북한을 향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 그것(전쟁)은 끝났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북한을 향해 “비핵화 과정이 최종적으로 되기 전에 포괄적 신고를 통해 미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프로그램 전체 범위를 완전히 파악해야 한다”면서 ‘모든 핵의 신고’를 촉구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목표로 대북제재 완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을 주고받는 ‘스몰딜’이 아니라, 미국이 ‘종전 선언’ 카드를 제시하고 북한은 핵시설 사찰 허용ㆍ폐기 및 핵 신고로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는 ‘빅딜’을 추진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와 관련, “여러분(기자들)도 다 알 것”이라면서 다음주 초쯤 날짜 및 장소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베트남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혔다는 점에서, 사실상 ‘베트남 개최’로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비건 “북한, 모든 WMD 포괄 신고해야”… 스몰딜 아니라 ‘빅딜’

북미 실무협상의 미국 측 총괄 책임자인 비건 대표는 이날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틴 아ㆍ태연구소가 주최한 강연에서 북한 측에 “포괄적인 핵 신고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의 해체 및 파기를 약속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 같이 밝혔다.

비건 대표는 그러면서 “핵심적인 핵ㆍ미사일 시설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접근과 모니터링에 대해 북한과 합의에 도달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핵분열성 물질과 무기, 미사일, 발사대 및 다른 WMD 재고의 제거 및 파괴를 담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모든 건 우리가 미ㆍ북 관계의 근본적인 요소들을 마련하는 데 필수적인 로드맵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조율을 위한 실무협상을 앞둔 그가 공개 강연을 통해 미국의 협상 방침은 물론, 북한에 대해 요구상황을 개진한 셈이다.

비건 대표는 특히, “우리는 북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정권 전복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북 상응조치로 ‘종전 선언’을 제안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0년간의 전쟁과 적대를 뛰어넘어야 할 때라는 걸 확신하고 있다”며 “더 이상 이 갈등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핵무기에 대해 올바른 일을 한다면 한반도에 영구적 평화체제가 이뤄질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강연 후 이어진 일문일답에선 “내게는 마지막 핵 무기가 북한 땅을 떠나고, 제재가 해제되며, (북한 주재) 미국 대사관에 (미국의) 국기가 내걸리고 평화조약이 체결되는 완벽한 결말이 있다. 이것이 이상(ideal)이라는 걸 안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비건 대표는 다만, “다음주 북한 측 카운터파트를 만날 때 상응조치를 논의할 것”이라면서 북한 비핵화 완료 이전엔 대북제재 완화가 없을 것임을 재확인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북한과 외교적 과정에서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북한이 줄곧 거부해 온 핵 신고 등을 재차 요구함과 동시에, 협상 실패 가능성도 거론하며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인 셈이다. 그러면서도 “당신이 모든 걸 할 때까지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 말하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여 ‘제재 면제’ 등 다양한 조치를 모색 중임을 시사했다. 주한미군 철수 논란에 대해선 “이런 거래를 제안하는 어떤 외교적 논의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그건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예고된 북미 실무협상은 4일쯤 판문점에서 재개될 전망이다. 미 국무부는 이날 “비건 대표가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회담을 하기 위해 2월 3일 서울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북측 카운터파트로는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후임으로 나설 예정인데, 비건 대표도 이날 강연에서 “(2주 전 워싱턴에서) 새로운 카운터파트 김혁철과 실무 차원의 첫 논의를 가졌다”고 공식 확인했다.

◇트럼프 “내주 초 북미회담 장소 발표… 다 알지 않냐”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일정과 장소를)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며 “발표 시기는 다음주 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회담 개최지에 대해 그는 “여러분 대부분이 그 장소가 어디인지 알 것”이라면서 “대단한 비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해도, 개최지 1순위로 거론돼 온 베트남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담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을 가질 것이라는 점을 강하게 암시한 셈이다. 정확한 일정은 4일 판문점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미 간 실무 접촉을 거쳐 최종 확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아세안 지역에서도 북한과의 정치 교류 수준이 가장 높은 나라여서 일찍이 유력한 북미 정상회담 후보지로 지목됐다. ‘북한의 경제발전 롤 모델’이라는 상징적 차원에서도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 경호에 용이한 조건을 갖춘 휴양도시 다낭 가운데 한 곳이 북미 정상회담 무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현재는 다낭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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