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4 (화)

비건 “北 모든 WMD 신고해야…트럼프, 종전 준비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차 북미회담 ‘비핵화 로드맵 합의’ 목표로 둔 듯

3일 방한… 판문점서 北 김혁철과 실무협상 예정
한국일보

미국의 대북 실무협상을 이끄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31일(현지시간) “비핵화 과정이 최종적으로 되기 전에 포괄적인 신고를 통해 미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전체 범위에 대해 완전히 파악해야 한다"며 북한에 핵 신고를 촉구했다. 비건 대표는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북한에 대한 상응조치로 종전선언 카드를 시사했다.

북미 실무협상 미국측 대표인 비건 대표는 이날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 대학 월터 쇼렌스틴 아·태연구소에서 가진 강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당시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의 해체 및 파기를 약속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북한에 포괄적인 핵 신고를 주문했다.

그는 그러면서 "핵심 핵·미사일 시설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접근과 모니터링에 대해 북한과 합의에 도달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핵분열성 물질과 무기, 미사일, 발사대 및 다른 WMD 재고에 대한 제거 및 파괴를 담보해야 한다"면서 "이 모든 것은 우리가 미·북 관계의 근본적인 요소들을 마련하는데 필수적인 로드맵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조율하는 북한과의 실무 협상을 앞두고 있는 비건 대표가 공개 강연을 통해 미국의 협상 방침을 밝히는 동시에 북한에 대한 요구 상황을 개진한 것이다. 이로 미뤄 미국은 2차 정상회담의 목표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의 스몰딜이 아니라 핵시설 사찰•폐기 및 핵 신고 등을 통해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는 빅딜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비건 대표는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 그것(전쟁)은 끝났다”며 “우리는 북한을 침공할 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 정권 전복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지난 70년간의 전쟁과 적대를 뛰어넘어야 할 때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며 “더 이상 이 갈등을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핵무기에 대해 올바른 일을 한다면 한반도에 영구적 평화체제가 이뤄질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상응조치로 종전선언을 제시하면서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논의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

비건 대표는 “다음주 북한 측 카운트파트를 만날 때 상응조치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북한 비핵화가 완료되기 전에는 대북 제재 완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그는 다만 “당신이 모든 것을 할 때까지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여 제재 면제 등 다양한 조치를 모색중임을 내비쳤다. 그는 주한미군 철수 논란에 대해선 "이런 거래를 제안하는 어떤 외교적 논의에도 관여하지 않는다"며 "그것은 전혀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비건 대표는 이와 함께 “미국은 북한과 외교적 과정에서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비상대책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그간 거부해온 핵 신고 등을 재차 요구하고 협상 실패 가능성도 거론하면서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셈이다.

한편 국무부는 이날 비건 대표가 3일 한국을 방문해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담을 가지며 이어 북한측 카운트파트와 후속회담을 갖는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는 판문점에서 그의 새로운 파트너인 김혁철 전 스페인주재 북한대사와 실무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내주초 2차 정상회담의 구체적 장소와 시간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북미가 본격적인 의제 조율 힘겨루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