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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지구온난화 해답은 '이곳'에 있다? [지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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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추워지고 열 받은 '이곳'에…온난화 해법? / '상식의 배신' 일어난 현장 / 성층권에 얽힌 3가지 이슈

세계일보

‘이곳’은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추워지고, ‘이곳’이 갑자기 열을 받으면 대륙은 꽁꽁 업니다. 지상에서는 먼지를 잡겠다고 난리인데 ‘이곳’에는 먼지를 뿌리려는 계획이 추진 중입니다.

‘상식의 배신’이 일어나는 곳, 이곳은 바로 성층권입니다. 지상 10∼50㎞ 사이, 태양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이 있는 곳이 성층권이죠. 아니, 대류권(지표∼10㎞)도 다 이해하지 못한 마당에 성층권까지 들여다봐야 하냐고요? 아마도 그렇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당연히 그렇습니다’로 대답이 바뀔지도 모르겠네요. 지상에서 벌어지는 온난화가 저 먼 성층권과도 영향을 주고받는 것 같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층권에 얽힌 온난화 이슈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1 온난화가 냉각화라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전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에 비해 1도 정도 올랐다고 하죠. 우리가 살아가는 지표와 대류권은 분명 뜨거워졌는데 대류권 너머는 사정이 다른가 봅니다. 성층권 기온은 1980년 이후 불과 30여년 새 1도가 떨어졌다고 하네요.

성층권이 차가워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히는데 둘 다 ‘사람이 문제’입니다. 오존층 파괴와 온난화 말이죠. 성층권에 있는 오존층은 태양 자외선을 흡수해 주변 공기를 데우곤 했는데 오존층이 파괴돼 이런 기능이 줄었다는 게 첫 번째 이유입니다. 프레온가스(오존층 파괴물질) 사용을 금지한 몬트리올 의정서가 효과적으로 힘을 발휘한 덕에 오존층이 회복되고 있다는 건 그나마 희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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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의 쓰레기 처리장.


이와 달리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없는 온실가스는 성층권 냉각의 주범으로 떠올랐습니다. 지구는 태양에서 받은 열만큼 바깥으로 내보내는데 지표 가까이에 있는 온실가스가 지구의 복사에너지를 계속 흡수해버리니 성층권은 갈수록 추워지는 것이죠. 따뜻한 온돌바닥에 깔린 이불(온실가스)이 한 겹 두 겹 늘수록 이불 속은 더워지고(지표 온난화) 공기는 식는다고(성층권 냉각화) 보면 됩니다.

비슷한 이유로 중간권(50∼80㎞ 상공)과 열권(80∼1000㎞)은 성층권보다도 더 빨리 차가워진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기체는 온도가 떨어지면 부피가 줄죠. 이 때문에 어떤 학자들은 지구를 둘러싼 대기의 반경이 점점 줄어든다고 주장합니다. 말 그대로 ‘하늘이 무너진다’는 얘기죠.

#2 북극해가 열리면 야수가 찾아온다

성층권 입장에서는 지구 온난화 때문에 냉각화란 피해를 입은 셈인데요, 둘의 관계가 이런 ‘일방폭행’으로 끝나는 건 아닙니다. 성층권도 대류권에 일종의 복수를 한다는 겁니다. ‘성층권 돌연승온’(SSW)이라는 현상을 통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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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W는 며칠 사이 성층권 기온이 갑자기 수십도나 치솟았다가 몇 주 뒤 본래 상태로 돌아오는 걸 말합니다. SSW는 온난화가 있기 전에도 자연적으로 일어났던 현상인데요, 온난화가 이를 더욱 부추긴다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일례로 우리나라 연구진이 2014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모델 실험 결과를 보면, 북극이 얼음으로 덮였을 때는 연간 0.35번 일어나는 SSW가 북극 얼음이 녹자 연간 0.64번으로 늘어났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정지훈 전남대 교수(지구환경과학)는 “북극 해빙이 녹아 그 주변 공기가 평소보다 따뜻해지면 그 영향이 성층권까지 전파돼 돌연승온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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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층권 기온이 급상승하면 북극 위를 서→동으로 돌던 성층권 흐름이 갑자기 반대로 변해 대류권에도 혼란을 일으킵니다. 제트기류가 약해져 구불구불 흐른다거나 공기 흐름이 막힌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이렇게 되면 한쪽에서는 극강 한파가, 또 다른 쪽에서는 이상하리만치 포근한 겨울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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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크리스마스 즈음에도 SSW가 일어났습니다. 영하 80도에 가깝던 30㎞ 북극 상공의 기온이 하루이틀 사이 65도나 올랐습니다. 그 결과 유럽에 동쪽으로부터 야수가 찾아왔습니다. 동쪽에서 온 야수(The Beast from the East)는 최근 폭설과 한파로 몸살을 앓는 유럽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SSW 때문에 북극의 찬 공기가 동→서 기류에 실려 유럽을 강타한다는 의미입니다. 갑자기 열받은 성층권이 유럽을 겨울왕국으로 만들어버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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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층권 연구가 과학자들의 순수한 지적호기심에서 일상의 영역으로 무대를 옮겨오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3 먼지 뿌려 온난화 잡는다?

또 다른 이유로 성층권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있습니다. 성층권에 미세먼지만큼이나 작은 입자(에어로졸)를 뿌려 온난화를 잡겠다는 겁니다. 햇빛이 대류권에 도달하기 전에 성층권 에어로졸이 햇빛을 반사시키면 온난화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거라는 주장입니다.

수십년 전부터 나온 이야기이지만 기술적 난관이 많아 아이디어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미국 하버드대와 예일대 연구진이 공동으로 ‘온실가스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기회, 단돈 22억달러(약 2조5000억원)에 모십니다’란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다시 관심을 모았습니다. 논문에는 20㎞ 상공에 에어로졸을 뿌리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 무엇이며, 그걸 개발하는 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15년 뒤 실용화할 경우 매년 온도를 몇 도 낮출 수 있는지까지 상세히 정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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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술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실제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인위적인 기후조작에 부작용이 따를 수 있고,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게을리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논문 교신저자인 거놋 와그너 하버드대 공대(Harvard John A. Paulson School of Engineering and Applied Sciences) 연구원은 세계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성층권 에어로졸이 도덕적 해이를 부르리란 주장은 자동차 안전벨트를 만들면 (사망위험이 줄어) 난폭운전을 부를 것이란 이야기나 마찬가지”라며 “에어로졸은 햇빛을 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바다의 탄소 흡수량 등을 증가시켜 탄소를 실질적으로 감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어느 쪽 주장이 맞을지는 두고볼 일입니다. 다만 이런 생각은 드네요.

우리는 어쩌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저 수십㎞ 하늘 위에서까지 걱정하게 된 걸까요.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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