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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손혜원 "나전칠기博·유물, 국가와 목포에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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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손혜원 의원이 23일 오후 목포시 대의동 나전칠기박물관 건립 예정 용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동산 투기 등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이날 회견이 진행된 건물은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판잣집 형태로 거의 폐허 상태다. [사진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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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구도심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의원(무소속)이 23일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용지에 나전칠기박물관을 지어 이를 국가에 귀속시키고, 나전칠기 등 유물은 전남도나 목포시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부 의사'를 밝힘으로써 목포 구도심에 땅을 산 것이 '공익적이고 순수한 목적'이었다는 점을 확인시켜 확대되는 '투기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손 의원은 또 "이해 충돌이 있다면 사과하겠다"면서도 "하지만 이해 충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손 의원은 이날 목포 나전칠기박물관 건립 예정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손 의원이 나전칠기박물관 건립 예정지 한가운데서 기자간담회를 한 이유는 분명해 보였다. 누추한 현장을 공개해 투기를 할 만한 곳이 아니라는 점을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손 의원은 또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크로스포인트문화재단의 모든 자산을 국가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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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의원은 현장에 도착한 기자들을 향해 "들어와보니 어떠냐"고 물었다. 기자들이 "무너질 것 같다"고 답하니 "80년 정도 된 벽이라서 그렇다"고 말했다. 손 의원 설명대로 박물관 예정 용지인 목포시 복만동 10-4에 위치한 22평짜리 단층 공장 건물은 슬레이트 지붕을 썩은 나무 서까래가 간신히 떠받치고 있어 쓰러질 듯해 보였고 오래 방치된 듯 바닥은 습기로 눅져 있고 악취가 진동했다.

손 의원은 목포와 예술을 향한 그의 순수한 헌신을 거듭 주장하며 부동산 투기 의혹과 이해 충돌 문제를 돌파했다. 그는 "나는 목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재단과 관련한 모든 것을 국가에 귀속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의원은 또 유물을 기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나전칠기박물관을 위해 모았던 17세기부터 21세기까지 유물을 목포시나 전남도에 다 드리려고 한다"며 "지금 팔아도 수십억 원을 건질 수 있는 컬렉션을 다 드리겠다고 하는데, 이 땅에서 어떤 이익을 건지겠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것을 내놓을 수 있다"며 "야당에서는 '그러려면 국가에 환원하라'고 하는데, 10년 전부터 국가에 드리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해 충돌'과 '사전 정보 획득' 여부 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국회의원으로서 본인 행동이 불러온 사회적 파장에 대해선 "다 버려진 도시를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드는 게 좋은 것 아니냐"며 "땅값이 오를 것을 기대해 산 게 아니라 목포에 관심을 갖고 많은 사람이 오면 좋겠다는 것인데, 그것이 국회의원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법적으로 안 걸려도 국회의원으로서 다른 이익이 올 수 있는 게 있다면 사과하겠다"면서도 "지금은 (이해 충돌될) 그런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선내화 옛 목포공장'이 문화재로 등록되는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해서는 "저는 (문화재 등록이) 되는지도 몰랐다"고 답변했다.

손 의원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왜곡된 기사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어 왜 전 국민을 소모전으로 밀어넣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저 정도 되는 초선 의원과 관련한, 정말 얘깃거리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국가 전체를 시끄럽게 만드는 것에 대해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언론 소송 전문 변호사팀을 구성해 그분들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저는 이제는 언론하고 싸울 마음이 없다"고 강조했다.

기자간담회가 진행된 현장은 박물관 한 개 정도를 세울 수 있는 면적이지만 등기부상에는 총 11개 필지로 표기돼 있다. 손 의원실은 매입 건수가 과다한 것을 두고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지역) 필지들은 아주 오래전에 형성되고, 해당 필지의 지상 건물이 증축되거나 합쳐지고 되팔리면서 필지들이 잘게 쪼개져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곳을 "노른자위"라고 칭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발언이 무색하게도 근대역사문화거리는 '도넛 현상(도심 공동화)'의 전형이었다. 목포시 근대역사문화공간 재생 시범사업 구역인 대의동1가 일대는 허름한 건물과 가게들이 빼곡한 죽은 상권이었다. 손 의원 조카·측근 등이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갤러리 카페와 창성장 게스트하우스는 어둑한 골목 분위기와는 달리 단정한 인테리어가 어색하게 두드러졌다.

한국당은 손 의원의 기자회견을 '우기기와 떼쓰기'라고 규정하고 비판을 이어갔다.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역시 영부인과 50년 절친인 국회의원은 무서울 것도 거칠 것도 없어 보였다"면서 "기자회견 내용은 우기기와 떼쓰기로 요약된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손 의원이)자신의 나전칠기 유물 기증 의사를 밝힌 것은, 국민적 공분 상황을 모면해보려는 얕은 꾀로 보일 뿐이다. 하려면 진작 했어야 한다"며 거듭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목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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