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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에바 초호기 타고… 에네르기파 쏘고…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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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VR 테마파크/日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드래곤볼 등/VR게임 변신… 팬들에 짜릿한 경험 선사/

총 쏴서 적 물리치고 에네르기파 발사/도쿄 하늘을 건담과 함께 날 수도/놀이공원 적수 부상한 VR 테마파크

세계일보

서울 강남 VR스테이션의 에반게리온VR과 가상현실 속 화면(오른쪽).


인류를 위협하는 사도(使徒) 침공으로부터 ‘신도쿄를 방어하라’는 네르프 작전과장 카츠라기 미사토의 출격명령이 떨어졌다. 눈앞에 펼쳐진 모습은 애니메이션에서 숱하게 봤던 에반게리온 조종석 그대로다. 고개를 상하좌우로 돌려 주변을 살펴보면 네르프 지하기지 내 격납고 풍경이 생생하다. 양손으로 잡은 조종간을 움직이면 손짓 그대로 움직인다. 잠시 조종석에 익숙해질 만하자 에반게리온 특유의 6각형 화면이 조종석 곳곳에 떠오르면서 여러 친숙한 등장인물이 나타나 긴박한 현재상황을 전해준다.

7분 남짓한 에반게리온 탑승시간 중 가장 짜릿한 순간은 조종석 진동을 느끼며 초고속 승강기로 터널을 통과해서 지상 전장에 사출되는 짧은 동안이다. 에반게리온 조종석에 앉았다는 감흥은 여기까지다. 곧장 빌딩 숲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사도와 사투를 벌여야 한다. 조종간을 좌우로 움직여 사도의 공격을 피하면서 에반게리온이 든 거대한 총을 적을 향해 시선으로 겨냥한 후 조종간 레버를 눌러 반격해야 한다. 강력한 AT필드 방어막에 둘러싸인 사도를 상대로 승리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에반게리온 0호기, 초호기, 2호기, 마크6 중 하나를 골라 최대 4명이 합공할 수 있지만 오늘은 나 혼자다. 무장을 바꿔가며 열심히 공격했지만 이내 사도에게 침식당하는 것으로 에반게리온VR 체험은 종료됐다.

대만 스마트폰 제조업체 HTC와 미국 게임업체 밸브가 공동제작한 가상현실(VR)기기 바이브를 벗으면 비로소 돌아오는 현실세계는 서울 강남역 인근 가상현실 테마파크 ‘VR스테이션’의 1층 ‘에반게리온 VR-영혼의 옥좌: 폭주’다. 2017년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처음 기동(機動)하면서 전 세계 에반게리온 팬들을 흥분시켰던 에반게리온 VR는 지난해 11월부터 강남역에서도 사도에 맞서 싸울 용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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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어트랙션, 새로운 놀이문화

다양한 VR기기에 진동형 좌석 등을 결합한 VR어트랙션은 PC 게임방과 놀이공원 중간쯤에 자리 잡은 새로운 놀이문화다. VR 특유의 놀라운 수준의 몰입감과 현실에선 경험하기 힘든 스토리가 결합해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한다.

VR어트랙션의 성패는 역시 차별화된 콘텐츠다. 유니버셜 스튜디오 등 세계 유명 놀이공원은 터미네이터, 쥬라기공원, 스파이더맨, 해리포터 등 만인의 사랑을 얻은 인기 시리즈물 속 상상의 세계를 놀이기구와 결합해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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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VR스테이션에선 일본 반다이남코 어뮤즈먼트와 독점계약으로 독자적 세계와 팬층을 구축한 에반게리온 등 일본 애니메이션 세계가 VR로 구성됐다. 로봇물의 한 획을 그은 건담VR 체험도 가능하다. 일본 도쿄 오다이바에 서 있는 높이 21.7m의 건담 유니콘이 그 주인공이다. 다만 체험자가 조종석에 탑승하는 에반게리온 VR와 달리 자쿠·시난 쥬 등의 급작스러운 공격에 맞선 건담이 VR체험자를 보호하기 위해 손바닥에 태운 채 오다이바 상공을 누비며 적을 제압한다는 줄거리다. 다소 심심할 수 있으나 주·야간을 선택한 오다이바 상공에서 느끼는 아찔함과 에반게리온보다 시원한 화면이 장점이다.

역동적 VR 체험에는 친구들과 함께 격투장에 올라 서로 ‘에네르기파’를 쏘아댈 수 있는 드래곤볼VR가 최고다. 두 발, 두 다리와 허리에 모션센서 등을 장착한 후 드래곤볼 세계에 들어가면 손오공이 먼저 기초기술을 교습하고, 이후 순간이동을 하고 나서는 손오공, 베지터, 크리링, 피콜로가 각각 실전교습에 나선다. ‘에~네~르~기~파’를 외치며 최대 4명이 서로 대결할 수 있는데 VR 기기를 장착한 채 에네르기를 모으는 체험자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재밋거리다.

지하 1층, 지상 3층, 총 3960㎡(1200평) 규모의 VR스테이션에서 체험 만족도가 가장 높은 코너는 닌텐도의 인기 캐릭터 마리오, 루이지, 피치공주, 요시 중 하나를 골라 환상 속 레이싱 트랙을 달리는 마리오카트VR이다. 트랙 곳곳에 떠 있는 아이템을 손으로 잡아 경쟁자를 공격할 수도 있다.

오리지널 스토리는 없지만 페달을 밟으며 하늘을 나는 ‘공중자전거(WINGED BICYCLE)’도 몰입감은 최고다. 결승전 통과까지 기암괴석 사이를 날며 급추락과 상승을 반복하게 된다.

가장 진화한 형태의 VR는 VR스테이션 2층의 익스트림 아레나다. 오버워치와 비슷한 온라인 대전 게임인데 상체만 움직이는 게 보통인 다른 VR와 달리 VR용 덧신을 신고 특수장비 위에서 걷고 뛰어다니며 상대방을 숨가쁘게 추적 사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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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VR에서 체험자가 에네르기파를 쏘고 있다.


◆놀이공원 대 VR테마파크

서울 강남과 인천 송도 등에 이제 막 생겨난 VR테마파크의 최대 경쟁자는 롯데월드 등 전통의 놀이공원이다. 하지만 VR테마파크 시장 확대의 최대 난제는 높은 가격이다. VR스테이션의 경우 인터넷 사전 예약 시 4개의 어트랙션을 체험할 수 있는 B4 티켓 가격이 주중 3만원(오전 11시, 오후 9시 조조·마감 할인 2만5000원) 수준이다. 1일 자유이용권을 할인판매 사이트 등에서 2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놀이공원에 비하면 ‘착한 가격’에서 한참 멀다. “너무 비싸다”는 불평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VR어트랙션 1회 탑승 인원이 많아야 4명 남짓인 데다 전담 직원 여러 명이 매번 VR체험자의 기기 탑승 및 장착을 도와주고 설명하는 과정 등을 지켜보면 어느 정도 높은 값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정이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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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익스트림아레나VR.


기자가 VR스테이션을 방문한 시간은 막 영업을 시작한 금요일 오전 11시. 조조 시간대여서 역시 한산한 편이었는데 문을 연 지 얼마 안 돼 주말에도 크게 붐비지는 않는 눈치다. VR스테이션을 운영하는 현대IT&E 관계자는 “청소년, 가족 단위 고객과 일본보다 저렴한 요금에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오며 주말에는 연인들 데이트 코스로 인기”라고 설명했다. 이날도 아이 손을 잡고 온 엄마와 중년의 일본인 남녀 관광객 3명, 여러 번 와본 듯한 초등학생 2명이 VR스테이션의 첫 손님이었다. 현대IT&E 관계자는 “VR스테이션 강남점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 상권에 2020년까지 10개 이상의 VR스테이션을 오픈할 계획”이라며 “국산 VR 콘텐츠 개발·발굴에도 적극 나서 국내 VR산업 발전에도 일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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