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리 잃는 한국 주력산업
삼성 스마트폰 지난해 어닝쇼크
LCD 수출액 최근 7년 새 반토막
고부가 기술 제품도 중국에 밀려
수소충전·AI 등 미래산업 불안
제조업 역성장
중국 바이두가 ‘2019 CES ’에서 선보인 무인 자율주행 배달 차량. 월마트와 손잡고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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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력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고부가 제품은 선진국에, 저부가 제품은 중국에 밀렸다’는 평가도 옛말이 됐다. 이젠 고부가 제품까지도 중국과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런 징후는 여러 지표를 통해 확인된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은 스마트전자·스마트카·시스템반도체 등 13개 분야에서 한국과 기술 격차를 크게 줄였다. 한·중 간 기술 격차는 2013년 1.1년에서 2015년 0.9년으로 줄었다가 2017년에는 0.7년에 이르렀다. 기술은 한국이 다소 앞서 있지만 산업 경쟁력은 이미 중국이 앞질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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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10대 주력 산업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다. 철강 부문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지난해 10월 조강생산량(강판·봉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강괴 생산량)은 8255만t으로 월간 생산량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세계 철강 제품 공급을 중국이 주도하면서 한국산 제품 점유율은 하락하고 있다. 국내 철강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 점유율은 2001년 2.7%에서 2017년 20.5%로 증가했지만, 한국산 제품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6년 17.1%에서 2017년 15.1%로 떨어졌다. 국내 철강 산업의 연평균 부가가치 증가율은 2007~2012년 0.7%에서 2012~2017년 -1.8%로 하락했고, 노동생산성 증가율도 10년 연속 마이너스(-2.6%)를 기록했다.
석유화학 부문도 중국이 한국 제품보다 자국산 제품을 쓰기 시작하면서 국산 제품 수요가 줄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합성원료·합성수지·합성섬유 등 일반적으로 쓰이는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중국의 자급률은 2011년 69%에서 2018년에는 90%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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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DJI가 선보인 ‘매빅2’ 드론은 열화상 및 고배율 줌 촬영이 가능하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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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앞으로다. 중국의 기술 추격이 거센 가운데 한국은 고부가 기술 경쟁력마저 밀리고 있다. 가령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홍보 모델’이라 밝힌 수소차는 부품 국산화율이 99%에 달한다. 그러나 수소차가 달리는 데 필수적인 수소 충전소 관련 부품은 60%를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도 인공지능 카메라센서·라이다 등 값비싼 핵심 부품들과 자율주행 반도체, 정보기술(IT) 플랫폼 등은 해외 기업이 기술을 선점했다. 인공지능·자율 운항 선박 등 대다수 미래 산업 영역이 이런 상황이다.
서강대 혁신과경쟁연구센터 허정·박정수 연구팀은 국내 주력 산업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신기술 진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시장 붕괴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전기차 시대 도래로 기존 내연기관 부품이 더는 생산되지 않는 상황이 오면 부품 생산액은 46조원, 고용은 26만 명 줄어들 것으로(한국수출입은행 2017년 분석) 예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주력 산업의 위기를 해결하지 않고 신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특히 거세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과의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새로운 ‘대(對)중국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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