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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앵커브리핑] "다가올 50년은 이전보다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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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1967년 당시 스무 살 대학생이었던 캐스린 스위처.

보스턴 마라톤에 출전하고 싶었지만 당시만 해도 마라톤은 남성만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참가신청서엔 당연히 성별을 표기하는 항목조차 없었습니다.

스위처는 규칙에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성별을 감춘 채 서류를 접수했고 대회 당일 진한 립스틱을 바르고 레이스를 시작했습니다.

"여자는 경기장에서 나가라"

대회 관계자들이 어깨를 밀쳐냈지만 그의 코치와 남자친구는 물론 함께 뛰던 선수들은 방해를 막아냈고 스위처는 완주에 성공합니다.

여기서 마무리됐다면 일회성 소동으로 끝났을지도 모를 일.

그러나…

결국 5년 뒤 보스턴 마라톤 대회는 여성의 참여를 허용했지요.

단단한 벽을 깨고자 했던 누군가의 용기, 그리고 그것을 돕고자 했던 마음으로 인해 세상은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여전히 두려워 보였습니다.

예고했던 기자회견을 몇 차례 미뤄야 했고 예고했던 가해자의 실명도 공개하지 못했습니다.

빙상계 성폭력, 누가 침묵을 강요했는가

"전명규 사단으로부터 2차 가해를 당할까…지금도 그 두려움은 여전"

- 젊은빙상인연대 성명서


자칫 2차 피해를 당할까…

다시는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할까…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건 해소되지 않은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공포일 것입니다.

빙상계 성폭력, 누가 침묵을 강요했는가

"이번만은 바뀌겠지라는 기대를 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기대는 헛된 바람으로 끝났습니다"

- 젊은빙상인연대 성명서


또한 그것은 잠깐 시간이 지나면 다시 시선을 거둘지도 모를 사람들을 믿지 못한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지요.

'줄탁동시'

-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

안과 밖에서 함께 애써야 단단한 알은 비로소 깨어진다는 이치…

그 옛날 캐스린 스위처의 마라톤을 도왔던 사람들처럼 지금까지의 관행이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조금 더 많아진다면…

지금의 세상도 그만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50여 년 전, 겁 없이 남성들 사이를 질주한 캐스린 스위처는 70세가 된 2년 전, 당시의 등 번호를 달고 다시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무사히 완주.

가쁜 숨을 내쉰 그는 말했습니다.

"다가올 50년은 이전보다 더 나을 것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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