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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유레카] 김정은 위원장의 생일 / 박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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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통일부가 운영하는 누리집 ‘북한정보포털’을 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984년 1월8일생으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몇년 전까지만 해도 김 위원장의 생년월일은 추정의 영역에 가까웠다. 그가 2010년 9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인민군 대장에 임명되며 후계자로 공식화된 뒤에도 한동안 태어난 해를 두고 1982년부터 1984년까지 설이 분분했다.

82년생 ‘설’은 할아버지 김일성이 1912년생이고 아버지 김정일이 1942년생으로,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의 간격을 두고 태어나 정권을 이어간다는 상징적 의미가 부각되며 회자됐다. 83년생은 김정일의 일본인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가 주장했다. 13년간 북한에 머물렀던 후지모토는 2001년 일본으로 돌아온 뒤 “1993년 원산초대소에서 김 위원장의 어머니 고용희가 ‘정은 왕자는 1983년 돼지띠’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증언했다.

김 위원장의 이모 고용숙은 84년생에 힘을 실었다. 1990년대 스위스에서 어린 정은·정철 형제를 돌보다 1998년 미국에 망명한 고용숙은 2016년 5월 <워싱턴 포스트>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우리 첫아이와 같은 해인 1984년 태어났다. 두 아이의 기저귀를 내가 갈아줬다”고 말했다. 1984년생 설은 두 달 뒤 미국 국무부가 김 위원장을 인권침해 혐의로 제재명단에 올릴 때 1984년 1월8일생으로 명시하면서 ‘대세’로 굳어졌다.

반면 생일은 이견이 별로 없었다.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의 생일을 언급한 적은 없지만, 정보당국은 북한이 내부적으로 생일 행사를 해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1월8일에는 미국 프로농구(NBA) 출신 데니스 로드먼이 평양체육관에서 시범경기 중 귀빈석에 앉아 있던 김 위원장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논란이 됐다.

김 위원장의 생일은 최근 중국 방문 때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생일로 알려진 8일에 북-중 정상회담과 만찬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에도 김 위원장의 생일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 김 위원장도 결국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생일이 1972년과 1982년 각각 최대 명절로 지정된 전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그게 언제일지는 당분간 더 호사가들의 ‘수다’에 남겨질 것 같다.

박병수 논설위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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