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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애 둘 데리고 공항 가던 날, 나한테 왜 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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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은경] 치과에 갔다 오기로 한 남편이 오지 않는다. 전화도 받지 않는다. 이상하다, 오후 5시에 인천공항 리무진 버스 타는 곳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는데…. 현재시간 오후 4시 20분. 연락두절인 남편을 더 이상 믿고 있을 수 없었다. 카카오 택시를 불러 짐을 실었다. 1월 9일, 베트남 한 달 살기 출발하는 날이었다.

출발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 질주하신 택시기사님 덕에 오후 4시 38분 도착, 예상보다 빨리 40분에 출발하는 리무진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뒤늦게 남편에게 치과 치료가 생각보다 너무 늦어졌다고 전화가 왔다. 아직도 치료 중이라면서. 남편 덕에 20분이나(?) 빨리 출발했지만 차가 조금 막혔고 6시에야 공항에 도착했다. 계속 남편만 믿고 기다렸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차를 타자마자 기절하듯 잠든 아이들과 달리, 나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남편 없이 내가 애 둘과 잘 지낼 수 있을까? 되돌리기엔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그 사이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 도착한 버스. 캐리어 3개와 두 아이들을 챙겨 항공사 카운터에 가니 셀프 체크인 먼저 하고 오란다.

으응? 셀프 체크인 기계 앞에 섰다. 두 아이들을 인솔해서 떠나는 외국 여행은 모든 게 '도전'이다. 얘들아, 걱정 마… 그래도 이건 엄마가 몇 번 해봤어. 그래도 애 둘 앞이라 긴장되어 허둥대는 엄마 옆에서 침착한 큰딸의 도움으로 좌석 지정까지 '완료' 하니 자신감 뿜뿜이다.

당당하게 항공권 뽑아 들고 '나 잘했죠?' 하는 얼굴로 항공사 직원에게 갔더니 이번에는 대기인 수가 많다면서 스마트 백드랍 기기를 사용하여 셀프로 짐을 부치란다. '나한테 왜 이래요?' 짤이라고 찾고 싶은 심정이었다.

15킬로그램을 넘지 않으려고 짐을 잘 챙겨 넣긴 했지만 0.3kg 넘는 게 딱 하나 있었던 것. 기계가 오차를 허용해줄 것인가? 만약 거절당해 가방을 풀고 싸야 하면 어쩌나? 아… 그것만은 피하고 싶은데… 오만 가지 생각으로 셀프 카운터 앞에 서니 너란 기계 참 낯설다.

순서대로 침착하게 여권과 항공권을 인식할 때까지는 좋았는데 이건 무엇? 프린트되어 나온 택을 가방에도 붙여야 한단다. '멘붕'이 왔다. 침착하자. 그때 "제가 알려드릴게요" 구세주같이 등장한 공항 도우미 직원.

시간은 좀 걸렸지만 비교적 무난히 짐 부치는 것까지 완료하니 핸드폰으로 인천공항 혼잡도까지 살펴볼 여유까지 생겼다. 짧은 시간 안에 보안 검색까지 마치고 이젠 비행기만 타면 된다고 생각하니 그제야 허기가 몰려왔다.

그런데 웬걸. 공항 푸드코트는 인산인해였다. 줄도 서야 했고 자리도 잡아야 했다. 내 몸은 하나인데… 안 되겠다. 이 도떼기시장 같은 곳에서 아이들과 실랑이하며 여행의 시작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때 가봤던 거기로 가보자. 인천공항에는 푸드코트 말고도 구석구석에 음식점이 있다. 틈새 공략에 성공! 마침 아이들이 먹고 싶은 메뉴도 있었다. 우아하고 여유롭게 저녁을 먹고 있으니, 나와 똑같은 선택을 한 가족이 들어오면서 하는 말.

"우와… 여길 어떻게? 당신 선택 최고다. 어떻게 이런 곳을 찾았어? 저긴(푸드코트를 말하는 듯) 너무 정신없어서 애들이랑 먹기 진짜 싫었거든."

완전 공감. 느긋하게 저녁을 먹고 트레인을 타고 다시 이동해서 127번 게이트 앞에 섰다. 우리를 실어 나를 비행기가 한 대가 멋지게 서 있었다. 제발 부디 건강하고 즐겁게, 이 긴 여행을 마칠 수 있기를.

베이비뉴스

저녁 먹은 후 이 닦는 아이들. 비행기에서 푹 자게 될 줄 알았건만…. 아… 하얗게 불태운 밤 비행기.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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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기자로,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연재기사를 모아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2017년 5월 1일)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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