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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인식이 어떻든 사실이 중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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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묻고 컨설턴트가 답하다] 기업 위기관리 Q&A 183편

[기업의 질문]

“워낙 요즘 기자들을 ‘기레기’라고도 부르는 환경이고, 가짜뉴스다 뭐다 해서 사실 아닌 이야기들이 마치 팩트처럼 돌아다니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저희는 그런 잘못된 인식이야 어떻든 우리만 떳떳하자고 생각합니다. 인식이야 어떻든 진짜 중요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이코노믹리뷰

글쎄요. 내부적으로 공유ㆍ공감받는 사실이 일단 존재한다는 것만 봐서는 필요한 이야기 같습니다. 사실이 무엇인지는 매우 중요하죠. 사실이 아닌 것이 사실인 것처럼 알려지고 회자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상황도 없을 것입니다.

질문처럼 상당히 여러 회사들이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회사 이미지야 어떻든 우리는 제품만 잘 만들면 된다!” “남이 뭐라 하든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는 법이다.” “우리 진심을 안다면 저렇게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와 비판을 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떳떳하다. 우리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일부 언론이 악의를 가지고 저런다.”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이 생각의 문제 핵심은 사실과 인식을 서로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는 출발점에 있습니다. ‘사실은 이런데, 그 사실을 대하는 인식은 저렇다. 왜 그 사이에 차이가 생길까?’ 기업들이 이런 의문을 품는 것이죠. 그리고는 ‘아마 그 차이는 사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사실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 또는 의도적으로 비판만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함부로 우리를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합니다.

사실과 인식이 서로 전혀 다르고 상호간 아무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 인식을 가지는 상대만 잘못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현실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어떤 조그만 사실관계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인식이 얼마나 될까요? 차라리 위기관리 실무자들은 그런 어처구니없는 이슈는 반박 관리하기가 쉽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인식을 만드는 이해관계자들과 맞서서도 반박이 쉽죠.

대부분의 인식은 관련된 사실관계가 일부 또는 상당 수준 존재하기 때문에 생겨납니다. 그러나 해당 기업은 사실과 인식은 다르다는 생각을 시작하게 되니 문제입니다. 사실관계가 그 후 생겨난 인식과 직접 관련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해당 사실관계가 너무 부풀려지거나, 이상하게 왜곡되어 인식이 형성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사실과 인식은 전혀 다른 존재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렇게 잘못된) 인식이야 어떻든 우리는 사실에 만족하자는 이야기는 상당히 패배주의적인 체념일 뿐입니다. 기업 홍보와 위기관리라는 내부 기능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노력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홍보나 위기관리는 평시나 위기 시 기업을 둘러싼 사실과 인식간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합니다.

사실보다 뛰어난 인식을 조성하려는 노력은 분명 사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만큼의 인식을 조성하려는 노력은 기업으로서 분명히 기울여야 하는 노력입니다. 기업을 구성하는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의무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사실에 훨씬 못 미치는 인식은 홍보와 위기관리 기능의 관리 대상입니다. 필히 그 간극을 좁히려 노력해야 합니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이 부단히 커뮤니케이션하고, 제대로 커뮤니케이션하려 하고, 신속하게 커뮤니케이션하려 하고, 끝까지 노력해 보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 반대로 기업이 일어나는 인식과 여론에 돌아앉고, 침묵하며, 귀를 막고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됩니다. 사실과 인식이 따로 따로 존재한다는 생각을 버리십시오. 대신 회사를 위해 모두가 꾸준히 인식을 관리한다(Perception Management)는 새로운 생각을 하기 바랍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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