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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팀장칼럼] 홍석천의 폐업, 홍남기의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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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턴 호텔 뒷골목부터 경리단길은 일명 '홍석천 거리'로 불린다. 그는 2002년부터 13곳의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그런데 최근 가게 두 곳(마이타이차이나·마이치치스)의 문을 닫았다고 한다. 맛도 괜찮고 분위기도 좋아 손님들로 붐볐던 식당이다.

그는 골목상권 위기 이유로 임대료 폭등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사라지는 거리의 특색을 꼽았다. 열정이 가득했던 가게들이 이를 견디다 못해 떠나버리거나 폐업했다는 것이다.

그는 경리단길이든, 어느 상권이든 건물주·임차인·주민 그리고 이를 돕는 관공서가 모두 하나가 돼 심폐소생을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다.

서울 강남 영동시장인근 '백종원 거리'로 불린 식당가도 최근 폐점이 이어지고 있다. 더본코리아의 새마을식당, 홍콩반점, 미정식당 등은 임대료·인건비 상승의 이중고를 버티지 못하고 지난해 문을 닫았다.

연예인의 인지도를 활용해 쉽게 손님을 끌 수 있는 식당이 폐점할 정도면, 마케팅력이 없는 영세 자영업자는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게 뻔하다.

서울은 그나마 낫다. 지방은 더욱 심각하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데도 경쟁은 치열해지고 비용은 늘었다. 정부 청사가 밀집한 세종시의 사례를 보자.

세종시의 음식점 경쟁은 그야말로 박터진다. 2만5000원짜리 보리굴비를 주문하면 오리고기가 서비스로 나온다. 이 정도 주지 않으면 공무원들을 단골로 만들수 없어서다. 폭등한 임대료, 급등한 최저임금 탓에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지만, 서비스를 줄이는 순간 경쟁 식당에 단골을 빼앗길 수 밖에 없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다보니 두 달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는 식당이 속출한다.

정부는 지난해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차등화하는 방안을 강구했다. 지역마다 물가와 소득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2년새 29% 오른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그나마 완화해 줄 현실적 대안으로 여겨졌다.

우리는 현재 지역·업종·연령 등에 따른 차등 적용이 전혀 없다. 반면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브라질 등 12개국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적용한다. 일례로 일본의 최저임금은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지역별로 달리 정해진다.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도쿄는 약 985엔, 가장 낮은 오키나와 등의 지역은 760엔이다. 일본은 주휴수당이 없다. 올해 한국의 실질 최저임금(1만30원)이 일본보다 1000원 이상 많다.

연령·업종·학력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나라도 있다. 영국·칠레 등 11개국은 연령에 따라, 캐나다·멕시코·호주 등은 지역·업종·숙련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세분화해 적용한다. 헝가리는 학력, 중국은 전일제 여부 등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차등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기존 정책을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지역 경제인들이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최저임금 차등화를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7일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만나 "현실적인 측면에서 볼 때 최저임금 차등화 적용이 어렵다"고 했다.

홍 장관이 생사의 갈림길로 내몰린 세종시 식당을 한 번만 시찰했다면 이런 결정을 쉽사리 내릴 수 있었을까. 현장의 목소리와 담 쌓은 정부의 일방통행이 우려스럽다. 심폐소생을 위한 해법을 찾자는 홍석천의 말이 홍 장관의 말보다 훨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윤정 생활경제부장(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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