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가진 자의 갑질이 매우 심한 시절에 나돌던 유행어이다. 세상이 많이 투명해진 지금은 전에 비해 훨씬 줄기는 했지만 아직도 가진 자의 갑질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는 것을 보면 여전히 괘씸죄의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괘씸’의 어원은 한자어 ‘過甚’에 있다고 한다. ‘過’는 주로 ‘지날 과’라고 훈독하여 통과하는 행위나 지나간 과거를 나타내는 글자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허물 과’라고 훈독하여 허물 즉 잘못을 뜻하는 글자이기도 하다. ‘甚’은 ‘심할 심’이라고 훈독하며 정도가 심한 상태를 뜻하는 글자이다. 그러므로 ‘過甚’은 ‘허물이 심한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주로 아래 사람이 윗사람에게 범하지 않아야 할 잘못을 저질러 크게 결례했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욕설에 준하는 꾸지람인 “괘씸한 놈”의 ‘괘씸’이 바로 그런 예이다. “괘씸한 놈”이라는 욕을 먹을 만한 행동을 한 사람은 깊이 반성하며 용서를 빌고,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단지 윗사람의 비위를 거슬렀다는 이유로 괘씸죄에 걸려 승진을 못한다거나 좌천이 되는 등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윗사람의 비위만 맞추려 드는 사람은 조직을 망치는 사람이다. 상관의 비위를 건드리면서라도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 조직을 건강하게 한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바른 안목과 떳떳한 양심을 갖고서 아예 괘씸죄라는 죄목 아닌 죄목을 머리에서 완전히 지워버려야 할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 전북대 중문과 교수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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