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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용산참사 10주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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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20일 서울 한강로 2가 남일당 옥상에서 용산4구역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해 농성 중이던 철거민 5명 등 6명이 경찰의 강제진압 과정에서 숨지고 24명이 부상하는 일이 발생했다. 용산참사다. 당시 법원은 “화재는 농성자의 화염병 투척으로 일어났고, 경찰의 진압은 적법했다”며 살기 위해 망루에 올랐다가 불에 타 숨진 이들에게 ‘죄’를 씌우고, 살아서 내려온 8명은 ‘옥’에 가두었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꼭 10년이 흘렀지만 진실은 밝혀지지 않고 죽음을 부르는 재개발 방식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용산참사는 무리하게 진압한 당시 경찰 지휘부의 책임”이라는 경찰청 진상조사위원회의 결론에도 이를 지시한 김석기 당시 서울경찰청장(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그때 당시 경찰의 진압은 정당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반성은커녕 당당하기까지 한 그의 말은 할 말조차 잊게 만든다. 참사 직후 ‘댓글 여론 조작단’을 운영하면서 국민의 시선을 돌리려 한 이명박 청와대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작전을 연기해달라”는 현장 지휘자의 의견을 묵살한 당시 경찰간부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용산참사 사건 재조사 방침을 밝힌 검찰 과거사조사위는 뭘 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안타까운 죽음’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아현2 재개발구역 철거민 박준경씨는 “씻지도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갈 곳도 없다”며 지난달 한강에 몸을 던졌다. 지난해 2월에는 서울 성북구 장위동 뉴타운사업지의 공장세입자가 턱없이 낮은 이주보상비로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재개발 현장의 폭력적 강제퇴거 집행도 여전하다. 서울 아현동, 장위동, 신수동, 청량리, 개포동, 자양동, 청계천 등 재개발·재건축 예정지구의 강제철거 과정에서 소화기 난사, 공포감 조성, 폭력 등의 인권침해는 계속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언제까지 억울한 죽음, 강압적 철거폭력을 수수방관하고 있을 것인가. 용산참사의 진실을 규명, 책임자를 처벌하고 원주민과 세입자를 내쫓는 재개발 현장에서의 인권유린을 막을 법을 만드는 일은 당연히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이날 열린 추모제에서 “10년 전 그 망루 불구덩이 속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통 없이 살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달라”는 생존 철거민과 유가족의 말을 정부와 국회는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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