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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영욕 점철된 '권력 2인자'… '親文' 노영민은 순탄할까 [뉴스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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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의원으로 주중대사에서 발탁돼/‘친문체제’ 강화로 개혁 지속추진 의지/ 대통령 1명·국회의장 2명·총리 2명 배출/ 文대통령·文국회의장도 비서실장 출신/ 역대 초대 실장 재임 뒤 대개 요직 중용/ 권력남용 실세형 퇴임 후 혹독한 대가/ 5년 단임제 이후 모두 27명 靑 거쳐가/ 의원 14명 최다…관료·학자 각각 5명/ 전문가 "비서실 조정·조율역에 그쳐야"

세계일보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가장 지근거리에 있어 권력의 2인자로 불린다.

1988년 대통령 5년 단임제 실시 후 역대 정권의 대통령 비서실장은 영욕으로 점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서실장 출신으로 대통령(1명) 국회의장(2명) 국무총리(2명)에 오른 이가 있는 반면 영어의 몸으로 수감생활을 하는 등 이들의 말로는 영광과 오욕이 교차했다.

대통령을 지근에서 모시는 비서실장은 ‘실세형’과 ‘관리형’으로 나눌 수 있다. 역대 비서실장 가운데 각종 인사에 깊숙이 개입하는 등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실세형은 퇴임 후 혹독한 대가를 치렀고, 절제된 권한을 행사하거나 비교적 조용히 지낸 관리형은 무탈했다.

문재인정부의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체제가 지난 8일 출범했다. 3선 의원 출신으로 주중대사에서 발탁된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노 실장의 비서실 운영 스타일과 퇴임한 임종석 초대 비서실장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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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첫 ‘문·문’ 라인 구축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공통점이 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 1기 비서실에서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으로, 문 의장은 실장으로 일한 인연이 있다. 또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문 의장은 초대 비서실장을 각각 했다.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의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함께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헌정사에 처음 있는 일이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박관용 초대 비서실장도 국회의장을 지냈다. 문 의장과 박 전 의장은 의원직을 던지고 비서실장을 맡았고, 퇴임 후 국회로 복귀한 케이스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인 노재봉 청와대 비서실장을 재임 중 총리로 발탁했다. 노 총리는 이어 1992년 실시된 14대 총선 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한승수 비서실장은 이명박정부에서 초대 총리로 픽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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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식 전 실장(왼쪽부터), 류우익 전 실장, 김기춘 전 실장


역대 정부의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체로 1년 이상 재임하며 다른 요직에 중용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홍성철 초대 비서실장은 통일원 장관과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을 차례로 역임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박관용 초대 비서실장은 청와대 정치특보에 이어 국회 통일외무위원장, 신한국당 사무총장을,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김중권 초대 비서실장은 새천년민주당 대표를 각각 맡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문희상 초대 비서실장은 청와대 정치특보, 국회 정보위원장, 열린우리당 의장을 차례로 역임했다.

취임 후 6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청와대를 떠나는 등 단명에 그친 이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류우익 초대 비서실장은 취임 후 4개월 만에 퇴진했다. 그는 이후 주중 대사, 통일부 장관에 임명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허태열 초대 비서실장은 청와대 입성 후 5개월 만에 그만뒀다. 그는 사퇴 후 ‘무관’으로 세월을 낚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윤철·이상주 비서실장은 발탁된 지 3개월과 4개월 만에 각각 하차했다. 이들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전윤철)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상주)으로 영전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홍성철(2년1개월)·정해창(2년2개월) 비서실장,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정길(2년) 비서실장은 장수했다. 1년 8개월 만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문재인 대통령의 임종석 전 실장은 역대 비서실장의 재임기간과 비교하면 짧지 않다.

◆의원 출신 비서실장 최다

역대 정부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차지하는 정치적 상징성을 고려해 인선에 심혈을 기울였다. 비서실장 인사에 ‘국민통합·화합’ ‘개혁’ ‘안정·실무형’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 출신으로 TK(대구·경북)가 고향인 노태우 전 대통령은 황해도에서 태어나고 대통령 정무수석, 총리비서실장, 내무부 장관, 보건사회부 장관을 지내는 등 행정경험이 풍부한 홍성철 비서실장을 선택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자신의 약점인 군 출신을 보완하고 내각에 정통한 실무형 인사를 가까이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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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전 실장(왼쪽), 노영민 실장


YS는 같은 PK(부산·경남) 출신 박관용 비서실장을 발탁해 임기 초반 강력한 개혁드라이브를 걸었다. 호남 출신 DJ는 TK가 고향인 김중권 비서실장 카드를 통해 국민통합을 도모했다. 문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지낸 호남 출신 임 전 실장에 이어 노 실장을 연달아 기용한 것은 ‘친문체제’를 강화해 개혁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대통령 5년 단임제 실시 후 27명의 비서실장이 청와대를 거쳐 갔는데 국회의원(14명) 출신이 가장 많고, 관료(5명) 학자(5명) 언론인 등(3명) 순이다. 의정활동 경험이 있는 문 대통령과 YS, DJ는 정치인을 선호했다. YS의 비서실장 4명은 모두 금배지를 달았던 점이 특이하고, DJ는 정치인(3명), 관료(1명), 학자(1명) 출신을 골고루 비서실장에 앉혔다. 반면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의원보다 대학총장 등 학자와 언론인 출신 인사에 더 관심이 높았다. 군 출신인 노태우 전 대통령은 비서실장에 정치인 출신은 1명도 없고, 관료와 학자를 우대했다. 한광옥 전 비서실장은 김대중·박근혜 전 대통령을 각각 모셔 ‘재수’ 기록을 세웠다.

◆전문가, 비서실장은 비서실을 조정·조율해야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원장은 18일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우리나라만큼 청와대 비서실장이 파워가 있고, 주목을 받는 나라도 드물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비서실장이 권력의 2인자로 군림하는 것은 군사정권의 유물로 민주화가 됨에 따라 많이 없어졌지만 구시대의 그림자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최 원장은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치력을 발휘하거나 진두지휘하면 불똥이 대통령에게 튀기 때문에 전면에 나서면 안 된다”며 “비서실장은 비서실을 조정·조율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용호 선임기자 drag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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