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피터 브뤼겔 ‘눈속의 사냥꾼’ |
서양의 근대는 16세기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에서 시작됐다. 르네상스의 휴머니즘이 인간 중심의 세계에 관심을 두면서 문화예술에서 근대로의 전환을 이뤘다면, 종교는 종교개혁을 통해서였다. 종교개혁은 종교적인 제도와 의식보다 인간 개인의 신앙생활을 강조한 점에서 르네상스의 휴머니즘 정신을 적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북유럽에서 시작된 종교개혁과 신교와 구교의 분리는 미술에도 영향을 끼쳤다. 신교 교회가 교회 안의 회화나 조각을 우상숭배로 금지했기에 신교권 국가 미술가들은 가장 큰 수입원인 교회의 미술작품이란 일거리를 잃게 됐다. 신교 교회가 반대하지 않는 영역을 개척해야만 했고, 그중 하나가 풍속화였다.
브뤼겔은 구교권 국가의 장식적인 미술과 달리 일상적인 풍경을 그려 관심을 끌었다. 표현 방식에서도 브뤼겔은 가까이 있는 사람과 사물을 크고 또렷하게 나타냈고, 멀리 보이는 산과 마을을 작고 흐릿하게 나타냈다. 브뤼겔의 풍속화를 시작으로 북유럽에서 초상화, 풍경화, 삽화 등 다양한 미술작품이 펼쳐졌다.
미세먼지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눈이라도 내려 미세먼지가 씻겨 내려가면 답답함이 덜하려나. 설경이 그리운 1월 아침 브뤼겔의 그림을 보며 생각에 잠겨 본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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