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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기고]동영상으로 수익 낸다고 ‘방송 규제’ 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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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표현은 자유롭다. 모든 사람은 누구에게 허락받거나 신고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스토리를 자기가 원하는 방식과 경로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화자는 정치적으로 공정할 필요도, 교양 있고 건전할 필요도 없으며, 자신의 표현물을 돈을 받고 팔 수도 있으며, 다른 사람의 표현물을 사서 대신 전달할 수도 있다.

경향신문

이러한 표현의 자유의 원칙을 거스르는 법 중 하나가 방송법이다. 방송콘텐츠도 원래는 자유로워야 하는 표현물이지만, 방송콘텐츠가 일반적인 표현물과 다른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엄격한 각종 규제가 정당화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송콘텐츠를 일반 표현물과 다르게 만드는 그 ‘무언가’는 무엇일까. 그것은 표현물이 유통되는 ‘경로’, 즉 전달 매체의 특성에 있다. 표현물이 공중에 동시적이면서 일방향적으로 침투시키는 구조의 매체를 통해 유통되었는지, 이러한 매체를 이용하여 표현물을 유통할 권리가 제한적으로 부여되었는지, 이로써 수신자인 일반 국민들의 선택권이 현저하게 제약되는지가 바로 ‘방송’을 정의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쉽게 말해 TV나 라디오처럼 각 방송사들의 일방적 편성에 따라 프로그램이 송출되고 채널은 제한되어 있어 시청자들은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이 그 소수 매체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해들을 수밖에 없는 경우, 그 막강한 영향력을 통제하기 위해 방송을 규제하는 것이다.

인터넷은 어떤가. 인터넷은 양방향적 매체이며, 누구나 자유롭게 이 매체를 이용하여 표현물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셀 수 없이 다양한 콘텐츠, 채널, 서비스, 플랫폼이 존재하는 매체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만을 적극적, 능동적으로 선택해서 보고, 다른 수많은 콘텐츠, 채널, 플랫폼, 서비스들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권이 상시적으로 보장된다. 즉 인터넷은 방송과는 전혀 다른 매체로,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가 유통되는 경우에는 방송과 같이 규제할 필요도, 규제해서도 안된다.

그런데 최근 김성수 의원이 발의한 일명 ‘통합방송법’은 인터넷 동영상 콘텐츠도 방송법으로 규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넷플릭스, 아프리카TV와 같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OTT), 그리고 이 사업자에게 콘텐츠를 판매하는 MCN이나 개인 크리에이터도 방송사업자로 규정하고, 일정한 등록, 신고 절차를 통한 진입규제 및 광고규제, 내용규제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방송법상 방송은 공정성, 공공성, 품위 유지, 건전성 등 엄격한 심의규정에 따른 심의를 받으며, 위반 시 방송사업자는 방통위, 방심위로부터 제재를 받고, 제재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벌금까지 부과받을 수 있다. 재미있고 참신한 동영상 콘텐츠로 수익을 내고자 하는 크리에이터들, 혹은 정치 논객으로 활동하면서 생활도 영위하고자 하는 1인 미디어들에게 이러한 공공성과 공정성을 요구하며 심의, 즉 내용검열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타당한가. 이러한 규제는 크리에이터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경직시킨다. 사람들이 이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방송과 달리 자유로운 표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철구가 품위 있는 말을 해야 하고, 망치부인이 정치적 발언을 시원하게 할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한편 OTT에 대한 규제 강화는 일반 이용자에게도 불이익하다. 해외 서비스가 규제를 피하려고 국내 콘텐츠를 유통시키지 않으면 이용자들은 국내 콘텐츠를 보기 위한 서비스에 별도로 가입해 이용료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또 OTT 사업의 진입장벽이 높아져 소수의 통신사, 방송사와 연계된 플랫폼들만이 유통을 독점하게 될 경우의 폐해도 생길 수 있다.

표현물의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돈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표현물과 달리 규제하는 경우는 어디에도 없다. 이러한 규제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권익과 미디어 시장, 나아가 문화 전반의 성장을 저해할 뿐이다. 미디어의 지형이 급변하는 시대에, 국회는 규제 만능주의에서 탈피하고 오히려 규제를 완화하여 미디어의 다양화를 통해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증진시키는 방향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손지원 사단법인 오픈넷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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