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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김광일의 입] 손혜원, 김정숙, 나경원, 김의겸, 네 사람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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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정정기사로 시작하겠다. 국회 문광위 여당 간사인 민주당 초선의원 손혜원 씨가 가족·측근들과 목포 ‘문화재 거리’ 일대에 사들인 건물과 땅이 20곳으로 늘어났다. 또 국토부와 문화재청을 거쳐 이곳에 5년 동안 투입될 나랏돈이 무려 1100억원이나 된다고 한다. 이들이 사들인 20곳은 건물이 17채, 땅이 3곳이다. 엊그제 김광일의 입에서 건물만 9채라고 말씀드렸는데, 잘못됐다. 이제 고치겠다. 20곳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그렇다. 손혜원 씨가 스스로 매입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어 정확한 것은 모르겠다.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처음에는 9채, 그 다음날 바로 10채, 어제 오후까지 15채, 오늘 새벽 20곳, 이렇게 자고 일어나면 불어나 있다. 다음 주 정정기사를 써야할지 모른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손 의원 측이 사들인 건물과 땅 20곳이다. 모두 문화재 거리 노른자위 위치에 밀집해 있다. (사진 참조) 등록문화재 지정 이전에 16곳, 지정된 뒤에 4곳, 모두 20곳을 사들였다. 핵심은 이것이다. 문화재 거리를 보호하려고 ‘선의의 알박기’로 매입을 했느냐, 당시 정보와 앞날을 미리 예상할 수 있었던 손 의원이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를 했느냐. 아니면 정치인으로서 문화재 보호라는 명분도 챙기고, 다른 한편 사적으로 투기 이익도 거두는, 꿩 먹고 알 먹고 둥지 털어 군불 때는 전략을 가졌던 것인가. 손 의원은 투기라면 "목숨을 내놓겠다"고 했다. 부동산 업계 사람들은 전형적인 투기 수법으로 보고 있다. 땅과 건물은 모두 2~3배쯤 올랐다고 한다. 가만 보유하고만 있으면 언젠가는 상당한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

다른 하나 정정기사는 지난번 김광일의 입에서 손혜원 씨의 딸 이름으로도 건물 매입이 있었다고 말씀드렸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손혜원 씨의 보좌관의 딸 이름으로 매입한 것이었다. 워낙 건물 매입이 많다보니 헷갈린 부분이 있었다. 손혜원 씨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자신에게는 자식이 없고, 그리고 이혼한 동생네와는 10년 동안 교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우리가 관심 둘 바는 아니다.

목포의 매우 제한된 구역 안에 손혜원 씨의 남편, 조카, 보좌관 같은 매우 가까운 인사들이 건물과 땅을 무려 20곳이나 보유하고 있고, 그 구매의 중심에는 손혜원 의원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것을 일단은 ‘손혜원 타운’ ‘손혜원 왕국’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한국당은 ‘손혜원 랜드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런데 손 의원이 1억원을 보태줘 건물을 샀다는 20대 초반 조카는 매입 당시 군 복무 중이었다. 그의 아버지인 손 의원 동생도 "목포에 가본 일도 없다. (매입한 건물이) 게스트하우스인 것은 나중에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투기를 노린 차명 거래 아니냐는 너무도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것이다. 또 다른 조카는 "고모(손 의원) 권유로 건물값이 싸 충동구매했다"고 했다. 심지어 재단 명의로 9채를 매입했다는 손 의원 남편도 "나는 목포에 가본 적 없고 모두 아내가 직접 보고 구매했다" "아내가 재단에 7억1000만원을 기부한 뒤 그 돈으로 직접 샀다"고 했다. 남편조차 손 의원의 주장과는 사뭇 결이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목포 구도심 게스트하우스 명의자는 손 의원 조카와 남편이 대표로 있는 재단 이사, 전 보좌관의 자녀 등 20대 청년 3명이었다. 이들은 부모끼리 아는 사이라고 한다. 명의는 여럿이지만 전체 매입 과정은 손 의원 한 사람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손 의원은 이런 부분에 대해 이제 전후 관계를 국민들 앞에 밝혀야 한다.

그런데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손혜원 의원의 투기 의혹에 대해 "김정숙 여사와 숙명여고 동창인 손 의원의 초권력형 비리"라고 말했다. 나경원 대표는 "손 의원과 김 여사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숙명여고 동창회에 함께 갔을 정도의 절친으로, 정치 입문 계기도 김정숙 여사를 꼽았다"라고 했다.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불거진 민주당 내 의혹에 대해 ‘김정숙 여사, 손혜원·서영교 의원’의 이름 글자를 따 "김.혜.교 스캔들"이라고 명명했다. 나 대표는 ‘손혜원 랜드 사건’으로 명명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여당 간사이자 영부인 친구라는 위세로 사익을 추구했다는 게 의혹의 본질"이라고 했다.

먼저 사실 확인부터 하겠다. 숙명여고 인맥을 말해보겠다. 숙명여고 출신으로는 김정숙 여사와 손혜원 의원, 그리고 청와대 조현옥 인사수석이 있고, 문무일 검찰총장의 부인 최정윤씨, 조윤제 주미대사의 부인 우선애씨도 숙명여고 출신이다. 백경희 과학기술심의위원장도 숙명여고 출신으로 조현옥 인사수석과 64회 동기다. 특히 김정숙 여사와 손혜원 의원은 숙명여중 숙명여고를 함께 다녔기 때문에 거의 50년지기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돼 임기가 시작된 첫날, 그러니까 2017년5월10일 김정숙 여사가 국회에서 취임식이 끝난 1시간30분 뒤에 그날 바로 찾아간 곳도 서울 도곡동 숙명여고 동창회였다. 그 자리에서 김정숙 여사는 "숙명 정신인 함께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품겠다"고 했다. 손혜원 의원은 "학교를 설립한 엄황귀비는 ‘여성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그후 111년 만에 영부인이 나왔다. 역사적 의미가 더욱 크다"고 했다. 손혜원은 김정숙 여사를 여성 지도자로 치켜세웠다. 그렇게 보는 건 자유다.

여기서 나경원 대표의 말을 체크해보자. "손 의원과 김 여사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숙명여고 동창회에 함께 갔을 정도의 절친"이라고 한 부분은 맞다. 사실 확인도 필요 없이 오래 전부터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나경원 대표는 "김정숙 여사와 손혜원 의원의 초권력형 비리"라고 말해버렸다. 손혜원 씨의 목포 투기 의혹에 대통령 부인을 끌어들인 것이다.

김광일의 입은 김병준 위원장과 나경원 대표에게 주문 사항이 있다. 제1야당 지도부로서 대통령 부인의 이름을 ‘손혜원 투기 의혹’에 정면으로 거론했다면, 막연히 ‘초권력형 비리’라고만 할 게 아니라, 그 근거를 제시해주었으면 한다. 손혜원 의원이 목포에 집과 땅을 20곳이나 사들인 배후에는 대통령 부인이 있다는 것인지, 그에 관해 구체적으로 제보 받은 바나 증거가 있다는 것인지, 좀더 구체적으로 밝혔으면 한다. 아니면 김정숙 여사는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그러나 손혜원 의원이 ‘대통령 부인의 친구다’는 위세를 등에 업고 초선 의원으로서 정말 어이없는 일을 벌였다는 것인지, 좀 더 분명히 했으면 한다. 우리는 나경원 대표가 김정숙 손혜원 두 사람을 숙명여고 동기동창이라는 점을 들어 막연한 연결고리가 있는 것처럼 ‘초권력형 비리’라는 말을 썼다고는 믿지 않는다. 근거 없는 추상적인 비난이 청와대와 여당에게 역공의 빌미를 준다는 것을 나경원 대표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에 앞서 자유한국당은 목포에 현장 조사단이라도 파견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상이야말로 초현실적 상상력"이라며 "최소한의 예의와 선을 지켜달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정치판이 아무리 혼탁하더라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와 선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나 원내대표가 ‘초권력형 비리’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런 발상이야 말로 초현실적 상상력이다. 김정숙 여사와 무관하다"라고 했다.

김의겸 대변인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알겠다. 그러나 김 대변인 반응에도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먼저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 부인의 영향력이나 연루 가능성을 차단하려고 했을 뿐, 손혜원 투기 의혹의 본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적절했는가, 부적절했는가, 그것부터 대답했어야 한다. 또 하나는 "최소한의 예의와 선이 있다"고 하면서 마치 어떤 성역이 있는 것처럼 말했다는 것이다. 야당의 의혹 제기에 대변인이 ‘선’을 그을 만큼 청와대 내에 성역은 있는가. 또 김의겸 대변인은 제1야당 대표에게 "예의를 지키라"고 훈계를 했는데, 이것은 국민의 눈에 매우 오만하게 보이는 언행이다. 김 대변인이 반박을 하고 싶으면, 야당 대표에게 ‘초권력형 비리’라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근거를 대달라고 정중하게 요청하면 될 일이다.

2015년8월엔 손혜원 씨에게 명품시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때 손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었는데, 목포가 지역구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손 의원을 만난 후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손혜원은 통영시와 일하며 나전칠기에 매료돼 70억원을 구매해 본인 소유 빌딩에 개인 박물관을 갖고 있다. 차고 있는 시계가 7000만원짜리. 시계 컬렉터로 30여 개를 가지고 있다니 20억원?’. 7천만원짜리 시계를 30개쯤 갖고 있어야 목포에 집과 땅을 20곳쯤 살 수 있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올 설에는 만사 제치고 맨 먼저 고모에게 세배 가자는 댓글도 있다.

또 손혜원 의원의 부친이 독립유공자 심사에서 6번이나 탈락했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와 통과됐다는 게 밝혀졌다. 이양수 한국당 원내 대변인은 "과거 여러 번 신청했다가 모두 탈락했지만, 손혜원 의원이 여당 국회의원 신분이었던 지난해 신청에서 부친에 대한 건국훈장 수여가 손쉽게 결정됐다"면서 "권력형 특혜가 아니면 설명이 어렵다"고 했다. 손 의원의 부친 손용우 씨는 1997년 작고했는데, 지난해 광복절에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손용우 씨는 1982, 1985, 1989, 1991, 2004, 2007년 총 6차례 보훈신청을 했으나 탈락된 바 있다. 손 의원의 부친은 광복 후 조선공산당 공산청년동맹 서울지부 청년단원으로 활동한 사회주의 이력이 있다고 한다.

손 의원은 국립박물관 인사에도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국립박물관 특정 학예연구사의 인사 교류를 지속해서 압박했는가 하면, 그에 대한 박물관 자체의 징계성 인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

또 2017년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당초 정부예산안에 없었던 쪽지 예산 60억 원이 목포 근대문화자원 활용 관광자원화 사업에 편성됐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문화일보가 보도했다. 이곳은 이른바 ‘손혜원 타운’이 있는 곳으로, 국비 30억, 지방비 30억이 배정됐다는 것이다.

손 의원은 목포의 건물 매입이 투기가 아니라는 데 "의원직과 전 재산, 목숨을 걸겠다"고 했다. 의원직과 재산 거는 것은 오케이다. 목숨 건다는 얘기는 참아 달라. 아이들 교육 상 안 좋다. 궁지에 몰린 정치인들이 흔히 보이는 반응이긴 하다. 투기 여부는 사실관계를 놓고 상식의 문제로 판단하는 것이지 당사자가 무엇을 걸고 말고로 달라지는 게 아니다. 손혜원 씨는 이제 초선인데 마치 옛날 정치9단들의 언행을 빨리도 배운다. 박지원 의원은 목포 역 앞에서 할복하겠다고 했다. 최경환 의원은 동대구 역 앞에서 할복하겠다고 했다. 둘 다 멀쩡하다. 어떤 댓글은 손혜원의 목숨은 관심 없고, 투기한 돈이나 국고에 환원하라고 했다. 목숨 얘기를 함부로 꺼내는 게 아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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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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