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구순 노모, 이번 설에는 아들 만날 수 있을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재주 택시지부 전북지부장

전주시청 노송광장 조명탑에서 국내 최장 500일째 고공 농성 중

동아일보

2017년 9월 ‘택시 전액관리제’를 외치며 전북 전주시청 노송광장 앞 조명탑에 오른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김재주 전북지부장이 농성 돌입 500일째인 16일 망루로 나와 취재에 응하고 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7년 가을 문턱에 집을 나선 아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구순을 넘긴 노모는 언제 돌아올지 모를 아들을 기다린다. 아들은 노모와 차로 5분 남짓한 거리에 있다. 하지만 노모에게 가지 못한다. 25m 높이 조명탑 위에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김재주 전북지부장(57) 얘기다. 김 지부장이 전주시청 노송광장에 있는 조명탑에 오른 것은 2017년 9월 4일. 16일로 고공 농성 500일째를 맞았다. 국내 최장 기간 ‘고공’ 농성이다.

500일 전 김 지부장은 택시 전액관리제를 요구하며 조명탑에 올랐다. 택시운전사가 하루 수입 중 12만∼13만 원을 회사에 입금하고 나머지를 갖는 택시업계 관행인 사납금제를 업계에서 퇴출시켜 달라는 것이다. 전액관리제는 완전 월급제를 뜻한다.

현행 택시운수사업법(택시발전법)은 전액관리제를 기본임금 형태로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해 예외 규정으로 사납금 제도를 허용해 왔다. 대체로 택시운전사들은 전액관리제에 찬성하는 반면에 법인택시 사업자들은 개별 택시운전사마다 운행 실적이 다른데 똑같은 월급을 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 반대하고 있다.

전주에는 21개 법인택시업체가 택시 1520대를 운영한다. 이 가운데 2개사는 전액관리제를 시행하고 있고, 12개사는 지난해 전북지방노동위원회의 중재로 희망하는 택시운전사에게 완전월급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나머지 7개사는 사납금제로 운영한다. 일부 택시업체 측은 “사납금제를 선호하는 택시운전사도 많다”고 주장한다.

김 지부장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택시운전사의 난폭운전과 승차거부 등을 막고 친절하고 안전한 택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월급제를 꼭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포기하면 500일의 시간이 허사가 된다. 택시 노동자도, 시민들도 안전하게 택시를 탈 수 있도록 전주시가 하루라도 빨리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시는 지난해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조합원들이 시청사를 점거하자 택시운수사업법을 위반하는 택시법인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약속했다. 법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이다. 시는 지난해 9월 사납금제를 시행하는 택시법인 10곳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후 이 중 3개사가 전액관리제의 전면 시행은 못 하더라도 원하는 직원에 한해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일부 택시법인은 시의 행정처분에 반발해 과태료 취소 소송을 냈다. 시는 법원의 판단 결과에 따라 추가 행정처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전국 14개 지방자치단체가 사납금제를 시행하는 택시법인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러자 해당 업체는 과태료 부과 취소 소송을 냈다”며 “5개 지자체는 승소했지만 9곳은 패소하는 등 법원 판단이 갈리고 있다. 전액관리제를 반대하는 택시운전사도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춥고 힘들어도 밤낮으로 고생하는 동료 운전사들이 제대로 된 환경에서 일할 수 있을 때까지 버티겠다”고 말했다.

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