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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국민연금 한진그룹 경영참여 칼자루 쥔 수탁자책임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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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탁자책임위 '진보색 짙어'...강도높은 방안 나올듯

정권 입맛에 맞는 경영 개입 연금사회주의 부작용 우려도

뉴스1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1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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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국민연금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그 강도를 결정하는 열쇠를 사실상 쥐고 있는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전날(16일) 2019년도 1차 전체회의를 열어 수탁자책임 전문위에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행사 여부와 그 범위를 검토해 보고하도록 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이 보고서를 토대로 다음달초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방안으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해임, 사외이사 신규 선임, 감사 추천권 요구, 주주대표소송 등이 거론된다.

수탁자책임 전문위는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당장 다음주 회의를 통해 결론을 낸 뒤 논의 결과를 기금운용위에 보고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가능하면 다음주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탁자책임 전문위는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가 의결권 행사 방침)를 도입한 이후 투명성·독립성 제고를 위해 기존 국민연금 의결권행사를 자문하던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것이다. 정부·연구기관·사용자·근로자 대표가 각각 추천한 주주권행사 분과 9명, 책임투자 분과 5명 등 모두 14명으로 구성됐다.

주주권행사를 논의할 주주권 행사 분과 위원은 Δ정부 추천 박상수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위원장),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Δ연구기관 추천 김우진 서울대 교수 Δ지역가입자 대표 추천 조승호 대주회계법인 본부장,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Δ근로자 대표 추천 이상훈 서울시복지재단 센터장, 김우창 카이스트 교수 Δ사용자 대표 추천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수탁자책임 전문위는 지난해 10월 구성이 완료될 때부터 위원 상당수가 정부 산하 연구기관, 노동계, 진보 성향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진보색이 짙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계 추천이라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위원은 2명 뿐이다.

김경율 소장이 활동 중인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지난해 11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해임 등을 요구했다. 이상훈 서울시복지재단 센터장을 위원으로 추천한 민주노총의 경우 전날 참여연대와 함께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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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가입자 대표 추천의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왼쪽), 사용자 대표 추천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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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런 위원 구성을 감안하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해 노조와 시민단체의 주장을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독립성 확보가 전제되지 않으면 정부의 기업 경영 개입은 연금사회주의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스튜어드십코드가 정권 입맛에 맞는 재벌개혁 수단으로 활용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수탁자책임 전문위원은 "아직 회의를 한번도 열어보지 못해 정확한 성향을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조금 진보적인 색채가 강한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기금운용위보다는 출신 등으로부터 위원들이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수탁자책임 전문위에서는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 기술적인 의견 제시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주주총회는 오는 3월이며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을 하려면 주주총회일 6주 전에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기금운용위는 수탁자책임 전문위의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달 초 주주권행사 여부 등을 확정하기로 한 이유다.

기금운용위원 20명의 성향도 8대 2 또는 7대 3으로 진보적인 색채가 강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금운용위원장을 맡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정부 부처 차관 4명이 들어가는 등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날 기금운용위의 비공개 전체회의에서도 기금운용위원인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이 제기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안건에 대해 위원 11명 중 8명이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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