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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Tech & BIZ] 벽면 꽉 채우고 둘둘 말리고… TV혁신 그 이면의 기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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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현지 시각)부터 11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IT(정보기술) 전시회인 CES 2019는 'TV의 부활'을 알린 무대였다. 특히 수십년간 화질 경쟁에만 집중해왔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TV 기술 경쟁의 무대를 화질에서 폼팩터(form factor, 제품의 디자인이나 모양)로 바꿨다. 삼성전자는 마이크로LED(발광다이오드) 기술을 활용해 화면 크기,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TV인 '더 월(the wall)'을 선보였고, LG전자는 둘둘 말린 패널을 아래에서 위로 말아 올려 보여주는 롤러블(rollable) TV인 'LG 시그니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R'을 공개했다. 둘 다 기존 TV의 고정관념을 깨는 신개념 TV다. TV가 더는 벽에 고정되지 않아도 되고, 사각형이 아닌 원형의 디자인도 가능하다. TV 크기도 200인치, 300인치로 끝없이 커질 수 있다.

◇레고처럼 조립하는 마이크로LED TV…벽면 가득 메운 TV도 가능해져

삼성전자의 마이크로LED TV는 화면 크기를 75인치에서 219인치까지 자유자재로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다. 이 TV는 광원(光源)으로 기존 LCD(액정표시장치) TV에 쓰이는 LED 소자보다 크기가 100분의 1 이하인 초소형 LED를 쓴다. 빛의 삼원색인 '적색·녹색·청색(RGB)' LED를 패널에 꽂아 색을 구현한다. 예를 들어 UHD(초고화질)급 화질을 내기 위해서는 패널 위에 2500만개가 넘는 적·녹·청색 LED 소자를 꽂아야 한다. 노란색을 만들 때는 청색 LED 소자의 불을 끄고, 적색과 녹색만 켜서 색을 만드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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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LED TV의 최대 경쟁력은 베젤(테두리)을 없애 조립식으로 크기·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마이크로LED TV는 패널 뒤 기판에서 곧바로 전력을 공급받는 데다, 보호 유리도 없기 때문에 이를 지탱해주는 베젤이 필요 없다. 여기에 패널의 모서리 끝까지 LED 소자로 꽉 채우고 있어 붙이는 방식에 따라 크기와 모양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패널을 가로로만 쭉 이어 붙이면 너비가 긴 직사각형 모양의 TV를 구현할 수 있다.

단점도 있다. 우선 마이크로LED는 제조에 여전히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삼성전자가 마이크로LED를 처음 공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제품을 주문 생산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마이크로LED TV제조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이유는 LED 소자를 패널에 꽂는 전사(轉寫) 기술의 난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LED TV는 쉽게 보면 적·녹·청색의 LED 소자를 패널 위에 하나하나 기계로 꽂는 방식으로 만든다"며 "만약 소자 배열이 조금이라도 틀리거나, 소자가 불량일 경우에는 이를 쓰기 어렵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수율이 99.9%라고 하더라도 UHD TV 기준으로 봤을 때 2500만개 소자 중 2만5000개가 불량이라는 의미다. 이 경우에는 불량 패널을 정상 패널로 갈아끼워야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RGB 소자를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어 전사하는 기술을 개발해 효율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마치 두루마리 휴지처럼 둘둘 말렸다 풀리는 LG 롤러블 TV

LG전자는 1㎜ 미만인 초박형 OLED 패널을 활용해 둘둘 말리는 롤러블 TV를 개발했다. 이번에 공개한 제품은 65인치 OLED 패널과 직육면체 모양의 본체 박스로 구성돼 있다. 본체 박스 앞에는 스피커가 탑재돼 있고, 내부에는 화면을 말아 올리거나 내리는 모터와 구동부, 방송 수신 관련 부품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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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을 둘둘 말 수 있는 핵심은 초박형 OLED에 있다. 종잇장만큼 패널 두께가 얇기 때문에 종이처럼 말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얇게 만들기 위해 통상 OLED TV의 패널 뒤편에 붙여놓는 기판을 분리해 하단 박스에 담았다. 또 전력 공급원도 역시 본체 박스에 있다. 외부에는 빛을 내는 OLED 패널과 이를 딱 잡아주는 지지대(가로는 슬릿, 세로는 링크)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말리고 펴질까. 롤러블 TV를 리모컨으로 작동시키면 얇은 OLED 패널이 하단 박스에서 서서히 올라온다. 본체 박스 안에 말려 있던 패널이 솟아나오면서 평면이 되는 식이다. 이를 고정해주는 슬릿·링크도 따라나온다. 슬릿은 대나무 돗자리 모양으로 나오면서 가로 방향을 고정해준다. 세로 지지대인 링크는 올라오면서 세로 방향으로 펴지면서 마지막에는 양 측면 끝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TV를 끄고 화면을 내릴 때는 반대로 움직인다. 박스 안에서는 OLED 패널은 둘둘 말려 있고, 지지대는 접힌 채 분리 보관돼 있다.

얇은 OLED 패널을 둘둘 마는 구조인 만큼 내구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자칫 기기 오작동이 생기면 화면을 펴지 못하거나, 패널이 충격을 받아서 파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전자는 당초 1년 전에 이런 신개념 TV의 프로토타입(시제품) 개발을 완료했지만 공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우려를 고려해 충분한 점검 기간을 가진 것이다.

강동철 기자;임경업 기자(up@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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