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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서울 아파트값 2억~3억 급락… 작년 상승분 다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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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공덕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59㎡가 지난달 10억3000만원에 팔렸다. 9·13 부동산 대책 이전만 해도 12억5000만원에 실거래됐고, 호가(呼價)는 13억원이 넘었던 아파트다. 강남권도 마찬가지다.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 84㎡는 9월 17억원대에 거래됐지만, 12월엔 15억2000만원에 팔렸다. 지금은 14억원에 시장에 나온 매물도 있지만 팔리지 않고 있다. 잠실 A공인 관계자는 "작년 9월은 매수자가 나타나면 집주인이 호가를 더 올려서 거래를 성사시키기가 힘들었는데, 요즘엔 거꾸로 집주인이 호가를 내려도 매수자가 다시 그보다 더 낮춰달라고 요구하면서 거래가 이뤄지질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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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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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다. 재건축을 포함한 시내 주요 단지 상당수가 작년 상승분을 거의 반납했고, 경매에 부쳐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집값 급등기에는 가격을 조금만 낮춰도 매수자가 달려들어, 서울 시내 주요 아파트는 경매 시장에서 찾기 어려웠다. 부동산 소비심리 지수는 6년 5개월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많은 전문가가 "최근 2~3년 사이 서울 집값만 비정상적으로 오른 상태에서 강력한 대출 규제가 가해지면서, 수요가 싹 사라졌다"며 "여기에 내수 경기는 부진하고, 공시가격 인상 등 정부 규제는 날로 심해져 한동안 집값이 오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심리지수 6년 5개월來 최저

16일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서울 부동산 소비심리지수는 93.9로 전월 대비 12.6포인트 떨어졌다. 부동산 소비심리지수는 전국 2240개 공인중개업소와 일반인 6400가구를 설문 조사해 산출한다. 100보다 높으면 긍정적 전망이 부정적 전망보다 많다는 의미고, 100보다 낮으면 반대다. 서울 부동산 소비심리지수는 작년 8월 127.5를 정점으로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10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2년 7월(96.5) 이후 6년 5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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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가 꺾이면서 실제 시세도 떨어지고 있다. 잠실 대표 아파트로 꼽히는 엘스 전용 59㎡는 작년 9월 15억원이던 실거래가가 12월 12억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重課) 직후인 작년 4월(12억45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직전 일주일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0.1% 하락했다. 작년 11월 12일 이후 9주 연속 하락세다. 9주 동안 서울은 평균 0.55% 내렸지만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의 하락 폭은 1.16%로 두 배가 넘는다.

◇재건축은 더 냉각, 경매도 늘어

'투자 상품' 성격이 강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세 하락은 더하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작년 9월 20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호가는 15억원대 초중반이다.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는 실거래가가 작년 9월 19억1000만원에서 12월 17억4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집값 하락을 못 견뎌 경매로 나오기도 한다. 법원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대표 아파트인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가 이달 경매시장에 나왔다. 이 아파트가 경매로 나온 것은 2년 7개월 만이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용 83㎡도 지난달 매물로 나왔다. 현재 경매가 진행 중인 감정가격 10억원 이상 서울 아파트는 28건에 달한다. 서지우 지지옥션 연구원은 "매매 거래가 안 되고 대출도 어려워지면서 한동안 경매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렵던 인기 아파트 매물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실물경기, 정책, 금리, 심리 등 주택 시장의 모든 요인이 부정적"이라고 했다.

다만, 과거 금융 위기 때 같은 폭락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는 드물다. 일단 새 아파트 수요가 견고하다. 반포아크로리버파크(서초구)나 센트라스(성동구) 등 역세권 5년 차 이내 신축 아파트는 9·13 대책에도 가격이 거의 내리지 않았다. 중개업소에 '○○원 아래로 내려오면 연락 달라'는 주문이 밀린 단지도 있다. 올해 들어 청약을 실시한 위례포레자이와 e편한세상 청계 센트럴포레는 경쟁률이 각각 130대 1, 33대 1을 기록했다.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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