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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발언대] 軍이 중심 잡고 국민을 안심시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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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판규 육군협회장·前 육군참모총장


북한 김정은은 올 신년사에서 사회주의 국가 단결을 강조하면서 '핵 폐기'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 없이 '핵무기 비확산'만 강조하며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는 '새로운 길'을 언급하면서 현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핵무기 개발과 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며 비핵화 이탈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또 공개적으로 한·미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반입 중단을 요구하면서 한·미 간 갈등을 부추기고 남남 갈등까지 유도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는 아직 요원하고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안위를 보장하는 우리의 안보는 표류하고 있다. 북한의 선의(善意)만 믿고 각종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마저 중단되거나 보류된 상태다. 자칫하면 우리 국방의 핵심 축으로 굳건하게 유지돼 왔던 한·미 동맹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치명적 안보 공백 사태가 초래될 수도 있다.

남북 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북핵 폐기가 선행되어야 한다.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군은 '국방 개혁 2.0'에 의거해 병력 감축과 복무 기간 단축을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할 '킬체인(Kill Chain)·한국형 미사일방어(KAMD)·대량응징보복(KMPR)' 등 '한국형 3축 체계' 같은 전력화마저 지연되고 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군사적 신뢰 조치는 필요하지만 우리 안보 태세가 유지된 가운데 북한 핵 폐기와 군사적 위협 정도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점이 내포된 '9·19 남북 군사합의'에 의한 군사적 조치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

군은 우리 안보의 중심이다. 이럴 때일수록 군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국가 보위의 최후 보루로서 강한 교육훈련을 통해 최상의 전투력으로 전쟁 억지력을 구비했을 때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림 없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미래 잠재 위협까지 상정해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우리 안보 태세의 핵심 축은 굳건한 한·미 동맹이다. 흔들림 없는 굳건한 연합 방위 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힘으로 남북 관계 개선을 뒷받침해야 한다.

[김판규 육군협회장·前 육군참모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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