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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마르지 않는 간접고용의 눈물]‘강성’ 비정규직 노조 막으려 ‘어용’ 기업노조 만들어 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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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LG유플러스 협력업체 지점 대표 부당노동행위 수사

SNS에서 조직적 방해 논의…본사의 개입 암시하는 발언도

2016년 10월 어느 날, 경남 LG유플러스 김해지점 서비스센터 사무실에서 직원 간담회가 열렸다. 이 지점은 LG유플러스 협력업체인 ㄱ사가 부산·경남 등에서 운영하는 서비스센터 중 하나였다.

“(비정규직 노조를) 제일 강성이라고 생각한다. (기업노조를) 갑자기 만든 거야. 노조 만들고 그 다음주에 시에 가서 신고하고 임금협상 해서 일주일 만에 교섭해 붙였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강성’으로 낙인찍은 이는 김해지점 대표 송모씨였다. 송씨는 ‘강성’인 비정규직 노조의 활동을 ‘기업노조’를 만드는 방식으로 훼방을 놓았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녹취록에 나온 말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송씨는 LG유플러스 본사에서 기업노조 설립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말도 했다. 송씨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그거를(노조를) 안 만들었다고 하니 본사에서 난리가 났다. ‘너희들 복수노조 만들어 놓으면 2년 동안 뭐….’ ‘아, 그래요? 그럼 만들게요.’ 그리 한다니까.” 송씨는 “본사에서 시키는 거는 아니고…”라고 말을 흐렸다. 녹취록에는 비정규직 노조 활동을 방해하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조직적인 논의가 이뤄졌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도 등장한다. 그는 “(경남 지역에서는 비정규직 노조가) 활동을 안 했잖아요. 근데 본사에서는 그리 생각을 안 해. 본사가 아니고,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을 안 해”라며 “밴드(SNS)에 보면 사실은 별 내용이 다 나와요. 어떻게 작업한 거까지 다 해놨어”라고 말했다.

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동조합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는 송씨 등을 기업노조를 설립해 노조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지난해 7월 고소했다. 비정규직 노조가 단체협약을 적용한 임금 소급분을 지급할 것인지에 대해 확인하려 하자 “이런 소리가 나오면 앞으로는 다 잘라버리겠다”고 발언하거나, “(비정규직) 노조에는 재개통 수수료는 지급하지 말라”고 말하는 등 부당노동행위 혐의도 제기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창원지청은 기업노조를 설립해 노조활동을 방해한 혐의만 기소의견으로 지난달 18일 검찰에 송치했다.

창원지검 공안부는 송씨와 LG유플러스 협력업체 ㄱ사 대표 김모씨 등을 부당노동행위 혐의 등으로 수사 중이다. 창원지검 관계자는 LG유플러스 본사에 대한 수사 여부 등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고소 내용이나 수사 중 인지한 내용 등을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2016년에 ㄱ사와 관련된 전반적인 부당노동행위가 논란이 돼 제3자가 나서 한차례 중재했지만, 지난해 다시 한번 갈등이 생겨 고소가 이뤄진 걸로 알고 있다”며 “본사 차원에서 협력업체의 노조 설립에 개입한 바 없다”고 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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