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이더리움 '양날의 검' 하드포크 멈추지 못하는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금까지 7번에 걸쳐 하드포크 추진…'탈중앙화' 위한 행보

뉴스1

비탈릭 부테린 이더리움 창시자 © News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박병진 인턴기자 = 이더리움이 '콘스탄티노플 하드포크'를 하루 앞둔 16일 또다시 이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하드포크시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하드포크를 통해 '탈중앙화'의 비전을 달성하려는 이더리움은 이번 연기로 체면을 크게 구겼다. 이더리움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시가총액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일종의 '대장주'다. 아쉬울 게 없을만도 한데 이더리움은 지금까지 무려 6번의 하드포크를 했다. 이번 7번째 하드포크도 기필코 진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왜 그럴까.

하드포크의 '포크'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기능 개선·보안 강화 등이 필요할 때 하는 업그레이드를 말한다. 이 포크는 이전 버전과 호환되는 '소프트포크'와 호환되지 않는 '하드포크'로 나뉜다. 블록체인을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비유하면 소프트포크는 확장팩 '브루드워', 하드포크는 후속작 '스타크래프트2'라고 할 수 있다. 2010년 스타크래프트2가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새 게임으로 넘어가기보다 옛날 작품인 브루드워를 계속 했다. 결국 스타크래프트2는 전작만큼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드포크 역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지난 2016년 이더리움이 하드포크를 했을 때 업그레이드를 달가워하지 않은 사람들이 갈라져 나온 게 바로 '이더리움 클래식'이다. 그만큼 하드포크는 리스크도 존재하는 '양날의 검'이다.

뉴스1

스타크래프트 2는 전작만큼의 인기를 끌진 못했다. © News1


◇하드포크, 핵심은 '탈중앙화'

현재 이더리움 하드포크는 더 나은 탈중앙화 방식을 찾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작업증명(PoW)에서 지분증명(PoS)으로의 전환이다. 2015년 출범한 이더리움은 블록을 생성하는 '채굴'의 대가로 코인을 지급받는 작업증명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의 표현을 빌리면 '고등학생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구조가 장점이다. 그러나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커지면서 점차 채굴에 필요한 컴퓨팅 파워와 전기를 감당할 수 있는 '고래(큰 손)'들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중앙화가 발생했다.

최근 이더리움 클래식이 바로 이런 고래들의 공격으로 보안이 무너지는 '51% 공격'을 겪었다. 부테린은 이 사건을 두고 "지분증명으로 전환하기로 한 우리의 결정이 옳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채굴 대신 자신이 가진 지분에 비례해 보상을 지급하는 지분증명 방식으로, 많은 돈을 들여 채굴장을 운영하는 고래들이 컴퓨팅 파워를 독점하는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것이다.

사실 지분증명도 완벽한 정답은 아니다. 지분이 많을수록 보상도 많이 받는 지분증명은 필연적으로 '부익부 빈익빈'을 낳을 수밖에 없다. 작업증명이 컴퓨팅 파워를 독점한 소수에게 좌지우지될 수 있다면 지분증명도 코인을 많이 보유한 소수에게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유통량과 시가총액이 각각 1억개, 14조원이 넘는 이더리움의 경우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과반수의 지분을 확보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뉴스1

암호화폐 '이오스' © News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탈중앙화, 우린 이렇게 한다"

탈중앙화라는 문제의 해결 방법을 놓고 이더리움의 대척점에 서 있는 게 '이더리움 킬러'로 불리는 '이오스'다. 이오스는 출발부터 이더리움의 단점으로 지적된 느린 처리속도를 해결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해 이더리움 킬러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더리움은 일반적으로 1초당 15건에서 20건을 처리하는 데 반해 이오스는 1초당 1000건 이상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오스의 처리속도가 이렇게 빠른 이유는 위임지분증명(DPoS)이라는 제3의 대안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위임지분증명은 토큰 소유자들이 보유한 지분에 따라 주어지는 권한을 투표를 통해 선출된 권력인 블록프로듀서(BP)에게 맡기는 방식이다. 소수의 BP들만 블록을 생성하고 편집하는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작업증명·지분증명보다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지분증명이 모든 노드가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라면 위임지분증명은 대의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오스는 실질적으로 운영을 책임지는 BP가 존재하기에 사실상 중앙화된 플랫폼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완전한 탈중앙화를 포기하는 대신 선출된 권력을 중앙에 내세워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더리움과는 다른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고 볼 수도 있다. 최소한 선출되지 않은 고래의 공격은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오스가 현실과 잘 타협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결국 모든 암호화폐가 탈중앙화를 목표로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성취할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이더리움 하드포크의 향방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더리움은 지금까지 총 7번의 하드포크를 '프런티어' '홈스테드' '메트로폴리스' '세레니티'의 4단계로 나눠 추진해 왔고, 이번 콘스탄티노플 하드포크는 3단계 중 마지막이다. 이더리움은 앞으로 4단계 하드포크를 통해 작업증명에서 지분증명으로의 전환을 완전히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는 자신들의 방식으로 암호화폐의 핵심 가치인 탈중앙화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안 결함으로 인한 이번 콘스탄티노플 하드포크의 연기 소식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pbj@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