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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NOW] 결혼 즉시 혼인신고? 내집 살 때 혼인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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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민 최승재(29·회사원)씨는 지난달 구청을 찾아 혼인신고를 했다. 2016년 결혼 후 3년 만이었다. 최씨가 혼인신고를 미룬 것은 집 때문이다. 신혼부부에게만 제공하는 대출 금리 혜택을 시기에 맞춰 받으려는 생각이었다. 1~2%대의 저금리인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은 결혼 후 5년 이내의 부부만 신청 가능하다. 최씨는 "결혼 당시에는 집 마련 계획이 없어 신고를 미뤘다"며 "대출이나 청약 계획에 따라 최대한 혼인신고 시기를 늦추는 게 낫다는 조언에 따랐다"고 말했다.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각종 혜택을 활용하기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부부가 늘고 있다. 정부에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신혼부부용 금융·주택 혜택을 잇따라 내놓자 적절한 시기를 따져보고 신고를 하려는 것이다. 예비 신부·신랑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혼인신고를 최대한 늦게 하라'는 조언이 공유된다. 지난해 7월 한 증권사가 운영하는 블로그에서는 '내 집 마련을 꿈꾼다면 혼인신고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글이 인기를 끌었다. 무주택 신혼부부가 아파트 분양을 받으려면 아내가 임신한 이후에 혼인신고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정부의 '신혼부부 특별 공급'은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는 가점을 받아 당첨에 유리하다. 서울 성북구 장위뉴타운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김모(53)씨는 "자녀 계획을 세운 뒤에 혼인신고를 하면 그 시점부터 7년 동안 특별 공급을 신청할 자격이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1가구 2주택을 유지하려고 혼인신고를 늦추는 사례도 있다. 정부는 결혼하면서 일시적으로 주택 2채를 보유하게 된 신혼부부에 한해 혼인 5년 이내에 한 채를 처분하면 양도세를 면제해준다. 결혼한 지 두 달 된 박모(30)씨는 소유하고 있는 오피스텔을 처분하지 않고 임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아직까지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혼인신고에 의미를 두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1980·90년대는 개인의 혼인을 국가에 신고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사회제도도 이제는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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