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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美 제재 현실 그대로 보인 이란 화물기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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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된' 구형 화물기, 가격 급등 양고기 나르다 사고

연합뉴스

14일 추락한 이란 화물기
[타스님뉴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14일(현지시간) 새벽 이란 테헤란 서부에서 난 이란군 소속 화물기 추락 사고는 미국의 대이란 경제 제재가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고로 화물기에 탄 16명 가운데 15명이 즉사했다.

사고기가 군 소속인 만큼 사망자에는 당연히 군인도 있었지만 육류 유통업체 직원 등 민간인도 포함됐다.

이 화물기는 군용 물품이 아니라 양고기 30t을 싣고 키르기스스탄에서 이란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이란군은 "이란 국민과 경제를 위해 키르기스스탄에서 생산된 양고기를 수입하려던 화물기였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지난해 8월과 11월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란 국내 물가가 급등했다.

이란은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지만 식료품, 원자재 등을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탓에 미국의 제재 복원으로 이란 리알화의 가치가 폭락하자 물가가 치솟았다.

그 가운데 이란 국민의 주식인 육류 가격이 뛰어 민생이 악화하자 이란 정부는 인근 국가로부터 양고기 수입을 급히 늘렸다. 추락한 군 소속의 화물기도 이에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추락한 화물기의 '나이'도 제재의 단면이다.

사고기(보잉 707 기종)의 등록기호로 조회하면 제작 연도는 무려 43년 전인 1976년이다.

이란은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직후 벌어진 미 대사관 인질 사태로 미국과 국교가 끊어지면서 미국의 제재를 받았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항공기, 항공기 부품·서비스 수출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이란은 40년 가까이 새 항공기를 들여올 수 없었다.

이란은 2016년 1월 핵합의가 이행되면서 이듬해 38년 만에 처음으로 에어버스 여객기를 받을 수 있었다.

이란이 핵합의로 제재가 완화되자 가장 서두른 분야가 항공기 수입이었을 정도로 국민의 생명뿐 아니라 무역과 직결되는 이란의 항공기 노후 문제는 심각하다.

미국은 지난해 5월 1단계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항공기 분야에 제재를 부과해 이란의 항공기 수입은 다시 길이 막혔다.

이번 화물기 추락의 원인이 기체 노후라고 아직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사고 직전 비행기가 통제 불능인 것처럼 보였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고려하면 기체 결함일 가능성도 크다.

무고한 민간인의 생명이 달린 민항기에 대한 제재는 인도적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지난해 10월 민간 비행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장비와 교체 부품 등 인도주의적 물품과 서비스에는 제재를 부과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이는 이란이 미국의 경제 제재를 유예해야 한다며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 대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따르지 않았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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