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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사부작사부작] 창피의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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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폭력·성폭력 사건 폭로가 이어지면서 국민들은 그야말로 충격에 빠졌다. 연이은 폭로에 대한체육회는 정기 이사회를 소집해 사태 관련한 논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귀추가 주목된 이유 중 하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사퇴 여부였다. 예전과 다를 바 없는 대책을 내놓은 정부에, 제대로 된 징계나 처벌을 하지 않은 체육계에 국민들은 더욱 분노했기 때문이다.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 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정기 이사회 장소 앞에는 문화연대, 스포츠문화연구소, 체육시민연대 회원들이 이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침묵시위를 하고 있었다.

이사회가 20여분 남은 시각, 한 호텔 관계자가 이들에게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그가 말한 이유는 조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같은 층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고등학생들에게 이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창피하다는 것이다. (이사회장과 같은 층에서는 고등학생들의 노동인권교육이 진행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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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자녀가 있으시지 않습니까. 아버님 아니십니까. 창피해서 이런 모습을 어떻게 보여줍니까.”

과연 이 관계자가 말한 창피함의 대상은 무엇이었을까. 이런 사태가 될 때까지 아무것도 몰랐던 체육회의 모습인가, 체육회의 수장에게 지금의 사태를 책임지고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모습일까. 이마저도 아니라면 그런 시민단체의 침묵시위를 뒤로 한 채 다른 길로 이사회장에 입장한 체육회장의 모습일까.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침묵시위를 확인한 뒤 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그러고는 이내 반대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겨 시위 인원들이 보이지 않는 뒷길을 통해 들어갔다. 당연히 메인 길목에서 이 회장을 기다리던 취재진들과 체육회 관계자들이 뒤섞여 이사회 시작부터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 회장은 이사회 시작과 함께 쇄신안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사죄했다.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 속에서도 용기를 내어 준 피해 선수들에게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한국 체육에 성원을 보낸 국민과 정부, 기업인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사회를 마친 뒤 이 회장은 밝은 표정으로 참석 이사들과 인사를 나눴다. 회의장 밖에 취재진을 확인하고는 다시 굳은 표정을 일삼았다. 취재진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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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선수에게 조재범 코치를 꼭 돌아오게 하겠다고 말하신 게 사실입니까?”

“이 모든 사태에 책임지고 사퇴하시는 겁니까?”

이 회장은 그 어떠한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을 채 이사회장을 떠났다. 쇄신안 발표 외에는 달라진 게 없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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