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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2019 금융권 새 사령탑]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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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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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신년은 매년 고종황제 묘소인 홍유릉에서 시작된다. 우리은행 전신인 대한천일은행 기틀을 마련한 고종황제의 묘소를 임원들과 함께 참배한 것이다. 연례행사인 홍유릉 참배를 마친 손 회장은 임원들과 새해 떡국을 함께하며 2019년의 결의를 다졌다. 특히 올해는 우리은행 창립 120주년이자 금융그룹으로 재출범하는 해라 어느 때보다 의미가 크다.

우리은행은 1899년 고종황제 내탕금을 자본금으로 삼아 세워진 대한천일은행이 전신이다. 내탕금은 황제 비자금 성격의 돈으로 청와대 특수활동비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내탕금과 민족자본이 함께해서 설립된 민족은행인 것이다. 일본에는 1000년이 넘은 은행도 많은데, 우리은행도 1000년을 이어가는 최고(最古) 은행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이 손 회장 생각이다.

손 회장은 홍유릉 참배를 마치고 올해 경영목표로 '120년 고객동행, 위대한 은행 도약'을 선언했다. 120주년을 맞은 우리은행이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고객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포부다.

◆ 구원투수로 등장해 만루홈런

손 회장은 2017년 12월 우리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전임 행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갑자기 사임하면서 사실상 구원투수로 투입된 것이다. 어지러운 은행 내부 분위기를 다잡으며 손 회장은 은행 본연의 실적 향상에 힘을 기울였다. 이를 통해 지난해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 1조9034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8%나 급증한 호실적이다.

부문별로 보면 이자이익이 우량 중소기업 중심의 자산 성장과 핵심 저비용성 예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노력에 힘입어 견조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중소기업 대출도 전년 말 대비 5.4% 증가했고 핵심 저비용성 예금도 꾸준히 증가하는 등 향후 수익 성장 기반을 확보했다.

비이자이익에서도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자산관리부문 성과가 두드러졌다. 수익증권과 방카슈랑스 판매 호조로 자산관리부문 수수료는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늘었다. 또 외환·파생부문 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4.1% 증가하며 비이자이익의 실적 향상을 견인했다. 특히 글로벌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한 1500억원 수준으로 손익 규모가 커지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지주사 전환 또한 지난해 손 회장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한 비금융 지주 체제로 비은행과 글로벌 시장 확대에 제약이 많았다. 은행은 은행법을 적용받아 출자 한도가 20%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금융지주는 출자 제한이 없고 레버리지(차입 등)를 통해 자기자본의 130%까지 출자가 가능하다. 따라서 현 은행 체제에서 1조2000억원의 출자 한도가 지주사로 전환되면 8조8000억원으로 확대된다. 7조원 이상의 실탄이 추가로 확보된다는 얘기다. 출자 여력이 늘어나면 증권과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등 수익성 높은 비은행 금융회사를 다양하게 인수할 수 있다.

손 회장은 리더십을 발휘해 금융당국과 이사회, 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만나며 지주사 설립에 대한 당위성을 설득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우리은행의 지주전환을 승인했다. 지난달 주주총회를 거쳐 올해 포괄적 주식이전 방식을 통해 지난달 11일 우리금융지주가 공식 출범하게 됐다.

지주사가 출범했지만 당장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위험가중자산의 비중으로 계산한다. 위험가중자산은 보유자산에 위험가중치를 곱한 값으로, 위험가중치가 높으면 자본비율이 떨어진다. 위험가중치는 금융회사 전체 표준치인 표준등급법과 해당 은행의 자체적인 특성을 반영한 내부등급법에 따라 달라지는데 내부등급법을 쓰면 위험가중치가 떨어진다.

관련 법령에 따라 지주사로 전환하면 우리은행은 현재 내부등급법인 위험가중치 계산을 표준등급법으로 바꿔야 한다. 단순한 평가 방식 변경만으로 우리은행 BIS 비율은 9월 말 현재 15.8%에서 12.0%로 3.8%포인트나 떨어진다. 내부등급법을 다시 적용받으려면 올해 재무제표가 확정된 2020년 3월 이후에나 금융감독당국과 논의할 수 있다. 당장은 지주 차원에서 신종 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를 발행해 BIS 비율을 올린다는 것이 손 회장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주 체제 전환으로 종합 금융그룹으로서 경쟁력 강화 기반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고객 맞춤형 원스톱 종합자산관리서비스 제공, 통합 고객관리, 계열사 연계서비스와 다양한 복합 비즈니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지주회사로 편입되는 회사는 우리은행, 우리FIS,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우리PE자산운용 등 6개사다.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에 대한 지주 자회사 추가 편입은 지주 설립 이후 확정된다.

◆ 혁신성장 펀드와 포용적 금융

손 회장은 지난해 혁신성장기업 육성과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을 위해 향후 3년간 약 3조원 규모의 혁신성장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은행이 올해부터 3년간 총 3000억원의 '혁신성장펀드'를 모(母)펀드로 직접 조성하고, 하위 펀드 선정·모집을 통해 매년 1조원씩 총 3조원 규모 펀드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3000억원 중 50% 이상을 출자하는 앵커투자자로 참여하고 나머지는 우리금융지주 주도로 계열사와 우량고객이 참여할 예정이다.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이 펀드를 운용한다. 일부는 벤처캐피털을 중심으로 하위 펀드를 위탁 운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혁신성장기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은행은 IB그룹 내에 혁신성장금융팀을 신설해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소액 직접투자를 지속한다. 또 투자한 기업이 기업공개(IPO)까지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40여 명의 기술평가·산업분석 전문가로 구성된 혁신성장센터는 직접 혁신기술을 평가하고 투자심사를 진행한다. 또 직접 투자한 기업에 여·수신 등 금융서비스를 비롯해 경영·세무·법무 등 다양한 경영자문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장애인용 스마트기기, 바이오 등 11개 기업을 발굴해 약 100억원을 직접 투자했다. 추가로 빅데이터, 결제·보안솔루션, 의료기기 등 10개 기업에도 1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2017년 9월 우리은행은 포용적 금융, 생산적 금융, 신뢰의 금융을 실천하는 '더큰금융' 추진 태스크포스를 설립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서민금융 지원 확대 , 다문화장학재단 운영, 글로벌 사회공헌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현재 7~8% 수준인 가계여신 연체 가산금리를 3~5% 수준으로 최고 4%포인트 인하해 연체자의 재기를 돕고 있다. 또 2017년, 대표적인 서민금융 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을 4800억원 취급해 전년 대비 94% 이상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다문화 자녀와 소외계층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돕고, 이주여성을 비롯한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우리다문화장학재단'도 운영하고 있다. 재단은 2012년 우리은행을 비롯한 우리금융그룹 계열사가 금융권 최초로 200억원을 공동 출연해 설립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다문화부부의 합동결혼식인 '우리웨딩데이'를 7년째 개최하고 있다.

◆ 소통을 중시하는 리더

손 회장은 사법시험을 준비하다가 서울대 법학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입행해 동료들보다 나이가 두세 살 많다. 부모님이 은행에 취직하라고 권유하셨던 것이 입행한 계기가 됐다. 손 회장은 늦게 입행했지만 동기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영어실력은 기본이라고 생각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 덕분에 요즘도 해외 IR를 나가면 외국인 투자자들과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한다. 항상 열정을 갖고 일했고, 동료나 상하 간에 잘 어울리면서 소통하려던 태도도 은행 생활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44세에 은행 전체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최연소 전략기획부장을 4년이나 맡았고, 이어 은행장과 지주사 회장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실력, 열정, 소통의 기반에서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손 회장의 좌우명은 '세이공청(洗耳恭聽)'이다. 이는 '귀를 씻고 공손하게 듣는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직원들과 소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은행장 취임 후 4500㎞를 이동하며 전국 곳곳에 있는 영업점을 방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32년간 은행원으로 일하면서 손 회장은 멀리 내다보고 소통하는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 과거에는 지장(智將)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덕장(德將)이 되려고 한다.

▶▶ He is…

△1959년 광주광역시 출생 △전주고, 성균관대 법학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 석사 △헬싱키경제경영대학원 MBA △1987년 한일은행 입행 △2010년 우리금융지주 상무 △2014년 우리은행 자금시장사업단 상무 △2015년 우리은행 글로벌부문 그룹장 △2017년 우리은행 글로벌부문 부문장 △2017년 12월∼현재 우리은행장 △2018년 12월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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