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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안락사'에 두쪽 난 케어…박소연 "사퇴는 없다" VS 연대 "직원도 속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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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보호하던 개 수백 마리를 안락사시켰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박 대표와 케어 직원들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일부 케어 직원들이 검찰 고발을 예고하며 박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자 박 대표는 "사퇴가 되레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맞서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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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입양 보낸 '토리'를 안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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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당장 사퇴 의사 없다"… "의혹 제기 내용엔 법적 대응"
박 대표는 14일 연합뉴스를 통해 "이르면 16일 기자회견을 열겠다"며 "의혹이 불거진 내용에 관한 자료와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당장 사퇴 의사는 없다"고 했다.

박 대표는 "여러 가지 의혹들을 제대로 소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사퇴는 되레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외부의 공정한 인사들로 대책위원회가 꾸려지면 대책위의 (거취와 관련한)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그동안 케어가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표방해온 것과 관련, "그와 관련한 내용은 기자회견에서 소명하겠다"고 했다.

◇ "4년간 동물 200여 마리 안락사"… 케어 연대 "거짓말로 속였다" 사퇴요구
박 대표와 관련한 의혹은 지난 11일 케어의 전(前) 직원 A씨가 일부 언론을 통해 "박 대표가 4년 동안 케어가 구조한 동물 중 일부를 안락사시켰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박 대표가 2015년 초부터 2018년 9월까지 구조된 동물 200여 마리를 안락사시켰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이 중 상당수는 병들거나 아프지 않은 개체였지만 무리한 구조활동 때문에 보호소 공간이 부족해졌다는 것이 안락사의 이유였다는 것이다.

그러자 '케어' 측은 당일 페이스북 입장문을 발표하고 "쇄도하는 구조 요청에 소수의 동물들을 안락사하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안락사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심한 공격성으로 사람이나 동물에게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경우, 전염병이나 고통·상해·회복 불능의 상태, 고통 지연, 보호소 적응 불가한 신체적 상태 및 반복적인 심한 질병 발병 등을 안락사 기준으로 삼았다"며 "안락사 결정 과정은 회의 참여자 전원의 동의를 얻어 동물병원에서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케어 직원들로 구성된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연대'가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연대 측은 다음날인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케어’는 2011년 이후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표방해왔지만 모두 거짓말임이 이번에 드러났다"며 박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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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단체 '케어' 직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강화문광장에서 구조한 동물들을 안락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박소연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연합뉴스


연대 측은 "직원들은 안락사와 같이 중요한 사안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근무했다"며 "직원도 속인 박 대표는 사퇴하라"고 했다.

의혹을 제기했던 A씨 측은 박 대표를 상습사기 및 동물학대 혐의 등으로 형사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의 법률대리인인 권유림 법률사무소 율담 변호사는 13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이르면 다음주 박소연 대표를 형사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케어가 방치되고 학대 당한 동물을 구조하고, 관리 및 치료를 한다는 목적으로 모금을 해왔다"며 "안락사를 한다는 것에 대해 한번도 공고한 사실이 없고, 개체수 조절 등 어떤 이유에서든지 안락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사람들도 후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에 해당된다"고 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이같은 행위를 해왔다는 점에서 상습사기 혐의가 적용된다"며 "동물보호법상 수의학적 처치나 정당한 이유 없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이 가능한데, 현재로서는 이같은 동물학대 혐의도 적용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케어는 안락사 시키지 않는 단체"… 박 대표 과거 발언도 도마 위에
박 대표의 과거 행적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박 대표가 동물들을 안락사시키고 있던 기간 중에도 "'케어'는 동물들을 안락사 시키지 않는 단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경기 남양주 개농장의 개들을 구조하던 박 대표는 "우리(케어)는 안락사를 시키지 않는 단체"라며 "건강하고 친화적인 강아지는 해외로 입양 보내고, 그렇지 않은 강아지는 보호소에서 평생 지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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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대표 페이스북 캡처


또 지난해 9월에는 페이스북에서 "개농장 같은 곳에서 개들을 구조한 뒤 입양이 안 될 경우에 안락사하는 거냐"는 한 네티즌의 질문에 박 대표는 "안락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최근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안락사 안 한다고 한 것은) 건강한 동물에 대한 이야기였다"고 했다. 그는 "몸이 불편하거나 공격성이 심한 유기 동물 위주로 내부 기준을 마련해 안락사시켰다"며 "내가 편하게 보내줄 수 있기 때문에 데려온 동물도 있었고, 최대한 살리려 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케어'를 국내 대표 동물권단체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뮤지컬배우로 활동하던 그는 2002년 케어의 전신인 '동물사랑실천협회'를 만들며 동물보호 운동에 뛰어들었다.

박 대표는 적극적으로 유기 동물 구조 활동을 해왔다. 2010년 북한의 포격으로 주민이 긴급 대피했던 연평도에서 남겨진 동물들을 구조했고, 2011년에는 경기도 과천시의 한 농장에서 개 5마리와 닭 8마리를 데리고 나와 2013년 절도죄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러한 구조 활동을 바탕으로 '케어'는 국내 대표 동물보호 단체가 됐다. 2017년 한 해 동안만 19억원을 후원받았고, 같은 해 5월 유기견 '토리'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입양 보내기도 했다.

◇불안한 후원자들, 홈페이지에는 후원 해지·박 대표 사퇴 요구 쇄도
'케어' 공식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에는 후원을 해지하겠다는 글과 박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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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어’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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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동안 '케어'에 정기후원을 해왔다는 한 네티즌은 "내가 애들(유기 동물들)을 직접 구조 못하니까 학생 때부터 용돈을 받아 후원했다. 애들 죽이는 데 내가 일조하게 된 것 아니냐"며 "박 대표는 빨리 사퇴하라"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몇 년간 ‘케어’가 꾸준히 후원해온 사람으로서 민간단체가 수만 마리 생명을 전부 신경쓸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몰래 안락사를 지시하고 통계문서를 조작하는 게 잘못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노우리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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