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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구조 후 무분별 안락사'… 동물권단체 '케어'의 민낯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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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의 여왕’, 알고 보니 ‘도살자’? 논란 이어질듯

세계일보

국내 3대 동물권단체 중 하나인 ‘케어’가 보호하던 동물들을 최근까지 무분별하게 안락사시켜왔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동안 ‘구조의 여왕’으로 불리며 대표적인 동물권 활동가로 이름을 날린 박소연 케어 대표의 사퇴와 법적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가 하면,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 유기동물 관리실태를 다시 한 번 살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3일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 연대’에 따르면 이번 폭로는 케어의 전직 직원 A씨가 언론에 제보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 직원은 “박 대표의 지시 아래 2015∼2018년 최소 230마리의 구조 동물들을 안락사시켰다”며 “그동안 케어는 안락사가 없는 단체를 표방해왔지만, 내부적으로 안락사를 쉬쉬해온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케어 직원 연대도 이런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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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한 동물들을 무분별하게 안락사시켰다는 폭로가 나온 동물권단체 ‘케어’ 직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소연 대표의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케어 직원 연대는 논란이 처음 불거진 지난 11일 공식 홈페이지에 ‘이제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올려 “단체가 널리 알려지면서 구조 요청이 더욱 쇄도했다”며 “질병이나 장애 등 사유로 소수의 안락사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과는 달리 A씨는 “불가피하지 않은 경우에도 무분별하게 안락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안락사 문제를 두고 케어 내부에서 의견 충돌이 있었다”며 “일부에서는 기껏 구조해서 안락사시킬 것이라면 차라리 구조하지 말자고 했지만, 박 대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주로 어디서 구조됐는지 알 수 없는 이름 없는 동물이 안락사 1순위였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다만 A씨는 케어가 후원금을 노리고 안락사를 시켰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논란이 갈수록 커지자 케어 직원 연대는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원들도 잘 몰랐다”며 “박 대표는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날 냈던 입장문의 내용 중 제보자의 주장과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른 점이 있음을 시인했다. 이들은 “케어는 대표의 전유물도, 사조직도 아니다”라며 “케어의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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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단체 ‘케어’ 직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한 직원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직원 연대는 이날도 서울 종로구 케어 사무실에서도 박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의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케어 임원들과 직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 대표를 처벌하라는 등의 청원이 빗발쳤다. ‘케어의 법인 취소와 철처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린 청원인은 “박 대표는 보호가 아닌 학살을 자행해왔다”며 “케어의 비영리법인 취소와 박 대표의 범법행위 여부를 수사해달라”고 요구했다. 다른 동물권단체들은 상습 사기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박 대표를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국내 유기동물 관리 실태를 돌아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유기동물 수는 꾸준히 늘어 2017년 10만2593마리로 집계됐다. 동물보호센터에 입소된 유기동물의 20.2%가 안락사를 당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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