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하루 ‘휴식’…이르면 내일 재소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받는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을 이르면 13일 재소환한다. 외부인 통제 등 안전을 위해 민원인 방문이 적은 일요일에 다시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또 조사가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될 경우 두 번의 출석으로 조사가 마무리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약 14시간 30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마치고 나와 자정 무렵 귀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추가 소환 일정이 남은 점을 고려해 12일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조사에 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 측 최정숙 변호사는 "오늘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조사를 준비하고 계시다"라고 전했다.

2차 소환에서는 통합진보당 관련 재판개입 사건과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수집 등 헌재 관련 사건, 전 부산고법 판사 비위 은폐 축소 의혹,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사용 등이 주요 조사대상으로 거론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조사를 모두 마친 뒤 진술 내용 등을 분석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와 다른 혐의 연루자들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전직 사법부 수장을 사상 처음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으로 꼽힌다. 검찰은 1차 소환조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일제 강제징용 재판거래 의혹을 비롯해 법관 블랙리스트,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재판개입 의혹에 대해 물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 정부가 민감해하며 눈여겨 본 사건들을 직접 챙기며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일부에 대해서는 "기억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법원 재판이나 하급심 재판에 부당하게 간섭·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의 추가 소환조사를 예고했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의 소환 때마다 외부인 출입 통제가 어려운 만큼 2차 소환 일정은 비공개로 할 방침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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