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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여의도 유튜버①]현역 최다 구독자 ‘이언주TV’...NG없는 타고난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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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유튜브 채널 ‘이언주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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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합니다…큐!"

지난 10일 오전, 큐 사인이 울리자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안녕하세요 이언주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이언주TV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 의원은 당시 진행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언주TV의 촬영과 편집을 담당하는 길유영 비서는 쉴 새 없이 여러 대의 카메라를 확인하고 각종 소품을 준비해 이 의원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는 영상 녹화 전에도 이 의원과 함께 자리 배치, 카메라 앵글, 종이·펜 등 소품 배치를 논의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15분 분량의 영상 2편을 찍기 위해 진행한 30분간의 녹화에서, 이 의원은 대본없이 진행함에도 별도의 NG 없이 방송을 유창하게 진행했다. 길 비서는 "대부분의 경우 이 의원이 직접 사안을 숙지해 대본없이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녹화가 이뤄진 스튜디오는 국회 의원회관 내의 이언주 의원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위상과 달리, 스튜디오는 비교적 소탈했다. 크로마키(방송의 영상 합성을 위한 배경) 외에는 이 의원의 집무실을 그대로 활용했다. 방송 장비도 카메라 3대와 삼각대 2대, 간이 조명판 3대뿐이었다.

약 30분간의 녹화 후 이 의원은 길 비서에게 방송 순서나 편집 방향 등을 지시했다. 표는 물론이거니와 인용구·자막 등의 삽입 시점과 크기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신경 썼다. 길 비서는 이 의원을 지시를 꼼꼼히 받아적으며 편집을 준비했다. 그는 녹화본을 편집하는데 대략 반나절 정도 소요된다고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언주TV는 평균 이틀에 한번 꼴로 영상을 업로드하며, 1주일에 한번 정도는 게스트를 초대해 대담 형식으로 이뤄진다.

◇ 유튜브 구독자 수 현역의원 최다 1위…의원실 인력·물품 최대한 이용

이언주TV는 지난해 8월 2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월 11일 현재 7만5000여명의 구독자를 기록해, 현역 의원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중 가장 많은 구독자 수를 자랑한다. 구독자 수 2위인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의 ‘전희경과 자유의 힘’ 5만3000여명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125개 동영상을 올려 조회 수 368만회를 기록했으니 동영상 한 편당 평균 3만회 시청된 셈이다.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드디어 공개된 김제동의 출연료’ 편은 29만회나 시청됐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 유럽순방, 유감입니다’(18만회), ‘대문 활짝 열고 무장 해제하는 대한민국’(14만회) 등도 10만회가 넘는 조회 수가 나왔다.

이같이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인기 채널로 떠오른 이언주TV는 이 의원과 보좌진들 간 팀워크의 결과물이다. 방송 주제는 보좌진끼리 먼저 토론한 후 의원과 한 번 더 회의를 거쳐 선정한다. 길 비서는 "이 의원과 보좌진 간 소통이 잘 돼서 이슈 선정이 잘 이뤄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시의성이 큰 현안은 의원이 직접 제안해 추진하며, 부득이 한 경우는 이 의원이 이동 중 차량에서 녹화해 보좌진에게 보내기도 한다.

기획이 협동의 산물이라면 녹화와 편집은 전적으로 길 비서의 몫이다. 길 비서는 "별도의 동영상 운영 인원 없이 녹화·편집은 제가 혼자 전담한다"며 "다른 업무도 수행하기는 하지만, 영상 편집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의원실이 배려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영상에 따른 수익은 어떻게 될까. 길 비서는 "정치자금법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광고를 붙이지 않았다"면서 "가끔 나오는 광고는 의원실이 아니라 영상에서 사용하는 음악의 저작권자에게 수익이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거관리위원회에도 수익에 대해서 유권해석을 물어봤는데, 전례가 없다 보니 선관위에서도 아직 답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조선일보

이언주TV 녹화 현장/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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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는 이언주 의원과의 질의응답.

‒이언주TV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열악한 언론 환경 때문이다. 국민은 정치적 수준이 높아져 정보에 대한 욕구가 많은데, 정부가 언론을 과도하게 장악해 야당 의원들은 방송에 나가 정부를 적나라하게 비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방송에는 짧은 멘트만 잘려져 나오니 그 말의 맥락이 오롯이 전해지기 힘들고, 심층 기사 역시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로 시간을 내어 읽기 어렵다.

저 역시 의정활동 때문에 바쁘지만, 언론 환경과 여건을 탓하기보다는 국민에게 맥락을 설명할 수 있는 틀을 스스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유튜브라는 미디어 플랫폼이 정보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소통의 도구가 되리라 예측했는데 적중했다. (웃음)
또 현역의원으로서 ‘저 사람이 왜 저렇게 얘기하는지’에 대한 배경과 정치철학, 생각을 알릴 수 있기를 바랐다."

‒유튜브라는 동영상 플랫폼을 활용하게 된 이유는.

"유튜브는 시청자와 제가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소통’의 느낌을 줄 수 있다. 이곳 스튜디오도 환경이 소박하지 않나. 시청자와 유권자가 이언주 의원실에 찾아와 차담(茶啖) 하는 느낌이 들기 좋다. 또 영상이다 보니 표정이 모두 드러나 가식적일 수 없고, 내용도 제가 소화해야 듣는 사람도 자연스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시청자들은 이같이 친근하고 편안한 플랫폼이라서 의원이 옆에서 설명해주는 인상을 받고 정치가 가깝게 느껴진다고 하더라. 내용적으로도 궁금하기는 하지만 방송하기 어려운 주제들을 설명해주기 좋은 플랫폼이다.

유튜브는 또한 일상화된 미디어다. 노출이 기성 매체보다도 많다. 나이 드신 분들도 유튜브가 더 편하다고 한다. 방송은 대중매체가 일방적으로 전달하지만, 유튜브는 소비자와 수요자가 선택해서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미디어다. 따라서 유튜브에 동영상을 게시하면 지금이 아니더라도 나중에 필요한 사람들이 언젠가는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그중에서 이언주TV만의 장점이 있다면.

"현직 의원이 진행한다는 점에서 정치권 이면의 얘기나 맥락이 더 잘 전달될 수 있다. 또, 다른 유튜브 채널에 비하면 곰곰이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다른 방송처럼 진행자가 자기 철학 없이 어떤 현안에 대해 비판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담론적인 의미에서 우리 사회의 과제를 제시하고 독자와 함께 해법을 고민하고자 한다. 제가 방송을 통해 일관되게 보여주는 이언주의 정치철학을 바탕으로 문제점을 같이 고민하고 해법을 찾아 나가는 여정을 시청자와 함께할 수 있다."

‒다른 정치인의 유튜브 채널에 대해 평가한다면.
"유시민 같은 친여(親與) 성향의 유튜브는 지지층 결집 외에는 큰 반향을 일으키기 어렵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하고 분석하고 싶을 때 새로운 미디어를 찾아보게 된다. 그런데 친여 성향의 유튜브는 정부의 정책을 변호·옹호할 수밖에 없는데, 그건 이미 청와대와 정부가 지겨울 정도로 스스로 선전·홍보를 하고 있다. 즉 친여권 유튜브는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의 정보 욕구·정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힘들다. 새로운 정치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있던 시장을 끌어모아서 결집하는 수준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구독자 수가 아니라 혁신성인데, 친여권 유튜브는 크게 혁신적이기 힘들다.

보수 성향의 유튜브는 각자 내용이 다르고 장점이 다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홍카콜라TV’의 경우, 유튜브 방송들이 짧고 임팩트가 있더라. 이를테면 ‘짤방’ 스타일이랄까. 그에 비해 저는 논평과 고민의 주제를 던져주고, 자료를 분석한다. 홍 전 대표와 스타일이 다른 것인데, 저는 제 스타일대로 나아갈 것이다."

‒여권에서는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보수 유튜브를 들고 있다.

"굉장히 어리석은 짓이다. 권력을 다 가진 청와대와 정부가 레임덕이 시작되니 두려움과 초조함 때문에 가짜뉴스를 강조하는 것이다. 독재는 권력이 있는데 초조하고 자신감이 떨어지면 시작된다. 그래서 권력이 없는 국민은 정부가 가짜뉴스를 강조하는 것을 굉장히 불편해한다. 한국은 이미 민주화가 된 상태다. 자꾸 가짜뉴스를 강조하면 국민은 저항할 수밖에 없다. 정부도 큰 흐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시장을, 국민을 이기지 못한다. 사람들도 가짜뉴스를 걸러 듣기 때문에, 가짜뉴스는 결국 시간이 지나면 정부가 강제하지 않아도 언론시장에서 알아서 퇴출당하기 마련이다. 별도의 규제를 하지 않아도 이미 최소한의 형사법 구제 절차가 마련돼있지 않는가.

운동권들이 인권과 민주화를 외치지만, 가짜뉴스라면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양상을 보면 ‘굉장히 못된 짓만 배웠구나’ 싶어 실망스럽다. 정부는 제발 21세기에 걸맞은 통 큰 마음으로 왜 지지율이 떨어지는지 스스로 각성하고 성찰하기 바란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도 현장에서 결과를 보면 정부가 100% 잘못하고 있지 않나. 지도자에게는 잘못됐을 때 변명하지 않고 바로잡을 용기가 필요하다. 억압은 옛 시대에서나 가능했던 일이고, 역효과가 날 것이다."

‒당 일각에서는 이언주TV의 메시지가 당의 목소리와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정당은 정치인들이 정치철학을 가지고 모이는 자발적 결사체다. 하지만 지금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에게 제대로 된 정체성을 제시할 수 있는 정당이 얼마나 있는가.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과거처럼 뚜렷한 정치철학 없이 이합집산하면서 계파정치나 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미디어가 워낙 발전해 국민의 대표자가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민심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 국민이 야당에 무엇을 기대하는지, 고대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시점이고, 정당 형태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시점이라고 본다."

‒이언주TV를 통해 이루고 싶은 바가 있다면.

"처음에는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한 이언주TV지만, 상당한 파급효과가 생기면서 저 역시 이 현상을 굉장히 재밌게 보고 있다. 구독자와도 즐겁게 소통하고 오프라인 미팅도 확대할 생각인데, 이런 현상을 보면서 새로운 ‘블록체인 정당’의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저는 이언주TV를 통해 이슈를 던지고, 정치철학을 바탕으로 얘기한다. 호흡이 짧다면 어렵겠지만, 다행히 제 구독자 중에서는 진지한 분들이 많다. 그 구독자분들께서 인터넷 카페에 진지하게 제안과 대안을 제시해 주신다. 이같이 온라인상의 활동이 기록된다면 그것이 빅데이터로 집계가 된다는 점에서 블록체인과 코인의 관계와 비슷하다. 당원들이라면 이같은 기록을 통해 당원의 활동역량을 측정해 당원투표에 반영할 수도 있고, 소통도 실시간으로 가능할 것이다. 아직은 상상의 단계이고 막연한 꿈이지만, 언젠가 새로운 정당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는 구독자들과 더 자주 소통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아직 구상단계지만 ‘이언주의 출근 시간’이라는 아이디어로 핸드폰 영상을 이용해 틈틈이 짧게 더 많이 소통하고 싶다."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 에피소드나 반응이 있다면.

"가끔 실시간 스트리밍을 진행하는데 진땀을 뺀다. (웃음) 내용은 진정성이 있어도 아마추어이다 보니 조명이나 통신 등 기술적인 문제에서 배워나가는 입장이다. 그래서 실시간 스트리밍을 처음 했을 때도 몇백명 정도나 들어오겠지 싶었는데, 처음부터 2000명이 들어와서 과부하 때문에 방송이 중단됐다. 실시간 스트리밍은 댓글을 읽으면서 소통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참 정신이 없더라. 혼자서 진행하려니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구독자분들이 재밌게 양해해주셔서 감사하다.

작년에는 제 팬클럽이 신촌 카페에서 송년회를 열고 저를 초대해주셨다. 참 재밌던 자리였는데 참석자들의 구성이 제 예상과 달라 놀랐다. 보수층 구독자가 많아서 전형적인 보수 성향의 분들이 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거나 미래를 불안해하는 젊은이들과 고등학생·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많이 참석했다. 그만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심하구나 싶었다."

[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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