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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평양] 김정은의 그림자는 김일성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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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선대 아닌 할아버지 따라 하는 이유는?

비핵화 협상 종결되면 '진짜 김정은' 나올까

[편집자주] 북한의 수도인 평양은 서울에서 약 200km가량 북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차로 달리면 3시간가량이면 도달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이지만 이념의 차이는 선명한 공간의 단절도 남겼습니다.
공존하지만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평양의 일상생활부터 지도부의 숨겨진 모습까지 북한의 이모저모를 전하고자 합니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4차 방중 소식을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베이징에 도착해 중국 측의 환영을 받는 모습. (노동신문) 2019.1.1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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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이번 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격적인 방중 소식으로 바쁜 한주였습니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예상됐던 일이지만 예상치 못한 시점에 이뤄졌습니다. 예상보다 빨리 진행된 새해 첫 정상외교 행보를 두고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포석일 것'이라는 해석과 '북한이 급하긴 급한 모양'이라는 해석이 동시에 제기됐습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었던 관전 포인트는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이미지 정치'의 요소들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길에 전용열차를 사용했습니다. 열차 사용은 다소 이례적으로 해석됐는데,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2차, 3차 방중 때는 비행기를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이른바 '김일성 따라 하기'라는 해석이 제기됐습니다. 중요한 국면에서 중국을 방문하면서 과거 '혈맹' 관계가 시작된 김일성 주석 시절의 중국 방문 코스를 따라간 것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김 위원장이 중절모에 코트 차림으로 평양역에 도열한 핵심 간부들과 인사하며 중국으로 향하는 모습을 공개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해석됐습니다.

김일성 주석은 지난 1953년 한국전쟁 직후 베이징을 찾으며 이번 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검은 중절모에 코트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열차를 타고 평양을 더나 베이징으로 향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김일성 따라 하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그는 집권 후 곧바로 할아버지 주석의 스타일을 좇았습니다. 덩치를 키우고,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즐겨 입었던 점퍼 스타일의 인민복이 아닌 양장 스타일의 당복을 즐겨 입었습니다.

지난 2016년 36년 만에 열린 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는 안경을 검은 뿔테에서 얼룩무늬 뿔테로 바꾼 것이 확인되기도 했는데, 기록을 뒤져 보니 1980년 열린 6차 당대회를 앞두고 북한이 공개했던 김일성 주석의 스타일과 유사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김일성 따라 하기'는 외모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그는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당 중심의 정책 결정 및 집행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선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을 중심으로 한 정책을 펼쳤던 것과 결이 많이 다릅니다.

지난해 비핵화 협상의 개시 이후 북한이 미국과 중국, 한국(남측)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구사하고 있는 것도 김일성 주석의 외교 정책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일성 주석은 과거 1950년대~70년대까지 이어진 중국과 소련의 갈등 국면에서 '시계추 외교'로 북한의 입지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김정은은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닌 할아버지의 스타일을 따라 하는 것일까요? 이는 북한이 현재 처한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집권 후 '경제 건설'을 최대 목표로 설정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대외 행보, 즉 외교를 통한 실리 추구에도 여러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런 정책을 펼치는 데 있어 '선군 정치'와 '고난의 행군'으로 대표되는 아버지 시절의 이미지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입니다.

한 전직 당국자는 "내부적으로는 배고프고, 외부적으로는 강성 무력 국가 이미지였던 김정일 시대 북한의 정책 방향을 김 위원장이 좇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제 35 번째 생일을 맞이한 김 위원장은 아직 젊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언제까지 '따라 하기' 정책으로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련의 비핵화 협상을 통한 경제 건설이라는 '성과'를 얻어낸다면 비로소 '진짜 김정은'의 모습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합니다.

대내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는 독보적인 자신만의 성과를 얻어낸다면, 선대들의 그림자를 벗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 1일 발표한 신년사 풍경은 눈여겨 볼만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집권 후 처음으로 신년사에서 선대들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역시 처음으로 두 선대의 대형 초상화 앞에서 신년사를 읽었습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이 풍경을 두고 "'계승의 시대'를 마감하고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로의 진입을 과시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저 역시 동의합니다. 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를 분석하고 기사로 옮기며 이런 부분을 늘 염두에 두고자 합니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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