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아기돼지 재롱 보고, 천년돼지 전설 듣고, 돼지삼겹 구워 먹고…황금돼지 기운 받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관광공사 추천 ‘기해년 돼지투어’ 4선

경향신문

불국사에서 복돼지를 만나고 온 사람은 얼마나 될까. 불국사 극락전 현판 뒤 복돼지는 2007년 우연히 발견됐다. 이후 극락전 앞에 떡하니 자리를 잡은 복돼지상은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마스코트가 됐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주 불국사 ‘복돼지’

극락전 현판 뒤의 멧돼지 조각상

2007년 발견 뒤 필수 관광 코스로


방학과 휴가를 맞아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새해다. 마침 올해는 재물과 복을 상징한다는 돼지의 해인 기해(己亥)년이다. 그것도 60년 만에 돌아온다는 황금돼지해다. 알고 보면 깔끔하고 똑똑한 동물이라는 돼지와 어울려 놀고, 맛있는 돼지고기도 맛볼 수 있는 여행지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한국관광공사가 ‘1월의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한 ‘돼지투어’ 여행지 중 4곳을 골라봤다.

경향신문

돼지의 영특함을 보고 싶다면, 돼지와 관련된 각종 체험거리가 가득한 이천이 제격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천 ‘돼지보러오면돼지’

경기도 이천의 ‘돼지보러오면돼지’는 돼지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나아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교육·체험형 농장이다. 돼지 하면 지저분하고 게으르다는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실제 돼지는 잠자리와 화장실을 구분하고 지능지수(IQ)가 70~85로 개보다 높다. 때랭이, 봉자, 까미, 라이언 등 미니돼지 5~6마리가 재주를 선보이는 공연을 보면 돼지의 영특함을 실감하게 된다. 때랭이는 관객과 함께 볼링 대결을 펼치고, 봉자는 조련사의 움직임에 따라 가랑이 사이를 오가며 관객과 뽀뽀도 한다. 까미는 재빠르게 장애물을 넘고, 라이언은 숫자 6개를 뽑는 복권 추첨도 한다. 40분 남짓한 돼지 공연이 끝나면 돼지 퍼레이드가 이어진다. 먹이통을 두드리면 미니돼지 수십 마리가 쏜살같이 달려온다. 돼지를 쓰다듬으며 교감하고, 갓 태어난 새끼 돼지를 안고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다. 진한 쌍꺼풀에 사람 눈을 빼닮은 귀여운 모습은 지저분하다는 편견을 날려버린다.

미니 돼지들 만지고 놀며 교감

돼지박물관·문화홍보관 관람

생명 교육 곁들인 체험형 농장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루 4회 진행되는 소시지 만들기 체험도 인기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돼지고기 뒷다리살에 녹말과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육류 95% 이상의 건강한 소시지다. 소시지를 만들며 육가공식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좋은 제품을 고르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

공연장과 체험장을 지나 작은 다리를 건너면 양옆으로 돼지박물관과 문화·홍보관이 나온다. 문화·홍보관은 돼지 저금통의 유래, 고사 지낼 때 돼지머리를 올리는 이유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돼지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한다. 돼지박물관에는 이종영 촌장이 20여년 동안 23개국을 돌며 수집한 돼지 소품과 공예품, 미술품 1300여점이 전시돼 있다. 돼지박물관과 이웃한 치유정원엔 구제역으로 희생된 수많은 돼지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돈혼비(豚魂碑)’도 세워져 있다. 천사의 날개를 단 돼지 벽화 역시 추모의 의미다. 농장에서 천수를 누리고 정원 주변에 고이 잠든 돼지들의 무덤을 둘러보며 동물과 함께하는 인간 삶을 고민하게 된다.

경향신문

불국사에서 복돼지를 만나고 온 사람은 얼마나 될까. 불국사 극락전 현판 뒤 복돼지는 2007년 우연히 발견됐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주 불국사 복돼지

수학여행이든 소풍이든 여행이든 불국사 한 번 안 가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청운교·백운교 지나 다보탑과 석가탑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부처님 나라는 과연 한국을 대표하는 사찰답다. 그런데 불국사에서 복돼지를 만나고 온 사람은 얼마나 될까.

불국사 대웅전에서 담장 하나 지나면 극락전 앞에 탑 대신 금빛 돼지상이 서 있다. ‘극락전 복돼지상’이라는 명패가 선명하다. 천년고찰에 복돼지상이라는 다소 어색한 조합에는 사연이 있다. 2007년 극락전 현판 뒤에서 조그만 돼지 조각이 우연히 발견됐다. 최소 수백년 길게는 통일신라시대 창건 당시부터 숨겨진 채 자리를 지켜왔을 돼지가 발견되면서 큰 화제가 됐다. 많은 이들이 현장을 찾아 복을 빌었고, 불국사에서는 ‘극락전 복돼지’라는 이름을 지어준 뒤 100일 기념 법회까지 성대하게 열었다. 현판 뒤에 숨어 잘 보이지 않는 복돼지를 누구나 쉽게 보고 만질 수 있도록 극락전 앞에 자그마한 복돼지상까지 만들어 두었다.

지금도 극락전 복돼지를 보기 위한 발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외국인 단체 관광객에게는 반드시 들러 사진을 찍는 코스가 됐다. 2017년에는 로또 당첨자가 “극락전 앞 복돼지를 쓰다듬고 현판 뒤 진짜 복돼지에게 로또 1등 당첨 소원을 빈 다음 극락전에서 108배를 올리고 로또에 당첨됐다”고 밝히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복돼지가 발견된 극락전은 서방의 극락정토를 다스리는 아미타불을 모신 곳이다.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아미타불의 서원 중에는 ‘모든 것에 만족하기를 원한다’는 것도 있단다. 극락전 복돼지상 앞에 붙은 안내문 역시 ‘세상의 모든 즐거움이 가득하다는 극락정토의 복돼지는 부와 귀의 상징인 동시에, 지혜로 그 부귀를 잘 다스려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풍요로운 삶을 꿈꾸는 것도 좋지만 욕심의 끝을 알고 스스로 절제하라는 얘기다. 그러니 복돼지상을 만지고 현판 뒤의 돼지 조각까지 봤다면 극락전에 들어가 아미타불 앞에서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범사에 기뻐하는 나’를 위해 한 번쯤 기도하는 것은 어떨지.

경향신문

마산항에서 배 타고 10분. 돝섬에 들어서면 황금돼지상이 먼저 여행객을 맞는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창원의 ‘돼지섬’, 돝섬과 저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는 돼지와 관련된 여행지가 두 곳이나 있다. 먼저 돝섬부터 가보자. ‘돝’은 돼지의 옛말이다. 이름 그대로 돼지섬이다. 돝섬은 마산항에서 배를 타고 10분이면 닿는다. 섬 입구에선 ‘복을 드리는 황금돼지섬 돝섬’이라는 환영 문구가 기분 좋게 여행객을 맞는다. 섬에 들어서면 황금돼지상이 먼저 눈길을 끈다.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황금돼지부터 껴안고 사진 찍기 바쁘다.

가락국왕 후궁이 변했다는 돝섬

설화 깃든 해상 휴식공간 각광

돼지 형상 저도, 바다 산책 제격


돝섬엔 이름이 유래한 전설이 있다. 김해 가락국왕이 총애하던 후궁 미희가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다가 골포(지금의 마산합포구) 앞바다에서 발견됐다. 신하들이 환궁을 요청하자 미희는 황금돼지로 변해 두척산(무학산)으로 사라졌다. 이후 황금돼지가 백성들을 괴롭히는 일이 잦아졌고, 잡으러 온 군사들이 포위하자 돼지는 한 줄기 빛으로 변해 섬으로 사라졌다. 그때부터 돼지가 누운 모습으로 변한 그 섬을 돝섬이라 불렀다. 신라시대에 돝섬에서 밤마다 돼지 우는 소리가 나서 최치원이 섬을 향해 활을 쏘고 제를 올리자 멈췄다는 설화도 있다. 섬 입구 황금돼지상 뒤에 그려진 벽화가 바로 이 전설을 그린 것이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돝섬은 1982년 해상유원지가 건설되며 한때 서커스장과 동물원, 놀이기구가 북적이던 곳이다. 지금은 창원시가 인수해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섬 입구에서 왼쪽으로는 출렁다리가 있고 걷다 보면 곳곳에 핀 들꽃과 시비, 조각 작품에 심심할 틈이 없다. 돝섬 둘레길은 1.5㎞로 천천히 둘러봐도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돼지 저(猪)자를 쓴 저도 역시 창원의 또 다른 돼지섬이다. 하늘에서 보면 돼지가 누운 형상이라 붙은 이름이다. 저도로 가는 길은 바다를 끼고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다. 길이 좁아 더 운치가 있다. 돝섬과 달리 저도는 다리로 육지와 이어져 접근성이 좋다. 저도의 마스코트는 푸른 바다 위에 떠 있는 새빨간 다리다. 이름은 ‘콰이강의 다리 스카이워크’. 짐작하듯 영화 <콰이강의 다리>에서 따온 이름이다. 바닥에 강화유리가 설치된 다리를 건너며 13m 아래 바다를 내려다보는 맛이 짜릿하다. 입구에 귀여운 돼지 조형물과 사랑의 자물쇠, 느린 우체통 등이 있어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다. 잔잔한 파도 소리 들으며 산책할 수 있는 저도 비치로드도 추천 코스다.

경향신문

삼겹살은 국민 외식 메뉴로 통하지만, ‘삼겹살거리’라는 이름이 붙은 곳은 청주가 유일하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청주 삼겹살거리

충북 청주 서문시장에는 삼겹살거리가 있다. 삼겹살 식당이야 전국에 셀 수 없이 널렸지만 ‘삼겹살거리’라는 이름이 붙은 곳은 청주가 유일하다. 삼겹살 식당 15곳이 옹기종기 모여 추억 어린 돼지고기맛을 전한다. 삼겹살거리가 들어선 서문시장은 청주 시민에게 향수 어린 장소다. 버스터미널이 있던 서문시장 일대는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던 곳이었다. 두툼한 삼겹살과 소주 한잔 맛에 이끌려 몰려들던 인파는 버스터미널이 이전하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12년 삼겹살 식당 몇 곳이 의기투합해 동네 살리기에 나서며 오늘의 삼겹살거리로 재탄생했다.

옛 버스터미널 서문시장 상인들

삼겹살로 의기투합 동네 살리기

각양각색의 맛집 명소로 재탄생


청주 삼겹살의 독특함은 두껍게 썬 돼지고기를 간장 소스에 담갔다 굽는 데 있다. 간장 소스는 수퇘지를 식육으로 사용하던 시절 잡냄새를 없애려고 쓰기 시작한 것이다. 달인 간장은 육질을 부드럽게 하는 효과도 있다. 삼겹살거리 식당들은 조선간장에 생강, 당귀, 계피가루, 마늘, 녹차 등 10여가지 재료를 넣어 특유의 소스를 만든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간장 소스와 함께 청주 삼겹살의 맛을 돕는 음식은 파절이다. 이곳 상인들은 파절이가 청주에서 태동했다고 주장한다. 식초, 설탕, 고춧가루를 넣어 매콤달콤한 파절이는 두툼한 삼겹살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여기에 묵은지까지 곁들이면 ‘삼겹살 삼합’이 완성된다. 국산 생고기를 숙성시켜 사용하는 것도 삼겹살거리 식당들의 원칙이다. 삼겹살은 0.8㎝ 정도로 두툼하게 썰어 낸다. 너무 얇으면 구울 때 육즙이 쉽게 사라져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삼겹살거리 식당은 각양각색이다. 수십년 정육점 운영 경력의 사장님도 있고 자매의 손맛이 야무진 집이 있는가 하면 야간 손님만 받는 식당도 있다. 메뉴 역시 간장 소스 곁들인 전통 방식 외에도 능이버섯을 곁들인 삼겹살, 연탄구이, 백반식 삼겹살, 등갈비 삼겹살 등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매달 첫째 토요일에는 삼겹살과 소주를 엮은 ‘삼소데이’ 이벤트도 열린다. 문화행사와 경품 이벤트 외에도 돼지고기김밥, 삼겹살버거 등 특별한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

김형규 기자 fidelio@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