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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TF취재기] '유서 잠적' 신재민 전 사무관 '다신 그러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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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를 남기고 잠적했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모텔에서 발견돼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신 전 사무관을 이송하는 응급차.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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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한 소문…친구들 "왜곡된 정보 공유 멈춰 달라" 호소

[더팩트|신대방동=문혜현 기자] 우선 다행이었다. 자칫 잘못됐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취재는 롤러코스터를 탄 듯 오르락내리락했다. 지난 3일이다.

신 전 사무관이 잠적했다. 유서를 친구에게 보냈고, 극단적 선택까지 암시했다. 경찰도 신 전 사무관의 행방을 추적했다. 동명이인이라는 지라시도 돌았다. 그렇게 4시간이 지났다. 국회에서 관악경찰서로 또 신림동 모텔로 갔다. 끝이 아니었다. 서울보라매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보라매병원 응급실 앞에는 적지 않은 수의 취재진이 몰렸다. 입구 앞에는 병원 보안요원이 서 있어 출입을 제한했다. 무거운 분위기였다. 신 전 사무관의 상태는 알려지지 않았다. 병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노트북을 든 기자들과 촬영 카메라 대여섯 대만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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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극단적 선택을 하려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구조된 신재민 기재부 전 사무관은 이날 오후 1시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문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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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앞엔 엘리베이터 6대가 있어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과 내원객이 수시로 오갔다. 대기하던 취재진에게 말을 거는 이들도 있었다. "왜 이러고 있어요?" 취재진은 신 전 사무관의 이야기를 했다.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아 그 사람! 왜 그랬대요?" 환자와 동행하던 한 보호자는 "젊은 사람이 그러면 안 되는데…"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그 사람 말이 사실이래요?"라며 신 전 사무관 주장의 진위를 묻기도 했다.

취재진을 드라마나 영화 촬영 스태프로 생각한 이들도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엘리베이터를 나서던 한 환자는 자녀로 보이는 보호자에게 "드라마 촬영한대?"라고 물었다. 보호자는 "아니. 그 신재민이라는 사람이 여기로 왔대"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말 그대로 '어수선'했다. 신 전 사무관의 잠적과 발견 과정에서 그에 대한 무성한 소문이 쏟아졌고, 대부분 좋지 않은 내용이었다. 그의 경제적 상황과 평소 행실, 심지어 학생 시절 어떤 활동을 했는지까지 대상이 됐다. 하지만 진실로 확인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신 전 사무관이 발견되기 전엔 경찰이 시신을 발견해 확인 중이라는 정보도 퍼졌다. 병원 측에서 입장을 발표했다. 신 전 사무관이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안정을 취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행이었다. 그걸로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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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개입 의혹과 적자국채 발행 압력 등을 폭로한 신 전 사무관은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안정을 취하고 있다. 지난 2일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던 신 전 사무관. /이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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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잠시였다. 길광철 보라매병원 홍보팀장은 "신 전 사무관이 가족과 함께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전원 됐다"고 밝혔다. '취재진을 피해 갔구나' 생각하는 순간 "기재부 2차관이 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취재진은 밖으로 뛰쳐나갔다. 촬영 카메라와 노트북을 든 기자들은 병원 밖 따로 마련된 응급실 입구로 향했다. 다른 취재진도 꽤 있었지만, 어떤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 나중에서야 "기재부 2차관이 신 전 사무관 병문안 차 왔다가 만나지 못하고 돌아갔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신 전 사무관이 입원한 분당서울대병원을 방문했다. 구 2차관은 "개인자격이 아닌 기재부를 대표해 병원에 왔지만, 신 전 사무관이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만날 수가 없었다"며 "가족들이라도 만나보려 했는데 가족들이 경황이 없는 상태여서 못 만났다"고 밝혔다.

신 전 사무관은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핫(Hot)한 인물이다. 국민적 관심도 한 몸에 받는 듯하다. 청와대가 KT&G 사장 교체 등 인사에 개입하고 적자부채 발행을 압박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야당이 신 전 사무관의 손을 들어주며 정치권 공방도 뜨겁다.

잠적 사건이 발생한 약 24시간 동안 잘못된 정보가 난무했다. 전국을 발칵 뒤집은 하루였다. 30대 초반 신 전 사무관의 심경이 어땠을지 짐작된다. 짧다면 짧은 시간 신 전 사무관은 생사(?)를 오갔고, 취재진은 우왕좌왕하며 그와의 숨바꼭질을 끝냈다. 신 전 사무관의 심적 고통을 어렴풋이 짐작하지만, '극단적 선택'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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