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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아마존`에서 잘 팔리면 그만일까?…디지털 고객 붙잡을 `D2C`(DTC) 전략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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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222] 'What are the dangers of selling on Amazon?(아마존에서 판매를 할 때 어떤 위험이 있나요?)'라는 문장을 구글로 검색하면 자그마치 2억3500만건에 달하는 검색 결과가 노출된다. 디지털은 기존 브랜드 제조사에 중간 유통업체 없이도 아마존과 같은 플랫폼에서 직접 고객과 만나는 'D2C(Direct to Consumer·DTC·소비자 직접 판매)' 비즈니스를 가능케 했다.

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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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고객과 직접 만나는 브랜드가 경쟁 우위

한국에선 유전자 검사 시장 위주로 쓰이는 용어가 돼버렸지만 전 세계에서 D2C(DTC) 전략을 실천하는 기업은 나이키, 델, P&G(프록터&갬블) 같은 기성 브랜드부터 와비파커(Warby Parker), 달러셰이브클럽(Dollar Shave Club) 같은 신생 브랜드를 넘나든다. 나이키는 DTC 채널에 집중해 해당 채널 매출을 2015년 66억달러에서 2020년까지 160억달러 규모로 성장시키겠다고 공언했고 유니레버는 2022년까지 '경험 플랫폼과 전자상거래'로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D2C(DTC) 대표 사례인 달러셰이브클럽으로 인해 2010년 미국 남성 면도기 시장 70%를 점유하던 질레트는 2016년께 54%로 점유율 하락을 경험했다.

D2C(DTC) 판매 방식을 도입한 기업들은 이제 소비자 구매와 특성 데이터를 곧바로 확보해 브랜드 관리와 고객 경험 개선에 활용하고 있다. 과거 도매상과 소매상을 거쳐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던 방식과 달리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고객 경험과 판매 전술을 실천할 수 있게 된 덕분이다. 불필요한 유통마진도 줄여 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브랜드가 D2C(DTC)로 고객과 직접 만날 때 주의점

그러나 D2C(DTC) 방식이 디지털 시대 비즈니스를 위한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고객 직접 판매에 앞서 기업은 고객 경험을 향상시킬 역량을 갖추고 고객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특정 물건을 아마존에서 파는 경우에도 최적화된 물류 시스템과 효율적인 소셜미디어 홍보, 자체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D2C(DTC) 방식은 기존 도소매 유통 채널을 통한 판매 채널에 심각한 피해나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 유통 파트너와 관계를 악화시켜 새로운 손실을 입는 대신 신중한 D2C(DTC) 전략이 요구되는 이유다.

성장 전략 컨설팅 기업 '이노사이트(Innosight)'의 네드 캘더(Ned Calder) 파트너와 샤리아 파르바란데(Shahriar Parvarandeh) 매니저, 마이클 브래디(Michael Brady) 매니저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디지털판 기고를 통해 기존 유통업자들을 돌아서게 만들지 않게 하면서도 D2C(DTC) 전략을 구축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이들에 따르면 점점 많은 회사와 브랜드들이 기존 유통 파트너사를 우회하고 최종 소비자와 직접 관계를 맺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디지털로 맺은 관계는 새 판매 채널과 강력한 고객 피드백 메커니즘을 창출하거나, 전혀 다른 새 비즈니스 모델을 잠금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핵심 비즈니스에 오랫동안 의존하고 있는 파트너사를 소외시킬 위험이 있다.

자동차 산업 역시 이 같은 위험에 처해 있다. 포르쉐는 월정액 차량 구독 서비스 '패스포트(Passport)'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차량을 스마트폰 앱을 통해 탈 수 있다. 소비자는 보험과 유지관리비는 물론 무제한 마일리지까지 포함된 포르쉐 차량을집으로 배달받을 수 있다. 이 아이디어를 포르쉐 기존 딜러가 좋아할 리가 없다. 이제 볼보, 링컨, BMW, 메르세데스-벤츠도 비슷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려 든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D2C(DTC) 방식은 역사적으로 고객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딜러들의 생계를 위협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신차딜러협회는 '차량 구독'을 딜러를 통해서만 신청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법안 상정을 위해 주의회에 로비했다.

자동차 산업은 디지털과 D2C(DTC)를 둘러싼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 문제는 대부분의 제조업체나 서비스 회사가 새 유통 채널을 만들 때 직면하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많은 기업 간 거래(B2B) 기업들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최근 제럴드 케인(Gerald Kane) 보스턴대 교수는 '슬로언 매니지먼트 리뷰(Sloan Management Review)'를 통해 공개한 자체 실시한 CEO 설문조사 결과, 경영진 87%가 디지털 기술이 산업을 파괴적으로 혁신할 것이라 지적했지만 정착 파괴적 혁신에 회사가 잘 대비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절반 미만에 그쳤다.

디지털과 함께 재평가받고 있는 유통 전략(D2C·DTC)의 잠재력은 이해되지만 그 실천 방안은 여전히 애매하다. 기회는 매력적이지만 기존 유통 파트너를 뒤엎고 핵심 비즈니스를 손상시킬 가능성도 있다. 불만을 가진 유통 파트너는 경쟁사가 되거나 경쟁 제품을 취급하거나 입법화를 위해 로비하는 방식으로 보복할 수 있다.

기고자들은 현재 비즈니스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고서도 D2C(DTC) 전략으로 포지셔닝을 할 수 있는 세 가지 디지털 유통 전략을 제시한다.

①은밀하게 도입하기

과거에는 새 비즈니스 모델을 테스트하려는 회사가 조용하고 자유롭게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볼 수 있었다. 기존 지역 내 진출 확대를 제한하던 유통 계약상 금지사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에는 고객과 유통 파트너가 어디서든 온라인에서 쉽게 당신이 무엇을 하는지 볼 수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하기는 어렵다.

그 대신 회사는 기존 유통업체에서 제대로 제공되지 않거나 무시하던 고객 세그먼트를 겨냥해 은밀하게 시범사업을 운영할 수 있다.

최근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Verizon)은 조용히 40달러 정액 요금으로 의무 계약 사항이 없는 스마트폰 구독 서비스를 'Visible'이란 신생 업체를 통해 앱으로만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이 모델은 주로 소규모 브랜드의 중저가 스마트폰 제공 업체와만 경쟁할 뿐, 수익성 높은 서비스를 판매하는 버라이즌 소유 파트너와 공인 리셀러(re-seller) 매장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지는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 적합한 진입 포인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2011년부터 메르세데스는 스마트 브랜드 아래 전기자전거 판매를 위한 직접 유통 능력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메르세데스의 전략은 자사 주요 차종에 대한 전통적인 유통망을 유지하면서 혁신적인 유통 전략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역량과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을 돕는 걸 골자로 한다. 전통적인 판매대리점을 통해 파는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②갈고리로 걸어버리기…이도저도 못하게 만들기

기업이 유통 파트너들에게 협상을 강요하거나 이들을 약화시키는 '갈고리(후크)'를 만들 수 있다면, 유통 파트너들의 보복 의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

제품 묶어 팔기, 카테고리 독점 또는 일부 고객에게 없어서는 안될 필수 기능 개발 등 갈고리를 걸어버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Cree는 2010년 초 저렴한 소비자용 LED(발광다이오드) 전구를 출시했고 이후 수년간 Cree는 소비자용 저가 LED 전구 카테고리에서 가격과 성능 면에서 선도 업체였다. 이 덕분에 Cree는 인테리어·건자재 창고형 대형매장 '홈디포(Home Depot)' 매대 상당 부분을을 차지하면서도 동시에 소비자 직접 판매 사업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 기간 동안 홈디포는 어쩔 수 없이 Cree 제품을 유통해야 했다. 이런 이중 유통 전략은 소비자와 투자자 모두의 공감을 샀고 Cree의 주가는 2011~2013년간 3배나 뛰어올랐다.

2012년 초경량 노트북 컴퓨터 '서피스(Surface)' 시리즈가 출시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수십 년간 유통 파트너였던 컴퓨터 제조사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과 직접 경쟁하기 시작했다. 이는 MS가 PC(개인용 컴퓨터) 운영체제(OS) 시장을 거의 독점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에이서(Acer), 레노버(Lenovo), HP, 델(Dell) 같은 기존 파트너들은 이미 윈도 OS에 푹 빠져 있었고 MS의 D2C(DTC) 전략을 수용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었다.

사실 MS 파트너 중 많은 곳에서 공개적으로 서피스 시리즈를 지지하기도 했다. 2012년 에이서 설립자 Stan Stinh은 서피스가 "시장 수요를 자극하기 위한 목적일 뿐 아니라 일단 목적이 실현되면 MS는 더 많은 모델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서피스 제품군은 미국 PC 시장에서 에이서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다.

③피해 최소화하기

다운스트림 유통 파트너 비즈니스를 지원하면서도 보복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중장비 제조사인 '캐터필러(Caterpillar)'는 고객에게 장비 활용도, 내구도, 위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장비 관리 플랫폼을 도입했다. 이 플랫폼은 고객에게 직접 판매되고 판매 프로세스에서 다운스트림 파트너를 자주 없애버린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플랫폼은 파트너에게도 이득이 됐다. 플랫폼이 고객들이 언제 장비를 필요로 하는지 로컬 파트너사에 알려주기 때문이다.

미국 내 최대 건강보험사 가운데 하나인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ited Health Group)'은 이제 자회사 Optum 아래서 기존 의료 서비스 공급자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D2C(DTC) 역량을 구축하기 위한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추진해왔다.

예를 들어 Optum은 자체 시설 전반에 걸쳐 80가지가 넘는 건강보험 서비스를 수용했고, 동시에 유나이티드그룹 건강보험 소비자들을 Optum 직영 기관으로 제한하는 것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Optum의 정교한 전략은 비록 업계의 관심을 끌었지만, 현재까지 의료기관들은 직접적인 보복 행동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디지털은 많은 B2B 회사에 중요한 기회일 뿐 아니라 리스크다. 실행하지 않는 건 경쟁자와 신규 업체 진입을 허용하지만, 실행한다면 기존 파트너로부터 보복 위험에 처한다. 이 같은 교착 상태를 깨기 위해 리더십은 D2C(DTC) 전략 실행의 리스크를 인식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올바른 전략을 파악하는 게 필수적이다. 회사의 장기 파트너는 DTC 방식이 침략 행위가 아닌 성장 계획으로 받아들일 때 지지를 보낼 가능성이 더 크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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