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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영화 잇 수다] 성수기마다 처참한 '대작'들…올해 韓영화 문제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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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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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다. 연말 한국 영화의 성적이 처참하다.

30일 영화진흥위원회 기준으로 박스오피스 1위는 ‘아쿠아맨’이 차지했다. 누적 관객수는 320만 4207명이다. ‘아쿠아맨’은 개봉 2주차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영화들을 따돌리고 1위 자리를 지켰다.

크리스마스에 개봉했던 ‘범블비’ 역시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개봉 첫날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100만 돌파에 성공했다. 심지어 10월 개봉했던 ‘보헤미안 랩소디’도 아직 순위권 내에 있다. 퀸의 열기는 꺼지지 않았고 911만명 돌파라는 성적을 거둬들였다.

반면 한국영화는 성적과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단 가장 뒤늦게 연말 대전에 참여한 ‘PMC: 더 벙커’는 2위에 오르며 100만 관객 동파에 성공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폭발력은 아니다. 한 주 전에 개봉했던 ‘스윙키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개봉 2주차에 겨우 119만명을 돌파했다. ‘마약왕’은 더 심각하다. 개봉 첫날에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하향세가 이어져 5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다. 누적 관객수 178만명 정도다.

작년 수치와 비교해보면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는 게 실감난다. 연말은 대표적인 극장가 성수기다. 지난해엔 ‘신과 함께-죄와 벌’, ‘1987’ ‘강철비’가 연이어 개봉하며 연말 분위기를 끌어올린 바 있다. 2017년 12월 마지막주 ‘신과 함께-죄와 벌’ ‘1987’ ‘강철비’가 나란히 박스오피스 1,2,3위를 장악했다. 그 주까지 세 작품이 끌어 모은 관객수만 1400만명이 넘었다. 가장 기대가 적었던 ‘강철비’ 조차도 445만명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세 작품 모두 장르나 성격이 달랐기 때문에 모두 각자 흥하면서도 윈윈 효과를 제대로 봤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올해는 세 작품 모두 주요 배급사의 기대작이었음에도 처참한 성적이다. 현재까지 세 작품의 누적 관객수는 약 398만명이다. 작년의 1/3 수준이다. 이 작품들은 모두 제작비 100억원이 넘는다. 이대로라면 세 작품 모두 손익분기점도 넘기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는다.

흥행 성적만이 문제는 아니다. ‘스윙키즈’를 제외하곤 ‘PMC: 더 벙커’와 ‘마약왕’은 실제 관람객들의 평가도 좋지 못한 상황이다.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들까지 남길 수 있는 포털 사이트 평점과 달리 CGV 골든에그 지수는 실제 영화를 관람한 관객만 평가를 할 수 있다. ‘PMC: 더 벙커’는 골든에그 지수 76%, ‘마약왕’은 74%다. ‘마약왕’은 기존 한국영화의 고질병을 답습했다고 평가 받고 ‘PMC: 더 벙커’는 너무 새로워서 관객들과 맞지 않은 형국이다. 그나마 ‘스윙키즈’는 관객들의 평가도 좋고 연말 분위기와도 어울리지만 아무래도 신인급인 주연 배우들의 티켓 파워가 크게 작용하고 있지 않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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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영화계에 외화가 강세였던 것은 사실이다. 시리즈물에 대한 관객들의 충성도가 높았기도 했고 화제가 될 만한 작품이 연이어 개봉했다. 이와 함께 굳이 한국 영화를 봐야 하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기존 공식을 답습하는 고루한 스토리, 시대와 맞지 않는 표현이 범벅된 한국 영화에 일부 관객들은 실망과 거부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많이 투자 한만큼 큰 관객을 모은다는 대작 공식도 깨지고 있다. 여름, 명절, 연말 시장은 텐트폴 영화가 즐비하는 때인데 올해엔 그 공식이 완벽하게 무너졌다. 추석 시즌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가장 흥행에 성공한 ‘안시성’ 조차도 극장 관객으론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해외 세일즈 등으로 손익분기점을 맞춘 셈이다. 100억 이상이 투입된 ‘물괴’ ‘명당’ ‘협상’ 은 모두 처참했다.

반면 비수기에 개봉했던 ‘완벽한 타인’ ‘암수살인’ ‘마녀’ 등이 흥행에 성공했고 ‘리틀 포레스트’ 등은 적은 제작비로도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잘 만든다면 거액의 제작비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무엇보다 올해 영화 시장은 ‘입소문’이 중요한 힘을 발휘했다. 관객들이 영화를 단순히 배우, 감독만으로 선택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이미 추석의 악몽은 연말에 재현됐다. 한국 영화를 제작하는 이들의 좀 더 심도 있는 고민이 이어져야 할 때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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