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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수연 PD의 방송 이야기] 연말연시는 방송가 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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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사흘 후면 새해가 밝는다. 12월 31일 자정에는 어김없이 제야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전국 종루(鐘樓)에 모여 종소리를 들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 시도 쉬지 않고 24시간 방송을 송출해야 하는 방송가 사람들은 어디서 제야의 종소리를 듣게 될까?

방송가의 연말연시는 장사로 치면 대목 중의 대목이다. 일단 특집 방송이 많다. 각종 시상식에 축하 공연, 신년 토론회, 해돋이 생중계 등 특별한 의미를 담은 방송이 줄을 잇는다. 연말연시 특집은 '송구영신(送舊迎新)'이란 큰 주제는 같지만, 그 형식이나 내용은 차별화해야 한다. 이 때문에 특집을 맡은 제작진은 돋보이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몇 달 전부터 무아지경에 빠져 일을 하고 그러다 보니 어디서 종을 치는지, 어디서 불꽃놀이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새해를 맞는 경우가 많다.

생방송 때문에 축제 현장에 있더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새해맞이 하이라이트인 제야의 종 타종식이나 해돋이 영상을 멋있게 담아내려면 며칠 전부터 중계 자리를 잡으러 떠난다. 생방송 서너 시간 전에는 기술 테스트를 위해 아예 야외에서 대기를 해야 한다. 롱패딩을 껴입고 손난로로 언 손을 녹여가며 뼛속까지 파고드는 칼바람과 싸워야 하고, 행사에 밀려드는 인파 때문에 혹여 방송 사고가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다 보면 어느새 새해가 밝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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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개편을 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리허설로 정신이 없다. 1월 1일이라는 상징성을 살려 새해 첫 방송을 산뜻하게 선보이려면 스튜디오도 새롭게 단장해야 하고, 카메라 동선이며 타이틀, CG, 자막 등 점검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낮에는 새 스튜디오에서 MC와 카메라팀 등이 모여 리허설을 하고, 밤에는 부조정실에서 기술팀과 마지막 점검 회의를 한다. 그러니 제야의 종소리는 그대로 방송국 내에서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듣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올해도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방송 제작에 매달리느라 남들처럼 연말을 즐기긴 힘들지만 그래도 다가올 기해년(己亥年)이 기대된다. 시청자분들께 새로움을 선사할 또 다른 방송 현장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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