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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대검 “김태우 비위 의혹 사실로”…청와대 인사 청탁 파문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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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자에 청 특감반 파견 요청 확인"…김태우 "독수독과 , 정의 밝힐 것"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원이었던 김태우 검찰 수사관이 유착 관계로 알려진 건설업자 최모씨에게 특감반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청와대 인사 청탁을 둘러싼 파문이 확산할 전망이다. 김 수사관이 인사를 청탁한 뒤 특감반으로 파견된 점을 감안하면 그의 청탁이 성사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일보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검찰로 복귀한 김태우 수사관을 비롯한 청와대 특감반 소속 수사관 4명에 대한 감찰을 벌이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나란히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특감반 인사 청탁…과기부 사무관 임용 의혹도 사실로

27일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 검사장)가 발표한 감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수사관은 지난해 5∼6월 최씨에게 “특감반에 파견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청탁했다. “특감반 근무 시절 보람을 느껴 다시 한 번 가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특감반에서 일했다.

김 수사관은 감찰 조사에서 “최씨가 유력 인사를 많이 알고 있다고 믿고 청탁했다”고 진술했다. 최씨도 “민간인에게 프로필을 전달했다”면서 인사 청탁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김 수사관은 그 직후인 지난해 7월 중순 특감반에 파견됐다. 다만 김 수사관의 프로필이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에게도 전달됐는지, 김 수사관이 최씨에게 그 대가로 금품을 건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검 관계자는 “인사 청탁은 공무원 비위에 해당돼 김 수사관이 최씨에게 인사를 청탁한 사실까지만 확인했다”면서 “나머지는 감찰 조사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2012년부터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일종의 공생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계기가 된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국토교통부 수사 역시 최씨가 김 수사관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해 시작됐다.

최씨는 수사 과정에서 뇌물 공여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결국 김 수사관에게 사건을 무마해 달라고 청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김 수사관은 지난달 2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찾아 하명사건부 열람 등을 요구하며 최씨 사건의 수사 상황을 확인했다. 그날 최씨는 경찰청에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대검은 이 부분을 경찰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하려 한 시도로 판단했다.

대검은 김 수사관이 자신의 감찰 대상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5급 사무관으로 가려 했다는 의혹도 사실로 확인했다. 김 수사관은 과기부에 “나 같은 감찰 전문가를 5급이나 6급 사무관으로 채용하라”고 제안해 인사 담당자와 구체적인 협의를 거쳐 개방형 5급 사무관 직위를 만들게 했다. 그 자리에 내정까지 됐다가 “적절하지 않다”는 이인걸 전 특감반장의 제지로 막판에 무산됐다.

김 수사관에 대해 제기된 다른 비위 의혹도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대검은 김 수사관이 최씨 등으로부터 12차례에 걸쳐 골프 접대 등 438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고,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뇌물 수수 의혹 등 첩보를 언론사에 제공해 공무원의 비밀 엄수 등 의무는 물론 대통령비서실 정보 보안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임이란 중징계를 요청했다.

다만 KT의 A 상무보에게 공무원 비위를 제보받고 그와 함께 골프를 친 데 대해서는 특별한 비위가 발견되진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세계일보

전 청와대 감찰반 직원 김태우 변호인 석동현 변호사가 24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대호 건물에서 검찰수사 관련 변론 방향 등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김태우 측 “독수독과” 반발…중징계·형사처벌 못 피할 듯

김 수사관 측은 독수독과를 주장하면서 “징계 절차에서 시비를 가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독수독과(毒樹毒果)는 ‘독이 든 나무의 열매에도 독이 있다’는 뜻으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독수)에 의해 발견된 2차 증거(과실)의 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는 이론이다.

김 수사관의 변호인인 석동현 법무법인 대호 변호사는 “감찰 조사 대상 사실의 상당 부분은 김 수사관이 검찰로 복귀할 당시 청와대가 그의 휴대전화를 무단 압수해 확인한 별건 혐의 사실”이라면서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석 변호사는 또 “6급 공무원이 정권 초기 실세 장관(유영민 과기부 장관)에게 그 부처에 자신이 갈 5급 사무관 자리를 신설하도록 유도한다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라면서 “최씨와 골프를 친 건 한 번뿐이고 골프장에 간 건 공직자 비위 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정보 수집 및 감찰 활동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 수사에서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고 법적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기를 소망한다”면서 “‘정의로 가는 길은 험난할 수 있지만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게 김 수사관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 수사관이 최씨에게 특감반 인사를 청탁한 데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 수사관은 중징계는 물론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지난달 29일 대검에 통보한 김 수사관의 비위 의혹이 대부분 사실로 밝혀져서다. 대검 보통징계위원회는 앞으로 한 달 안에 김 수사관에 대한 징계 처분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청와대가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김 수사관을 고발한 사건을 맡고 있는 수원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욱준)의 수사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한국당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수석 등 김 수사관의 상급자 4명을 고발한 사건은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가 수사 중이다. 대검은 이들 검찰청이 수사와 관련해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면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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