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자에 청 특감반 파견 요청 확인"…김태우 "독수독과 , 정의 밝힐 것"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검찰로 복귀한 김태우 수사관을 비롯한 청와대 특감반 소속 수사관 4명에 대한 감찰을 벌이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나란히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
◆특감반 인사 청탁…과기부 사무관 임용 의혹도 사실로
27일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 검사장)가 발표한 감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수사관은 지난해 5∼6월 최씨에게 “특감반에 파견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청탁했다. “특감반 근무 시절 보람을 느껴 다시 한 번 가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특감반에서 일했다.
김 수사관은 감찰 조사에서 “최씨가 유력 인사를 많이 알고 있다고 믿고 청탁했다”고 진술했다. 최씨도 “민간인에게 프로필을 전달했다”면서 인사 청탁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김 수사관은 그 직후인 지난해 7월 중순 특감반에 파견됐다. 다만 김 수사관의 프로필이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관계자에게도 전달됐는지, 김 수사관이 최씨에게 그 대가로 금품을 건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대검 관계자는 “인사 청탁은 공무원 비위에 해당돼 김 수사관이 최씨에게 인사를 청탁한 사실까지만 확인했다”면서 “나머지는 감찰 조사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2012년부터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일종의 공생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계기가 된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국토교통부 수사 역시 최씨가 김 수사관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해 시작됐다.
최씨는 수사 과정에서 뇌물 공여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결국 김 수사관에게 사건을 무마해 달라고 청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김 수사관은 지난달 2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찾아 하명사건부 열람 등을 요구하며 최씨 사건의 수사 상황을 확인했다. 그날 최씨는 경찰청에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대검은 이 부분을 경찰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하려 한 시도로 판단했다.
대검은 김 수사관이 자신의 감찰 대상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5급 사무관으로 가려 했다는 의혹도 사실로 확인했다. 김 수사관은 과기부에 “나 같은 감찰 전문가를 5급이나 6급 사무관으로 채용하라”고 제안해 인사 담당자와 구체적인 협의를 거쳐 개방형 5급 사무관 직위를 만들게 했다. 그 자리에 내정까지 됐다가 “적절하지 않다”는 이인걸 전 특감반장의 제지로 막판에 무산됐다.
김 수사관에 대해 제기된 다른 비위 의혹도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대검은 김 수사관이 최씨 등으로부터 12차례에 걸쳐 골프 접대 등 438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고,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뇌물 수수 의혹 등 첩보를 언론사에 제공해 공무원의 비밀 엄수 등 의무는 물론 대통령비서실 정보 보안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임이란 중징계를 요청했다.
다만 KT의 A 상무보에게 공무원 비위를 제보받고 그와 함께 골프를 친 데 대해서는 특별한 비위가 발견되진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전 청와대 감찰반 직원 김태우 변호인 석동현 변호사가 24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대호 건물에서 검찰수사 관련 변론 방향 등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김태우 측 “독수독과” 반발…중징계·형사처벌 못 피할 듯
김 수사관 측은 독수독과를 주장하면서 “징계 절차에서 시비를 가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독수독과(毒樹毒果)는 ‘독이 든 나무의 열매에도 독이 있다’는 뜻으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독수)에 의해 발견된 2차 증거(과실)의 능력은 인정할 수 없다는 이론이다.
김 수사관의 변호인인 석동현 법무법인 대호 변호사는 “감찰 조사 대상 사실의 상당 부분은 김 수사관이 검찰로 복귀할 당시 청와대가 그의 휴대전화를 무단 압수해 확인한 별건 혐의 사실”이라면서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석 변호사는 또 “6급 공무원이 정권 초기 실세 장관(유영민 과기부 장관)에게 그 부처에 자신이 갈 5급 사무관 자리를 신설하도록 유도한다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라면서 “최씨와 골프를 친 건 한 번뿐이고 골프장에 간 건 공직자 비위 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정보 수집 및 감찰 활동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 수사에서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고 법적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기를 소망한다”면서 “‘정의로 가는 길은 험난할 수 있지만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게 김 수사관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 수사관이 최씨에게 특감반 인사를 청탁한 데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 수사관은 중징계는 물론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지난달 29일 대검에 통보한 김 수사관의 비위 의혹이 대부분 사실로 밝혀져서다. 대검 보통징계위원회는 앞으로 한 달 안에 김 수사관에 대한 징계 처분을 최종 결정하게 된다.
청와대가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김 수사관을 고발한 사건을 맡고 있는 수원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욱준)의 수사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유한국당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수석 등 김 수사관의 상급자 4명을 고발한 사건은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가 수사 중이다. 대검은 이들 검찰청이 수사와 관련해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면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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