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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타미플루 부작용 안 알린 약사 과태료…의사는 제재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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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 당국, 추락사 관련 약국 경고

약값엔 복약지도료 900원 포함

의사는 어겨도 제재 규정 없어

약사회 “우리만 책임 묻나” 반발

보건 당국이 부산 중학생 추락사와 관련한 타미플루를 조제해준 약국에 과태료를 부과한다. 부작용 설명 같은 복약 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숨진 중학생의 가족이 “의사와 약사한테서 부작용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하자 보건 당국이 즉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의사는 근거 규정이 없어서 과태료 처분 대상에서 빠진다.

부산광역시 연제구청 보건소는 26일 오후 타미플루를 조제한 약국을 방문 조사했다. 보건소는 이 약국의 약사가 신경정신계 이상 행동 같은 타미플루 부작용을 안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서명을 받았다. 약국에는 과태료 30만원과 ‘경고’ 행정처분이 내려진다. 영업정지는 2차 위반 때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이번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약사법 24조에는 ‘약사는 의약품을 조제하면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에게 필요한 복약지도를 구두 또는 복약 지도서로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중앙일보

의료인의 복약 지도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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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제구청 장성익 의약계장은 “복약지도는 의약품의 명칭, 용법·용량, 효능·효과, 저장 방법, 부작용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며 “해당 약사가 ‘그날 독감환자가 너무 많아서 바빴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타미플루는 전문의약품(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약)이어서 복약지도를 상세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복약지도 위반으로 약국이 과태료 처분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약국 조제료에는 방문 환자당 900원의 복약지도료가 포함돼 있다.

이번에 중학생을 진료한 소아청소년과 원장도 타미플루 부작용이나 독감의 특이 증세 등을 설명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사의 진찰 행위에는 환자 증상과 약 처방, 부작용 가능성, 질병의 특성 등을 설명하는 걸 포함한다”고 말했다. 그 원장은 사망 사고가 난 뒤 “그날 너무 바빠서 부작용 설명을 못 해서 미안하다”고 유족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동네의원 진찰료는 초진이 1만5310원, 재진이 1만950원이다. 의사 행위는 의료법에서 규제하는데, 의료법 시행규칙 별표1 ‘환자의 권리와 의무’ 나항에 ‘환자는 담당 의사로부터 질병 상태, 치료 방법, 부작용 등에 관하여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자세히 물어볼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의사가 이런 설명을 하지 않을 경우 제재하는 조항이 없다. 의료 사고 소송에서 배상의 근거로 ‘설명 미흡’이 단골 사유로 들어간다.

다만 의료법에서 일부 의료행위에 한해 설명 의무를 부과한다.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 등 3가지다. 어기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받는다. 부산 중학생 건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부산 중학생의 유가족들은 의사·약사를 모두 비판한다. 중학생의 고모라고 밝힌 여성은 24일 ‘타미플루 의사가 처방 시 꼭 약 부작용 고지하게 해주세요’라는 호소문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렸다. 이 여성은 “타미플루 부작용을 식약처에서 일선 병원 의사·약사에게 의무사항으로 고지하게 하여 의사·약사에게 주의사항을 한마디도 못 들어서 허망하게 가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 주세요”라고 요청했다.

약사만 과태료를 물게 되자 약사 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약사회 김영희 홍보위원장은 “유족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전제한 뒤 “처음부터 예상되는 부작용이 있지만, 많은 사람이 약을 먹다 보면 생기는 부작용도 있다. 10만 건에 1건 정도 생기는 부작용을 복약지도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의사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처럼 처리되고, 약사만 벌을 주는 것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며 책임을 약사에게만 뒤집어씌우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부산 연제구의 해당 약국의 입장을 반영하려 했으나 약국은 통화를 거부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부산=이은지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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