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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트럼프 vs 김정은… 누구 말에 무게 더 실리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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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며 대북 심리전을 전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관영 매체를 내세워 미국의 대북 인권 압박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올해 북핵 담판을 위한 북·미 고위급 회담과 실무 회담은 물 건너갔다. 이제 외교가의 관심은 김 위원장이 내년 1월 1일에 발표할 신년사에 집중돼 있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워싱턴 외교가는 또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말 중에서 어느 쪽에 무게가 더 실릴지 주목한다. 토비 달턴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비확산담당 국장은 19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 ‘김정은이 말하면 미국은 주의 깊게 그 뜻을 파악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보수 성향의 언론 매체인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이날 톰 로건 칼럼니스트의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위협 발언을 할 때는 북한이 이것을 거짓말로 여기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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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열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단독회담에서 북한 김 국무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 위원장 신년사

달턴 국장은 “김 위원장의 발언은 북한 안팎에서 모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면서 “그가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려고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달턴 국장은 “김 위원장의 말은 미사일 시험장 폐쇄와 같은 구체적 행동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그의 말이 실현되지 않으면 핵심 이해 관계자들 사이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2017년과 2018년 신년사에서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중대한 발언을 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로켓 시험 발사 준비 사업이 마감 단계”라고 선언했다. 북한은 그해 내내 핵·미사일 도발을 이어갔고, 미국과 유엔은 대북 제재로 맞대응함으로써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됐다. 김 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는 평창 동계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고, 대화 용의를 표명함으로써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중단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챙겼다.

달턴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선행 조건을 검토하고 있고, 김 위원장은 내년 신년사를 통해 자신의 의중을 드러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다시 끌어내려고 북한 여행 금지 해제와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달턴 국장은 “김 위원장이 이번에 핵무기 양산 체제의 완성을 선언하면서 북한이 핵물질, 핵탄두, 미사일, 미사일발사체 등이 포함된 핵 동결 조처를 자발적으로 발표하면 가장 중대한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달턴 국장은 “김 위원장이 전면적인 핵 동결에 착수하면 이것은 북한 핵 개발 코스를 바꾸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이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달턴 국장이 강조했다.

달턴 국장은 “김 위원장이 전면적인 핵 동결 선언을 할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미국은 그의 말을 무게 있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달턴 국장은 “김 위원장이 핵 개발 억제 신호를 보내면 미국이 상응 조처로 제한적인 대북 제재 면제하거나 다른 의미 있는 단계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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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트럼프의 맞대응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멕시코에 장벽을 세우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연방 정부 셧다운을 불사하겠다고 위협했다가 자신의 입장을 이날 철회했다.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 장벽 문제에 대처하는 것처럼 북한 문제에 접근하면 안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로건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약속하거나 위협을 가하면 반드시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건은 “트럼프가 북한에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협상 테이블로 나왔고, 북한은 미국과 그랜드 바게인을 고려하고 있는 게 확실하다”고 했다.

로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극단적이 말로 김 위원장을 끌어냄으로써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달인의 경지를 보여주었으나 이제 그 기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가 국경 장벽 설치 예산을 확보하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돌아섰다”면서 “트럼프가 대북 외교 노력의 가장 미묘한 순간에 그러한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로건 칼럼니트는 “미국의 인내심이 곧 바닥을 드러낼 것이고, 신뢰할 수 있는 대북 위협으로 회귀하는 순간이 급격하게 다가오고 있다”면서 “만약 트럼프가 중대한 위협 발언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려면 아예 침묵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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