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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김태우, '첩보 리스트' 자해적 폭로전…의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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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일방적 주장"…한국당 "국정조사·특검 검토"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이 이번에는 자신이 그동안 작성했던 모든 첩보 목록을 공개하는 등 거친 폭로전을 이어갔다.

특감반원 자리에 있던 자신이 고위 공직자 감찰이라는 업무 범위를 넘어서 여야 정치인, 민간인 등의 동향 파악을 했다는 것이 폭로의 핵심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으로부터 특감반 사태에 대한 정치 쟁점화를 유도하기 위한 자해적 폭로로 해석된다. 조만간 이뤄지게 될 검찰 조사를 앞두고 '내부 고발자'라는 이미지 구축을 위한 여론전 일환으로도 보인다.

김태우 수사관의 직속 상관이었던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19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저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반부패비서관으로, 제 명예를 걸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왔다"며 "비위 혐의자의 일방적 주장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형철 비서관은 청와대 업무 범위를 벗어나 민간인에 대한 첩보를 작성한 것은 김태우 전 특감반원의 지시 없는 '단독 행동'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김 전 특감반원의 이러한 '단독 행동'에 대해서 "책임이 없다고는 말씀 드릴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함으로써 청와대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태우 수사관이 이날 공개한 문건 목록은 Δ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 이미란 자살 관련 동향(2017년 7월 11일 작성), Δ한국자산관리공사 비상임이사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의 대선자금 모금 시도(2017년 7월 14일), Δ고건 전 총리 장남 고진, 비트코인 관련 사업 활동 중(2018년 1월 19일), Δ조선일보, BH(청와대)의 홍석현 회장의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검토 여부 취재 중(2018년 7월 27일), Δ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재판거래 의혹(2018년 8월 6일), Δ진보적 성향의 전성인 홍익대 교수, 사감으로 VIP(문재인 대통령) 비난(2018년 8월 27일) 등이다.

청와대는 김태우 전 특감반원이 공개한 첩보 목록에 대해 하나하나 해명했다. 박형철 반부패 비서관은 "김 전 특감반원이 컴퓨터에 작성 중인 문건 중에는 저에게 보고된 문건도 있지만, 특감반장이나 데스크 차원에서 폐기된 문건도, 자신이 받은 첩보를 혼자 정리해놓은 수준의 문건도 있다"고 말했다.

프레시안

▲ 자유한국당이 19일 의원총회에서 공개한 이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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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주의 줘도 1년 뒤 또 민간인 동향 파악…靑 "책임 있다"

먼저 민간인인 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의 자살과 홍준표 전 후보 대선 자금 모금 건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부 때도 일했던 김 전 특감반원이 정권이 바뀐 직후인 2017년 7월 전 정권이 하던 관성대로 민간 영역에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첩보를 작성한 것이라고 청와대는 해명했다. 박형철 비서관은 "그래서 특감반장이 '우리는 이전 정부와 다르니 앞으로 이런 첩보를 수집하지 말라'고 제지하고 폐기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목록에 따르면, 김태우 전 특감반원은 일한 지 1년이 지난 2018년 7월에도 <조선일보>의 취재 동향이나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동향을 보고하는 등 특감반 업무 범위 밖의 일을 했다. 청와대는 이 보고서가 "언론 사찰 소지가 있다"고 주의를 준 뒤 폐기 처분했다고 밝혔지만, 출범한 지 일년이 넘도록 특감반원의 '일탈'을 바로잡지 못하는 대목은 청와대 책임론이 부각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민간인 동향 파악이 반복된 데 대해 박형철 비서관은 "특감반원은 어떤 지시를 받고 첩보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제를 정해서 자신의 역량으로 첩보를 수집하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아무런 지시 없이 자신이 문건을 생산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박 비서관은 "근태 관리를 그전보다 충실히 한다고는 했지만, 결과가 이렇게 된 부분에서 책임이 없다고는 말씀 드릴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김현미 동향 보고서는 특감반 업무에 포함"

그 외에도 김태우 전 특감반원은 Δ 방통위 고상석 상임위원, 김현미 국토부 장관 갈등(2017년 9월 22일) Δ 주러시아 대사 내정자 우윤근 국회사무총장 금품 수수 관련 동향(2017년 9월 28일) Δ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분 있는 사업자, 부정 청탁으로 공공기관 예산 수령(2018년 2월 22일) 등의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이들 보고서는 '특감반의 정당한 직무 수행 범위' 안에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고건 전 총리 아들의 비트코인 투자 보고와 관련해서 박형철 비서관은 "반부패비서관실 소속 행정요원으로서 정책 정보를 생산하는 로데이터를 수집한 것으로 이건 감찰 첩보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 비서관은 "어떤 단체들이 관여해 어떻게 가상화폐 투기에 불이 붙었는지, 그 과정에 불법 행위 소지가 있는지"를 알아오라고 지시했지, 특정인의 투자 동향을 알아오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했다.

민간인인 전성인 교수 동향 파악 보고에 대해서는 "8월 27일은 김태우 직원이 (비위 사실이 드러나) 직무에서 배제돼 한 달 동안 근신 기간에 있는 동안 본인이 작성한 보고서로 추정한다"며 "특감반 데스크도, 특감반장도 보고받은 바 없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른바 '김태우 첩보 목록'을 공개하며 특검까지 거론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 목록들을 직접 프레젠테이션으로 발표하며 "민간인 사찰을 마구잡으로 한 것으로 보이는데, 청와대가 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청와대 특별감찰단 정권 실세 사찰 보고 묵살 및 불법사찰 의혹 진상조사단'은 청와대를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다. 나 원내대표는 "검찰이 청와대의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에 대해 수사하기는커녕 김 전 감찰반원에 대한 수사의 칼을 휘두르려 한다면, 결국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이런 부분이 미진하게 된다면 국회에서 국정조사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자 : 김윤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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