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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벨기에 총리 결국 사의표명… 유엔 글로벌콤팩트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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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샤를 미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사의를 표명했다. 유엔이주협약(글로벌 콤팩트) 서명 여부를 둘러싼 갈등으로 연정이 붕괴 위기에 처하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미셸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사임을 결정했고 국왕을 만나 이같은 사실을 알리겠다”고 밝혔다고 현지 일간 르수아르 등이 보도했다. 벨기에 왕궁은 미셸 총리의 사표 수리를 일단 보류한 가운데 19일부터 각 정당 지도자들과 연쇄 회동에 나섰다.

입헌군주제인 벨기에에서는 국왕이 총리의 사임과 새정부 구성을 최종 승인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국왕이 사임을 승인하면 내년 5월로 예정된 차기 총선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경향신문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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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총리의 사임은 유엔이주협약 서명 여부를 둘러싼 연정 내부의 대립이 발단이다.

앞서 그는 “더 나은 유럽과 국제 협력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협약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연정 파트너인 우파 민족주의 정당 ‘새 플랑드르 동맹(N-VA)’이 들고 일어났다. 벨기에로 들어오는 이주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에 미셸 총리는 지난 6일 협약의 동의 여부를 묻는 의회 표결을 제안했고 의회는 가결을 결정했다. 결국 N-VA는 지난 8일 소속 장관 5명 사퇴와 연정 탈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2014년 총선을 통해 구성된 벨기에 연정은 N-VA를 비롯한 네덜란드어권 정당 3곳과 프랑스어권 정당 1곳 등 4개 정당으로 구성돼있다. N-VA는 연정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정당이다. 반면 미셸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MR)은 연정 내 유일한 프랑스어권 정당이다. N-VA가 이탈로 여소야대 정부를 꾸려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는 미셸 총리는 사회민주당, 녹색당 등 소수 좌파 야당의 협조를 얻어 위기를 타개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야권은 환경 정책 강화 등을 요구하며 미셸 총리를 압박했고 의회에 불신임투표안도 상정했다. 좌·우파 모두에게서 외면받은 미셸 총리는 결국 사임 의사를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서유럽의 심장부에서 중도주의 진영이 몰락했다”며 “유럽 전역에 포퓰리즘과 민족주의 진영의 분노가 고조되는 가운데 세간의 이목을 끄는 희생자(high-profile casualty)가 등장했다”고 썼다. 미셸 총리의 사임이 역시 중도주의 노선을 표방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 등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벨기에의 경우 네덜란드어권과 프랑스어권 사이의 갈등과 분열이 워낙 뿌리 깊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을 벨기에 내부 문제로 국한해서 봐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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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에서 16일(현지시간) 유엔이주협약 서명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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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주협약은 난민과 경제적 이주자에 대한 국제적 공동 대응을 위해 만들어진 국제 협약이다. 10일 모로코에서 164개 회원국의 서명으로 공식 채택됐다. 체류 자격과 관계없이 이주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되 이민 정책은 각국의 주권적 영역임을 명시했으며 법적 구속력은 없다. 미국, 이탈리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은 이 협약으로 자국의 이민자 수용 부담이 늘 수 있다며 서명을 거부했다. 지난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N-VA 주도로 협약 서명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려 5500명이 참여했다. 시위대가 브뤼셀 유럽의회 본부 건물을 파손하고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로 맞서면서 폭력 시위 양상을 보였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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